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91화: 세월의 깊이
수요일 오후 2시, 여주의 조용한 교도소 면회실.
어느덧 강태형이 이방에 수감된 지 2년 3개월이라는 성상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2년이라는 차가운 시간은 태형의 얼굴에 있던 핏빛 살기와 살풍경함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한층 더 깊고 투명한 중후함과 평온함을 새겨놓았다.
두꺼운 면회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단정하게 머리를 자른 임창수와 가죽 코트를 입은 한정훈이 수화기를 쥔 채 태형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창수가 어시스턴트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고 홀로 서서 나직하게 말했다.
“형님,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태형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다, 창수야. 회사 일은 여전히 바쁜가 보구나.”
“예, 형님. 이제 ‘철혈 로지스틱스’와 ‘철혈 시큐리티’는 강남과 서울을 넘어 전국적인 물류 및 종합 경비 보안 대기업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장에서도 우리를 범죄 조직 금성파의 잔당이 아닌, 건실하고 유망한 합법 대기업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요즘엔 가끔 정장 입고 이사회 회의실 상석에 앉아 있으면 어색하기도 하지만, 형님 덕에 우리 동생들이 볕이 드는 양지 아래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수의 목소리에는 과거 밑바닥 시절의 비열한 악기 대신, 떳떳하게 가정을 꾸리고 기업을 이끄는 장성한 사내의 자부심과 평온함이 가득 차 있었다.
정훈이 옆에서 수화기를 건네받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형님. 우리가 인수한 ‘해바라기 보육원’의 첫 번째 장학생 장학 사업이 올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육원의 아이들 중 세 명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다른 아이들도 직업 훈련과 기술 교육을 받으며 밝은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형님이 깔아주신 안전한 울타리 덕입니다.”
정훈의 말을 듣는 태형의 눈가에 깊은 안도감이 어렸다. 3년 전 최진상의 배신으로 파멸했던 지옥 같던 독방에서 오직 피비린내 나는 복수만을 다짐하며 갈고 닦았던 무기, 그의 지팡이와 장부. 하지만 그 복수의 핏빛 여정이 남긴 최종 결산은, 그들의 슬픈 뿌리인 보육원의 아이들을 이 세상의 가장 안전하고 맑은 세상의 빛으로 인도하는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셈이다.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 정훈아.”
태형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 10개월 남았군. 남은 시간 동안 너희는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양지의 땅을 단단하게 지키고 있어라. 나가서 떳떳하게 형제들과 잔을 부딪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예, 형님! 몸 성히 계십시오! 내달 면회 때 마동이 형이랑 소희 데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면회 종료 벨소리와 함께 창수와 정훈은 웃으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섰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으며 교도관의 인도에 따라 자신의 조용한 방을 향해 걸어가며, 무릎을 어루만졌다. 2년 전 스스로 짊어지고 감옥으로 걸어 들어온 복수귀 강태형. 그의 육체는 비록 철창 안에 갇혀 있었으나, 그의 손끝에서 완결된 철혈의 제국은 세상의 가장 눈부신 햇살 아래서 그 빛을 사방으로 발하고 있었다. 복수의 결산이자 4막 ‘피의 결산’의 장엄하고도 웅장한 결말이 눈앞에 거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