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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93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93화: 볕이 드는 길

목요일 오전 9시, 여주교도소의 육중한 철제 대문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눈 부신 아침 햇살이 문틈 사이로 쏟아져 내리며 교도소 앞 넓은 주차장의 잔디밭을 오색 빛으로 번들거리게 물들이고 있었다.

수의 대신 단정한 검은색 모직 코트를 입은 강태형이,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은 채 절뚝거리는 다리로 문턱을 딛고 걸어 나왔다. 오랜 수감 생활의 차가운 밤 공기를 뒤로한 채, 마침내 완전한 자유인으로서 햇살 아래 서게 된 순간이었다.

태형이 눈을 살며시 찌푸리며 햇살을 맞이하던 찰나, 주차장 한구석에 깨끗하게 세차된 은색 스타렉스 차량 앞바닥에서 세 사내와 한 여성이 마주 서서 환하게 웃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정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임창수와 가죽 가방을 든 한정훈,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어 굳건히 서 있는 거구의 박마동, 그리고 연소희였다.

사내들은 말없이 다가와 태형의 넓은 어깨를 번갈아 꽉 쥐었다가, 기쁨 섞인 포옹을 나누었다. 3년 전 최진상의 배신으로 시작된 지옥 같던 복수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하나의 영혼이 위로받고 맑은 세상의 빛 아래에서 완벽하게 마주한 영광스러운 재회의 순간이었다.

“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창수가 목이 메어 조심스럽게 태형의 지팡이를 대신 챙겨 들었다.

마동은 묵직한 오른손으로 태형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어서 가자, 형님. 대표실 청소 말끔하게 해놓고 형님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형은 그들의 든든한 모습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스타렉스에 나누어 탑승했다. 차량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빗길 고속도로가 아닌, 눈 부신 햇살이 가득 차오르는 서울 강남 대로를 향해 평화롭게 질주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초입, 새롭게 리모델링되어 울창한 소나무 화단으로 장식된 해바라기 복지 재단 보육원 건물 앞.

마당 운동장에서는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맑은 비명 소리와 미소를 퍼뜨리고 있었다. 과거 보육원 시절, 어둠 속에서 자라며 피를 흘려야 했던 강태형의 세 형제들과 달리, 그 아이들은 이 세상의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빛 아래에서 당당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태형은 차창 너머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참 따뜻하구나.”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가장 위험한 복수귀의 손끝에서 탄생한 철혈의 왕국은, 이제 세상의 가장 아름답고 눈 부신 보루가 되어 영원히 꺾이지 않을 평화의 시대를 향해 그 마지막 걸음을 비장하게 딛고 있었다. 4막 ‘피의 결산’의 최후의 피날레가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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