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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92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92화: 법의 배웅

목요일 오후 2시, 여주교도소 접견실.

어느덧 강태형의 석방을 단 3개월 앞둔 시점, 접견실 투명 아크릴 판 너머 조수석에는 뜻밖의 방문객이 앉아 있었다. 단정하게 재단된 감청색 정장을 입고 수화기를 든 사내, 대검찰청 특별수사부의 신임 부장검사로 초고속 승진한 한강현이었다.

한 검사는 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만히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

“강태형 대표. 여전해 보이는군.”

태형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수화기를 들었다.

“한강현 부장검사님. 바쁘신 분이 여주 구석진 교도소까지 웬일이십니까.”

“석방을 앞둔 피고인의 최종 서류 점검 차 들렀네. 솔직히 말하지. 지난 2년간 자네가 넘겨준 장부로 대한민국 사법부의 썩은 몸통들을 전부 잘라낸 뒤, 난 자네가 넘겨준 철혈 코퍼레이션과 하부 계열사들의 세무 자료와 금융 거래 내역을 이 잡듯 샅샅이 털어봤네.”

한 검사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원칙을 고수하는 날카로운 검사의 안광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자네가 장담한 대로더군. 철혈 파이낸셜과 로지스틱스, 세이프넷의 자산 흐름에서는 단 한 푼의 비자금 세탁이나 세금 누락 혐의도 발견되지 않았어. 심지어 복지 재단 사업의 회계 장부는 대기업들보다도 깨끗하더군. 자네 형제들이 약속을 아주 철저하게 지켜냈어.”

태형은 고개를 나직하게 끄덕였다.

“내 형제들은 의리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녀석들입니다. 돈 때문에 그 의리를 더럽힐 자들이 아니지요.”

한 검사는 씁쓸한 듯 엷은 실소를 지었다.

“강 대표. 자네가 사회로 나가 정직한 사업가로 살아가는 한, 나와 대검 특별수사부가 자네의 뒤를 밟을 일은 영원히 없을 걸세. 자네가 일궈낸 그 거대한 성벽 아래서, 그 해바라기 보육원의 아이들을 밝은 빛으로 계속 인도해 주게. 그게 자네가 쥔 힘의 규칙이어야 하네.”

태형의 깊고 푸른 눈동자 속에 따뜻한 빛이 녀석을 스쳤다.

“약속하겠습니다, 한 부장님.”

“그래, 부디 이 어두운 면회실 유리창 너머로 다시 마주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 석방을 축하하네.”

한 검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단정하게 목례한 뒤 접견실을 나섰고, 태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찻잔을 들듯 가벼운 목례로 답했다.

비록 법의 검사와 어둠의 복수귀로 만난 두 사내였으나, 그들이 맺은 서늘하고도 묵직한 맹약은 마침내 대한민국 사법정의의 실현과 밤의 왕국의 완전한 합법화를 동시에 완결 지어내고 있었다. 4막 ‘피의 결산’의 최후의 피날레가 눈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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