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98화: 만개하는 성벽
일요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의 철혈 시큐리티(CHULHYEOL SECURITY) 본사 중앙 훈련장.
우렁찬 기합 소리와 격투 훈련 매트가 울리는 가운데, 거구의 박마동 본부장이 훈련장 단상 위에 굳건하게 서 있었다. 그의 온몸을 칭칭 감고 있던 흰 붕대대는 사라지고, 다부진 가죽 트레이닝복 정장 차림이 그의 탄탄한 근육질 몸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자세 똑바로 잡아라! 우리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주먹을 놀리는 불법 해결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실하고 신뢰받는 최고의 경호 경비 전문가들이다!”
마동의 포효 같은 고함에 신입 경호원들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마동은 수술 부위를 완전히 극복하고, 자신의 그 쇠망치를 휘두르던 야수 같은 파괴력을 이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사설 경호원들을 훈련시키고 양성하는 정당한 훈련 단장으로 승화시켜 일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명동의 철혈 파이낸셜(CHULHYEOL FINANCIAL) 지점 고객 미팅룸.
임창수 대표는 단정하게 재단된 수트를 입은 채, 맞은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중소 골목 상권 과일 가게 청년의 손을 부드럽게 쥐고 있었다.
“임 대표님…… 금성 시절 잔당 사채업자들이 저번 주에도 찾아와 이자가 밀렸다며 행패를 부리고 도끼로 협박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창수는 뺨의 옅은 흉터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 같았으면 즉시 단검 두 자루를 주머니에 넣고 쫓아가 놈들의 목덜미를 베어버렸겠지만, 오늘의 임창수는 지적이고 단정했다.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 저희 철혈 파이낸셜 법무팀 변호사들이 그 불법 채권 추심업자들을 이자제한법 위반 혐의로 즉시 법원에 고소장 접수했습니다. 경찰 수사과에도 신변 보호 요청 공문 발송해 두었고요. 앞으로 그놈들이 손끝 하나라도 사장님께 대면, 법적으로 완벽하게 징역형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청년은 안도하며 눈물을 닦았고, 창수는 보람찬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에 서명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지적인 금융인으로 자란 창수의 모습이었다.
한편, 인천 남항의 철혈 로지스틱스(CHULHYEOL LOGISTICS) 제3 세관 통관 부두.
한정훈 본부장은 대형 수송 컨테이너 크레인 아래에서 안전모를 쓴 채, 유럽 로테르담 항구로 향하는 대형 화물선의 실물 적재 데이터를 패드로 체크하며 외국인 바이어와 기민하게 영어로 소통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인천 부두에서 나가는 철혈 로지스틱스의 물류 보안 등급은 인터폴 안전 승인 획득 완료되었습니다. 시간 지체 없이 안전하게 도착할 겁니다.”
바이어는 악수를 청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정훈은 모자를 벗어 땀을 닦으며 정박해 있는 수만 톤급 화물선을 바라보았다. 3년 전 최진상의 표독스러운 칼날을 피해 폐차장에서 용접기를 잡으며 숨죽여 살던 도망자 한정훈이,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세관 물류 및 국제 해운 통관망을 통제하는 엘리베이터 본부장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비바람 치는 빗줄기 아래서 피를 흘렸던 사내들의 눈물겨운 여정. 그 복수의 핏빛 2막과 3막이 마침내 세상의 가장 정직하고 떳떳한 햇살 아래서 완벽하게 만개하여, 철혈단만의 든든하고 영원한 왕국을 공고하게 떠받치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