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57화: 텅 빈 금고, 마왕군의 후퇴
마왕군의 깃발이 국경 너머로 사라졌다.
그들의 뒷모습은 패배자의 그것이라기보다, 파산한 채 쫓겨나는 채무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강민우는 성벽 위에서 그 장관을 지켜보며 차갑게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대전쟁은 이렇게 허무하게, 하지만 필연적으로 숫자의 힘 앞에 종언을 고했다.
마왕군의 후퇴는 칼날 때문이 아니라, 바닥을 드러낸 금고와 폭락한 신용 때문이었다.
"자본이 마른 군대는 더 이상 군대가 아니다. 그저 배고픈 유랑민 집단일 뿐이지."
민우는 서울에서 거대 기업이 부도로 무너질 때, 그 찬란했던 왕국이 얼마나 빠르게 해체되는지를 보았다.
적의 퇴각로를 추격해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민우는 그들의 퇴각 상로를 사들여 금융적 종속을 완성했다.
물러나는 적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돌아갈 집까지 '담보'로 잡아버리는 포식자의 여유였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재정 정밀 시스템]
- 전황 보고: 마왕군 전면 회군 및 패퇴
- 전쟁 종결 요인: 재정 파탄 및 내부 파업에 의한 붕괴
- 제국군 피해 지수: 최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승리)
- 기획실장 코멘트: '금융적 승리가 확정되었다. 이제 전쟁은 끝났고, 재건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수익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펠릭스 단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실장님은 그들의 돈을 흘리게 하셨군요."
민우는 은빛 만년필을 양복 주머니에 꽂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피는 다시 채워지지만, 잃어버린 자본은 문명을 무너뜨리니까요."
전쟁의 함성이 잦아든 자리에, 이제 민우가 설계할 새로운 경제 질서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