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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35화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이세계 기획실장으로 살아남는 법

35화: 보이지 않는 담보, 신용

'미라클 시티' 발두르의 야경은 제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격이 달랐다. 구식 마법 램프가 띄엄띄엄 타오르는 올드 시티와 달리, 이곳의 거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마도 가로등이 백색광을 뿜어내며 밤을 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이세계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빛의 향연 아래, 민우는 이 도시를 지탱할 새로운 혈액을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자본의 유동성'이었다.

"담보 없이는 골드 한 푼도 내줄 수 없소. 그것이 대륙 상도(商道)요."

중앙은행 지점장 피터의 완고한 태도는 민우가 서울에서 만났던 깐깐한 심사역들을 떠올리게 했다. 강남의 중소기업들을 돌며 신용보증기금(KODIT)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뛰어다니던 시절.

당시 그가 배운 것은, 가장 강력한 담보는 부동산이 아니라 그 사람이 쌓아온 '거래의 역사'라는 사실이었다.

민우는 은빛 만년필을 가볍게 돌리며, 마법으로 구현된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가동했다.

[라피아 홀딩스 & 제국 국정 재정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

납기 준수율 기반의 신용 등급 산출로 긴급 수혈 시급.'

"지점장님, 구시대의 방식으로는 이 도시의 성장 속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증하는 것은 땅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민우는 테이블 위에 정교하게 분석된 '신용 평가 모델링 보고서'를 던졌다. 상인들의 거래 이력, 원재료 구매 패턴, 심지어 그들이 고용한 직원들의 이직률까지 데이터화하여 점수로 환산한 결과물이었다.

"여기 이 대장장이를 보십시오. 담보로 잡을 땅은 없지만, 지난 3년간 단 한 번의 납기 지연도 없었습니다. 그의 기술력은 향후 5년 내에 500%의 수익을 가져다줄 핵심 자산입니다. 제가 직접 설계한 이 '보증서'를 믿고 집행하십시오. 손실이 발생하면 기획실의 특별 예산으로 충당하겠습니다."

민우의 배수진에 지점장은 결국 도장을 찍었다. 담보라는 족쇄에서 풀려난 자본이 발두르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재능 있는 젊은 장인들이 가게를 열고, 혁신적인 마도 도구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결국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신용이란 이름의 보이지 않는 길이, 이 도시를 제국 최고의 경제 강국으로 만들 것이다."

민우는 창밖의 불빛들을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획자가 하는 가장 고귀한 거짓말이자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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