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50화: 계약의 파기, 용병의 파업
마왕군의 무력, 오크 용병단이 칼 대신 피켓을 들었다.
아니, 그들은 그저 멈춰 섰을 뿐이다.
민우는 거대한 오크 족장 크로그가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힘을 가진 용병들이지만, 그들도 결국 '임금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민우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골드의 흐름이 끊긴 전선에서 가장 먼저 변심하는 것은 명예가 아닌 계약으로 묶인 자들이었다.
"노동의 가치는 신성하지만, 지불되지 않는 노동은 적대감으로 바뀐다."
서울의 대기업 기획실에서 민우는 숱한 노사 분규와 유니온 협상을 지켜보았다.
파업의 메커니즘은 본질적으로 같다.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거부'를 선택한다.
민우는 이 원리를 이용해 오크들의 체불 임금을 발두르 지폐로 대위 변제해주겠다는 제안을 던졌다.
마왕의 명령보다 중앙은행의 계약서가 더 믿음직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재정 정밀 시스템]
- 작전명: 용병단 파업 유도 및 귀순 계약
- 오크 용병단 전투 거부율: 95.8%
- 마왕군 전력 손실 지수: 치명적
- 기획실장 의견: '무력은 자본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 적의 주먹은 이제 우리를 향하지 않는다.'
"크로그 족장, 당신들의 피값은 이미 마왕의 금고에서 비었습니다. 하지만 내 결재판 위에는 당신들을 위한 안식처와 식량이 약속되어 있죠."
민우는 계약서 위에 만년필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크로그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고, 그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인장을 찍었다.
전장을 휩쓸던 괴성 대신 서류가 넘어가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민우는 한 명의 병사도 투입하지 않고 적의 최정예 부대를 무력화시켰다.
자본이 빚어낸 가장 우아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