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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96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96화: 대포집의 밤

금요일 저녁 8시, 마포 외곽의 한적한 골목길 모퉁이에 위치한 낡은 삼겹살 대포집.

노란 백열등 아래 둥근 드럼통 철제 테이블 위로 삼겹살이 노릇노릇 구워지며 고소한 냄새를 내뿜고 있었고, 맑은 소주잔이 비쳐 드는 가벼운 수증기가 대포집 안을 따뜻하게 메우고 있었다.

비싼 강남의 최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과거 그들이 금성파의 말단 행동대원 시절 주머니가 가볍던 시절 수시로 들러 소주잔을 부딪치던 낡고 허름한 대포집이었다.

강태형은 단정하게 양복 재킷을 벗어 의자 뒤에 걸어두고,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집게를 들어 고기를 묵묵히 뒤집었다. 그의 곁에는 늘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드럼통 기둥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여 있었다.

그의 좌우에는 편안한 캐주얼 옷차림을 한 창수와 정훈, 그리고 거구의 몸으로 소주병을 들어 잔에 따르던 마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캬아…… 대표실 가죽 의자보다 이 드럼통 둥근 의자가 내 엉덩이에는 딱 맞는구만.”

창수가 소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이빨을 드러내며 호쾌하게 웃었다.

“명동 카지노며 강남 빌딩이며 우리가 수천억 원짜리 합법 회사를 쥐고 흔들어도, 난 이 낡은 대포집 삽겹살에 소주 한 잔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마동이 묵직한 주먹으로 창수의 어깨를 툭 치며 거구의 미소를 지었다.

“야, 임창수. 그건 네놈이 대가리가 영락없는 밑바닥 깡패 녀석이라서 그렇다.”

“하하! 형님, 마동이 형 말 들으셨습니까? 이 곰탱이 같은 영감이 날 깡패라고 놀립니다!”

창수의 너스레에 정훈과 소희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고, 태형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창백하고 서늘하던 뺨에, 오랜만에 깊은 안도와 인간적인 따뜻함이 담긴 엷은 미소가 그려졌다.

3년 전 최진상의 배신으로 파멸했던 어두운 교도소의 시간. 그리고 피로 물들었던 핏빛 복수극의 모든 사선을 넘나들며 사지를 뚫고 나온 세 사내.

그들이 지켜낸 최종 유산은 거대 기업 금성의 껍데기가 아닌, 보육원 시절부터 목숨을 나눴던 의형제들의 꺾이지 않는 피의 맹약과, 볕이 드는 양지 아래서 다 함께 웃으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이 소박한 평화였다.

정훈이 잔을 모아 올리며 토스트를 제안했다.

“형제들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 철혈단을 위하여.”

챙-! 하는 소리 소문 없이 맑은 소주잔 마찰음이 요란한 고함 소리를 덮어버리며 대포집 안을 가득 메웠다.

태형은 단숨에 잔을 비우고, 소주잔에 맺힌 밤공기를 바라보았다.

비바람 치던 밤은 가고, 마침내 사내들의 머리 위로 따뜻하고 평온한 은빛 밤하늘이 고요하게 비치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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