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49화: 환율이라는 이름의 학살
마계 암시장은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비명은 칼날에 베인 것이 아니라,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마계 화폐 때문에 터져 나온 것이었다.
민우는 창밖의 환상적인 노을을 배경으로 차갑게 식은 숫자의 폭포를 응시했다.
'경제적 냉전'의 최전선은 이제 환율 차트가 되었다.
민우의 지시 한마디에 대량의 마석이 시장에 쏟아졌고, 마계의 통화 가치는 추락하는 날개도 없이 곤두박질쳤다.
"시장을 조작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야. 탐욕의 심리를 설계하는 자의 영역이지."
서울의 여의도 증권가에서 민우는 보았다.
헛소문 하나에 주가가 폭락하고, 작전 세력의 장난질에 평생 모은 자산이 증발하는 광경을.
투기와 공포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민우는 이 이세계에서도 똑같은 법칙을 적용했다.
마석 가치를 폭락시켜 마계 내부의 자산가들이 제국 금화로 도망치게 만드는 '뱅크런' 유도.
이것은 어떤 대마법보다도 마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재정 정밀 시스템]
- 타격 수단: 환율 조작 및 마석 덤핑
- 마계 통화 인플레이션율: 1,500% 돌파
- 적 진영 내 자본 이탈 속도: 극심
- 기획실장 코멘트: '총성 없는 학살이 시작되었다. 적은 이제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 가득 돈을 실어 날라야 할 것이다.'
당황한 환전상 지배인이 민우 앞에 엎드려 자비를 구했다.
하지만 민우는 만년필 끝으로 그의 청구서를 매몰차게 그어버렸다.
"당신의 긍지가 이 폭락하는 그래프를 멈출 수 있습니까? 시장의 인과율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잔인합니다."
민우의 눈동자에는 푸른 시스템 스크린의 숫자들이 투사되고 있었다.
숫자로 이루어진 차가운 전선 위에서, 민우는 적의 경제 체력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