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철혈의 맹약90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90화: 빛을 향한 첫걸음 (4막 중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형사부 선판 결심 공판장.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불빛과 소란 속에, 피고인 석에 죄수 수의를 입은 강태형이 지팡이를 곁에 둔 채 피고인 석에 묵묵히 서 있었다.

판사가 안경을 고쳐 쓰며 선고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피고인 강태형은 과거 사설 대부업 및 특수 폭행 혐의가 인정되나, 본인이 저지른 과오를 자수하고 자발적으로 범죄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양지의 법인을 설립한 점, 무엇보다 오만수와 신재현 등이 설계한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재계 부패 카르텔을 해체하는 데 핵심적인 물증을 제공하여 수사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점을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탕, 탕, 탕-.

판사의 판봉 소리와 함께 재판이 종결되었다. 3년. 3년 전 최진상의 배신으로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시간만큼, 태형은 스스로 지은 죗값을 치르기 위해 다시 한번 감옥의 차가운 방을 택한 것이었다. 태형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지팡이를 짚고 집행관의 호위를 받으며 호송실로 걸어 나갔다. 방청석 맨 앞줄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그를 지켜보던 세 형제와 소희의 눈빛에는, 형님을 향한 무한한 존경과 맹약의 불꽃이 어려 있었다.


3개월 후, 경기도 외곽의 한 교도소 면회실.

두꺼운 투명 아크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수의를 입은 강태형과 단정한 비즈니스 수트를 입은 연소희가 수화기를 들고 마주 앉아 있었다. 3개월의 수감 생활 동안 태형의 얼굴은 한층 더 깊고 차분해져 있었다.

“형님, 그동안 건강하셨어요?”

소희가 수화기 너머로 나직하게 물었다.

태형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난 괜찮다, 소희야. 창수와 마동이, 정훈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예, 형님. 형님이 명의 양도해 주신 철혈 파이낸셜과 철혈 로지스틱스, 철혈 시큐리티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완벽하게 합법적인 양지의 기업들로 안정화되었어요. 이제 강남과 서울의 유통 시장에서 우리를 위협할 세력은 단 한 군데도 없어요.”

소희의 목소리에는 깊은 안도와 승리의 확신이 차 있었다.

“그리고…… 형님이 지시하신 대로, 우리가 보육원 시절을 보냈던 명동 외곽의 오래된 ‘해바라기 보육원’ 부지와 건물을 철혈 코퍼레이션 이름으로 인수 완료했어요. 재단을 설립해 보육원의 아이들이 우리처럼 어둠 속에서 자라지 않도록 완벽하게 후원하고 교육하는 복지 재단 사업을 시작했어요.”

태형의 깊고 푸른 눈에 희미하지만 따뜻한 안도가 스쳤다. 평생 어둠의 진흙탕 속에서 피를 흘리며 싸워온 그였지만, 복수의 끝에 그가 남긴 진짜 유산은 다름 아닌 그들의 뿌리인 보육원의 아이들을 밝은 세상의 빛으로 인도하는 방패막이였다.

“고맙다, 소희야.”

태형이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자랐지만, 그 아이들은 밝은 세상에서 당당하게 자라나야지. 형제들을 끝까지 잘 이끌어다오.”

“예, 형님. 다음 면회 때 오빠들과 함께 다시 찾아뵐게요.”

면회 종료 벨소리가 울렸고, 소희는 아쉬운 듯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섰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으며 교도관의 인도에 따라 감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무릎을 어루만졌다. 비록 몸은 철창 안에 갇혀 있었으나, 그의 손끝에서 마침내 완성된 철혈의 왕국은 세상의 가장 맑은 양지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복수의 장엄한 결말이자 4막 ‘피의 결산’의 따뜻하고도 장엄한 결말이 눈앞에 거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