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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65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65화: 주식회사의 도입

중앙은행 로비 게시판에 대륙 최초의 합작 기업인 '제국 대철도 주식회사'의 일반 주식 공모 안내서가 붙었다.

창밖의 황성은 이제 완전히 근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었다.

유리와 대리석으로 치장된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고, 저 멀리 산업 지구의 거대한 공장 굴뚝들은 제국의 엔진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연기를 내뿜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겉모습 뒤에 굳건하게 웅크리고 있는 전근대적 행정의 모순은 강민우라는 '시스템 디자이너'에게는 시급히 구조조정해야 할 비효율의 결정체일 뿐이었다.

민우의 잘 훈련된 손가락 사이에서 리드미컬하게 회전하는 은빛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구습의 부조리를 도려내고 새로운 경제의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날카로운 메스와도 같았다.

민우는 창밖으로 분주히 마차를 몰며 이동하는 사람들을 무심히 내려다보며, 서울 여의도의 빌딩 숲에서 숱한 상장 기획과 투심 보고서를 작성하며 밤을 지새웠던 노련한 서바이벌 지혜를 떠올렸다.

차원이 바뀌고 마법이 공기처럼 당연한 상식이 된 이질적인 세계에서도, 자본을 모으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인간의 역학 관계는 본질적으로 동일했다.

"결국 거대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설계된 자본의 흐름이다. 대중의 자본을 하나로 묶는 설계자야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법이다."

민우는 차갑게 식어 가던 마력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집무실 조명 마법의 조도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했다.

현재 민우가 정면에 맞닥뜨린 가장 거대하고도 시급한 핵심 행정 과제는 대중 자본을 공모하여 귀족의 독점 지분을 희석시키고 거대한 산업 자금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피스 워커의 눈(Office Worker's Eye)'을 활성화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고 상인 해리가 긴장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민우는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른 태도로 손짓하며 그를 맞이했다.

"바쁘신 와중에 발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리 님. 하지만 올려주신 기안서와 독점 계약서는 승인 결재를 해드릴 수가 없군요. 세부 내역이 불투명한 장부는 제 시스템 안에서는 그저 '쓰레기 데이터'일 뿐입니다."

해리가 가문의 역사적 긍지와 신성한 규칙과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귀하가 말하는 명예는 철도를 놓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본의 적자를 메워주지 못합니다. 단 10골드만 투자해도 제국 철도 사업의 주주가 되어 배당을 받는 시대입니다. 합의하지 않으신다면, 오늘부로 귀하와 관련된 모든 국가 재정 유입 경로는 무기한 '강제 동결' 조치될 것입니다."

설계자의 냉혹하고 정밀한 구조조정 플랜이 현실로 투입되자 그 파급력은 대륙 전체의 경제 지도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민우는 현대 기업 경영의 전술을 고도로 활용해 유능한 기술자들에게는 주식 옵션이라는 당근을, 부패한 상인들에게는 자산 가압류라는 채찍을 휘둘렀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동력원은 기사의 검이 아닌, 한 직장인이 밤을 새워 기안한 엑셀식 기획서와 상장 가이드라인이었다.

자본의 적재적소 재배치라는 행정 마법 앞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계급의 벽은 너무나 부드럽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평화의 구도로 정착되고 있었다.

분기 결산 보고서 상단에 기획실장의 전결 인장이 붉게 찍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밖으로는 중앙은행이 닦아놓은 신식 도로를 따라 상단들이 경제의 혈액을 수송하고 있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가 등급 상승을 알리는 알림을 띄웠다.

시민들과 상인들이 너도나도 저축을 깨서 주식을 구매하며 거대한 대중 자본 세력이 형성되고 있었다.

민우는 만년필을 소중히 꽂으며 식어버린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다.

"다음 사업 계획서 수립에 착수해야겠군. 시스템 설계자의 야근은 차원을 넘어도 끝이 없으니까."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거창한 정의가 아닌, 매일 아침 성실하게 작성되는 서류와 차가운 숫자의 행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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