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83화: 긴박한 타이머
수요일 새벽 2시 10분, 서울 강남 철혈 코퍼레이션 본사 빌딩 로비.
요란한 소리 대신 기계음만이 나직하게 흐르는 어두운 로비 안내 데스크 하부 전선 배관실 내부. 연소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와이셔츠 깃을 적시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복잡한 회로 기판 위에 붉은색 타이머 숫자가 분초를 째깍거리며 줄어들고 있는 사설 액체 폭탄이 가로놓여 있었다.
[ 02:45…… 02:44…… ]
마용칠의 불법 자금 추적을 통해 알아낸 폭약 매설 위치였다. 삼합회 놈들은 빌딩 지하 유통 전선 제어반에 정밀 원격 기폭 장치가 장착된 가스 폭약을 장착해 두었던 것이었다.
소희는 떨리는 손으로 정밀 니퍼를 들고 배선의 전압을 체크했다.
“파란색 전선은 메인 주파수 수신기 고정 배선이고, 녹색은 루프 전압 배선이야. 잘못 자르는 즉시 쇼트를 일으켜 격발된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파란색 전선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
탁-!
타이머의 붉은 불빛이 순식간에 꺼지며 폭탄의 숫자 점멸이 멈췄다.
“하아…… 하아윽…….”
소희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남 본사를 통째로 삼키려던 거대한 지옥의 불꽃이 단 2분 전 극적으로 저지된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인천 영종도의 바닷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최고급 프라이빗 요트 클럽.
유리 통창 너머로 성난 검은 바다와 정박해 있는 수십 억 대의 요트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가죽 재킷의 모자를 깊게 눌러쓴 임창수와 한정훈, 그리고 박마동이 요트 계류장의 어두운 선착장 뒷문을 가볍게 열고 잠입했다.
그들이 통로 복도 코너를 돌려던 찰나였다.
쉭-! 쉭-!
어둠 속에서 소음 권총의 가벼운 바람소리와 함께 첸 웨이의 직속 삼합회 자객 3명이 품에서 예리한 나비단검(Butterfly Knife)과 소형 돌격권총을 뽑아 들고 바람처럼 들이닥쳤다.
창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왼손에 쥔 단검으로 달려들던 자객의 손목을 베어 날려버렸다.
스윽-!
“……!”
자객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비틀거리자, 마동이 다가가 거대한 쇠망치로 자객의 턱밑을 강타해 지붕 천장 대들보로 날려 보냈다. 와장창 깨진 천장 판넬과 함께 자객이 쓰러졌다.
정훈은 벽면에 몸을 기대고 밀고 들어오는 남은 두 명의 자객의 명치와 허벅지에 정확하게 소음 탄환을 날렸다.
픽, 픽-!
두 명의 자객이 바닥에 쓰러지며 요트 클럽의 어두운 대리석 복도는 핏빛으로 젖어 들었다.
창수는 칼끝에 묻은 피를 수건에 닦아내며 전방의 펜트하우스 전용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정훈아, 놈들은 꼭대기 층에 있다. 올라가자.”
철혈단의 최정예 자객들이, 마침내 홍콩 삼합회의 심장 첸 웨이의 숨통을 끊어내기 위해 영종도의 어두운 요새 위를 향해 한 걸음씩 피 묻은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복수의 최종 결산이 눈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