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6화: 영지 수복 프로젝트
황폐했던 국경 지대에 건설 기계의 굉음과 인부들의 활기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민우가 소집한 대규모 자산 유치 연합 회의는 단순히 무너진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지친 평민들에게 '내일의 희망'이라는 가장 강력한 복지 시스템을 보급하는 과정이었다.
과거에는 귀족의 기분에 따라 굶주려야 했던 이들이 이제는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월급 봉투를 손에 쥐며, 안정적인 생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숨겨진 전근대적 빈곤은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시급히 최적화해야 할 거대한 경제적 불균형이었다.
민우의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새로운 사회의 인프라를 설계하는 설계자의 메스였다.
그는 창밖으로 분주히 재건 자재를 실어 나르는 마차들을 보며, 서울 도심의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 현장을 떠올렸다.
자본이 투입되고 도로가 닦이며 사람들의 삶의 질이 수치로 증명되던 그 역동적인 변화.
"사회를 바꾸는 것은 거창한 마법이 아니다. 평범한 시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정교한 보급망과 자본의 선순환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집무실 조명 마법의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영지 수복 개발 공사 주식을 발행하여 귀족들의 방해 공작을 거대한 자본의 규모로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 프로젝트: 자산 관리 및 영지 재건 인프라 구축
- 현재 통합 행정 및 금융 프로세스 효율성 지표: 64.40%
- 제국 황실 가용 유동 자본금: 797.0백만 골드
- 오피스 워커의 특수 분석: '로제타 황녀 측의 전통적 예산 집행 방식과의 충돌 가능성 존재. 개발 이익의 민간 환원율을 높여 지지 기반을 강화할 것.'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로제타 황녀가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태도로 그녀를 맞이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녀 전하. 하지만 올려주신 기안서와 청구 장부들은 제 기준에서는 도저히 승인해 드릴 수가 없군요. 내역이 불분명한 군비 증강보다는, 노동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예산 편성이 이 시스템의 최우선 순위입니다."
황녀가 가문의 신성한 규칙과 전통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숫자를 들이밀었다.
"황녀님이 말씀하시는 긍지는 굶주린 백성들의 배를 채워주지 못합니다. 영지의 가치는 군대의 칼날이 아니라, 유입된 자본과 그로 인해 번영하는 평민들의 삶으로 증명됩니다. 이 구조조정안을 거절하신다면 오늘부로 관련 부서의 모든 중앙은행 계좌는 법률적 권한 하에 즉시 '무기한 동결' 조치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냉혹한 처분이 현실로 투입되자 제국 전체의 지형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활용해 실적을 입증한 유능한 하급 관리들에게는 승진의 기회를, 뒤에서 횡령을 자행하던 세력들에게는 자산 가압류라는 경제적 교수형을 선고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행정 가이드라인이었다.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의 전쟁과 반목은 질서 정연한 톱니바퀴처럼 평화와 번영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마침내 하루의 결재 업무가 종료되고 수백억 골드 규모의 재건 보고서 상단에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쾅 찍혔.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마도 수송 도로망을 따라 재건 물자가 활기차게 수송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알림을 띄웠다.
수복 영지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개발 자금이 100% 자발적 민간 투자로 충당되었다는 메시지가 민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다음 분기 신규 사업 계획서 수립에 착수해야겠군."
세상을 평화롭게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정의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