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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80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80화: 망령들의 무덤 (3막 완)

일요일 밤 11시, 서울구치소 독방.

창틀마다 삼엄한 철창이 쳐진 비좁고 차가운 콘크리트 방안에서, 거대 제국의 황제라 불리던 오만수 회장이 수의(壽衣)를 찢어 만든 올가미를 목에 감은 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벽에 기댄 채 발견되었다. 평생 모은 돈과 권력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되고 수십 번의 종신형을 면치 못하게 된 거장의, 비참하고도 허망한 자살이었다.

그의 자살 뉴스는 다음 날 아침 모든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도배했다.

구치소 병실 안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그 뉴스를 보던 최진상은, 들고 있던 플라스틱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의 부러진 두 다리와 손목은 기괴한 보조기에 묶여 있었고,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지독한 절망과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

오만수가 죽음으로 책임을 회피한 지금, 장부의 모든 죗값은 오롯이 홀로 남은 최진상의 몫으로 굴러떨어질 터였다. 그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이 차가운 감옥 벽을 바라보며 썩어가야 했다.

“……끝났어…… 모든 게 끝났어…….”

최진상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리며 피눈물을 흘렸다. 3년 전 자신이 강태형에게 가했던 그 비열한 배신이, 이제 평생을 감옥에서 기어 다녀야 하는 비참한 죗값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


같은 시각, 강남의 철혈 코퍼레이션 대표 집무실.

태형은 말없이 TV 화면의 오만수 사망 뉴스 보도를 주시하다가 리모컨을 눌러 화면을 껐다. 그의 표정에는 미세한 미소 한 자락조차 없었고, 눈동자는 밤의 파도처럼 깊고 고요했다.

“오만수는 스스로 지옥을 택했군.”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진상이는 평생 감옥 벽을 보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소희가 곁으로 다가와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형님, 금성의 1차 복수는 완벽하게 집행되었어요. 하지만 오만수가 해외로 빼돌렸던 홍콩의 유령 회사 지분들과 스위스 은행의 잔여 비자금을 노리고, 홍콩의 거대 거물 삼합회 조직인 ‘삼합련’의 해결사들이 비공식적으로 서울에 입국하려 움직이고 있어요. 오만수의 남은 뼈다귀를 주워 먹겠다는 속셈이죠.”

태형의 입가에 피비린내 나는 서늘한 조소가 감돌았다.

“오만수의 뼈다귀는 이미 다 타버렸다. 놈들이 이 서울 땅의 철혈의 규칙을 가벼이 여긴다면, 그들이 흘릴 피로 이 거리를 다시 적셔주면 된다.”

태형은 지팡이 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오만수와 최진상의 몰락으로 3막 ‘균열과 전면전’의 핏빛 역사적인 장벽은 완료되었으나, 거대 기업 금성의 남은 해외 지분과 밤의 왕국을 완벽하게 지키기 위한 최후의 4막 ‘피의 결산’의 거대하고 웅장한 전쟁터가, 그들 앞에 거침없이 문을 열고 있었다.

철혈 코퍼레이션의 깃발 아래 뭉친 사내들의 핏빛 질주는, 이제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철혈의 규칙을 수립하기 위한 최종 결말을 향해 비장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왕국의 군주 강태형의 진짜 싸움은 이제 최종 결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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