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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85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85화: 권력의 백포복

목요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7층 한만길 의원 집무실.

여당의 5선 의원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한만길은, 다급하게 자신의 비서실장에게 서류를 건네며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최진상과 박원식이 구속된 이후, 정계 카르텔의 살아남은 최고 원로인 그 역시 강태형의 이름만 나오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이, 황 비서. 이번에 국회 청문회 상정하려던 ‘신종 사설 대부업 및 철혈 코퍼레이션 특별 세무조사 결의안’ 발의 서류 전부 파기하게. 청문회는 없던 일로 한다.”

비서가 깜짝 놀라 서류를 받아들며 물었다.

“의원님, 이미 야당 의원들과 조율하여 내일 오전 발의하기로 결론지은 사안입니다만…….”

“멍청한 자식아! 지금 내 목숨줄이 날아가게 생겼어!”

한만길이 분노 서린 눈으로 소리쳤다.

불과 한 시간 전, 한만길의 개인 이메일과 그의 개인 폰으로 정체불명의 암호화 파일이 전송되었다. 그 안에는 한만길이 지난 5년간 금성그룹 오만수 회장으로부터 매달 명절과 선거철마다 현금 상납과 차명 부동산 명의 신탁을 받은 금융 내역서 복사본이 아주 상세하게 첨부되어 있었다. 발신인은 다름 아닌 ‘강태형’이었다.

똑똑-.

집무실 비상문이 열리며,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강태형이 절뚝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으며 들어섰다. 곁에 서 있던 비서실장은 기겁을 하며 물러섰고, 태형은 지팡이 머리를 테이블 위에 가볍게 얹으며 한만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한 위원장님. 결정이 빠르시군요.”

태형의 나직한 음성이 방안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한만길은 비서를 내보낸 뒤, 두 손을 벌벌 떨며 태형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5선 의원의 오만하던 안색은 온데간데없고, 파멸 앞에 목숨을 구걸하는 늙은 쥐새끼에 불과했다.

“강 대표…… 내가 잘못했네. 난 그냥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요식 행위로 발의하려 했을 뿐이네. 결의안은 즉시 철회하고, 앞으로 검찰 한강현 검사의 수사가 더 이상 철혈 코퍼레이션으로 뻗어가지 못하도록 법사위 차원에서 방어막을 쳐주겠네. 제발 내 이름이 든 장부를 지워주게!”

태형은 말없이 지팡이를 쓸어내렸다.

“한 위원장. 당신의 목숨줄은 내일 아침 이전 서류가 법원에 제출되는 순간 결정됩니다.”

태형이 일어서며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당신이 쥔 권력으로 철혈의 방패가 되어주십시오. 법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묶어두는 한, 당신의 이름은 여론의 불길 속에 타지 않을 겁니다.”

“알겠네! 알겠네! 내 약속하지!”

한만길이 머리를 조아렸다.

대기업 금성을 파멸시키고 권력을 장악한 철혈단. 그들의 4막 ‘피의 결산’은 이제 여의도 국회의 핵심 법사위원장마저 자신들의 발밑에 복종시키는 완벽한 사법적 면죄부를 획득하고 있었다. 서울의 밤을 지배하는 진짜 주인의 권력은, 이제 밤거리를 넘어 대낮의 법과 제도마저 자신들의 지팡이 아래 완전히 통제하며 그 마지막 결말을 향해 비장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복수의 완성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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