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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99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99화: 따뜻한 쉼터

월요일 오전 11시, 명동 외곽 해바라기 복지 재단 보육원 안뜰.

눈 부신 가을 햇살이 마당 잔디밭을 황금빛으로 가득 물들이고 있었고, 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놀이터 미끄럼틀 주변에 가득 퍼지고 있었다.

태형은 단정하게 셔츠 단추를 채우고 코트를 벗어 벤치 옆에 걸어둔 채, 짚고 있던 지팡이를 옆에 눕혀놓고 홀로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어두운 밑바닥을 지배하며 그의 얼굴을 흐리던 차가운 피비린내와 칼날 같은 살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한없이 깊고 평온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침묵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태형은 자신의 상처 입은 옆구리와 으스러졌던 오른쪽 무릎 관절을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내렸다. 교도소의 독방에서 시작해 피 흘리며 질주했던 복수의 터널. 그 핏빛 여정의 끝자락에서 그가 마침내 도달한 이정표는, 다름 아닌 그들의 뿌리인 보육원의 아이들을 이 세상의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빛 아래에서 당당하게 키워내는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셈이다.

바스락-.

어둠을 가르고 다가온 임창수와 거구의 박마동이 각각 소쿠리와 김밥 도시락 통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태형의 양옆 벤치에 주저앉았다.

“어이, 형님! 소희가 보육원 급식실 이모들이랑 같이 손수 싸준 참치김밥입니다. 여주 교도소 시절 차가운 콩밥 먹던 형님 입맛에는 이 김밥이 꿀맛일 겁니다!”

창수가 너스레를 떨며 오만 원권 뭉치 대신 젓가락을 내밀었다.

마동은 묵직한 오른손으로 김밥 한 입을 베어 물고 거구의 미소를 지었다.

“맛있구나, 형님. 예전 금성파 시절 룸살롱에서 수천만 원짜리 양주를 들이키던 시절보다, 난 보육원 마당 벤치에 앉아 형제들과 김밥 먹는 이 순간이 내 평생 가장 호사스러운 극치인 것 같습니다.”

태형은 그들의 든든한 모습을 바라보며 잔을 들듯 젓가락을 들었다. 그의 깊고 푸른 눈동자 속에는, 3년 전의 지독한 배신과 지옥 같던 독방에서 오직 복수만을 외치던 복수귀 강태형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목숨을 나눴던 형제들을 세상의 가장 맑은 양지 위로 올리고 그들을 지켜낸 든든한 형님 강태형만이 이 벤치 위에 묵묵히 앉아 햇살을 누리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구나.”

태형이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피를 흘렸지만, 이 보육원의 아이들은 평화의 빛 아래서 당당하게 자라나야지. 우리의 맹약은 영원할 거다.”

세 사내가 소주잔 대신 맑은 보리차 물을 가득 담은 컵을 모아 올리며 잔을 부딪쳤다.

챙-! 하는 소리 소문 없는 맑은 유리 마찰음이 요란한 기적 소리를 덮어버리며 보육원 마당을 평화롭게 진동시켰다.

어두운 밤은 완전히 가고, 마침내 사내들의 머리 위로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철혈의 성벽이 웅장하고 따뜻하게 솟아 빛나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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