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46화: 보이지 않는 전선, 금수 조치
차가운 정적만이 감도는 발두르의 집무실, 강민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병사들의 검술 훈련장이 아닌 실시간으로 요동치는 광물 시세 차트였다.
이세계의 환상적인 마법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지만, 민우는 그 너머에서 거대하게 돌아가는 경제의 톱니바퀴를 보았다.
전선에서 칼을 휘두르는 소리보다 무서운 것은 마계로 흘러가던 골드의 비명이 멈추는 소리였다.
금융 차트는 이제 가장 치명적인 화살이 되어 적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민우는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멈춰 선 마차들을 보며, 이것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의 숨통을 조이는 '경제적 교전'임을 확신했다.
"공급망을 끊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안 파는 문제가 아니야. 상대의 미래 가치를 통째로 증발시키는 작업이지."
민우는 과거 서울에서 겪었던 지독한 공급망 전쟁을 떠올렸다.
핵심 부품 하나를 독점하기 위해 하청 업체를 압박하고, 원자재 루트를 우회시켜 경쟁사를 고사시켰던 그 냉혹한 협상 테이블.
그때 그가 휘둘렀던 것은 칼이 아니라 '공급 계약서'라는 이름의 금융 메스였다.
이제 그는 그 메스를 들어 마계의 혈맥인 철광석 루트를 집도하기 시작했다.
마계 광산 연합의 대표단이 은밀히 찾아와 계약 유지를 간청했지만, 민우의 눈에 그들은 사냥꾼 앞에 놓인 사냥감일 뿐이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재정 정밀 시스템]
- 타격 대상: 마왕군 군수 보급 라인
- 보급 차단율: 88.5% (철광석 반입 전면 중단)
- 적대 세력 유동성 위기 지수: 위험 (심각한 원자재 부족)
- 기획실장 코멘트: '금융적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이제 적은 굶주린 맹수처럼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민우는 은빛 만년필을 가볍게 돌리며, 공포에 질린 마족 상인들을 향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행정 명령 한 줄이 수만 명의 마왕군 병사들의 방패를 종잇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비합리적인 계약은 파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마계의 철광석은 이제 제국의 통화로만 결제 가능하며, 그마저도 제 승인이 없으면 단 1온스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전쟁이었다. 다만 피 대신 숫자가 흐르고, 함성 대신 장부의 파열음이 들리는 우아하고도 잔인한 경제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