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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8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8화: 가석방의 덫

강태형의 가석방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도소장에게 전달된 김 교수의 비자금 통장 몇 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겉으로는 조용한 모범수이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인 강태형을 내보내는 것에 대해 소장과 보안과장은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 금성그룹 본사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최진상은 이 사실을 결코 두고 볼 수 없었다.

“강태형이 가석방을 받는다고?”

최진상은 손에 쥔 고급 크리스탈 잔을 테이블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비서가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했다.

“예, 실장님. 교도소 내부의 모범수 추천 명단 최상단에 강태형의 이름이 올라갔습니다. 이대로 두면 다음 달 특별사면 대상자로 출소하게 됩니다.”

진상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 강태형이라는 남자의 괴물 같은 무력과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그였다. 그가 다리 병신이 되었다 한들, 사회로 기어 나오는 순간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터였다.

“청송에 연락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석방을 무산시켜. 그 안에서 영원히 썩게 만들든가, 아니면 시체가 되어 나오게 만들어.”

진상의 잔인한 명령이 떨어졌다.


며칠 뒤, 청송교도소의 식당.

식사 시간은 수백 명의 죄수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식판을 들고 절뚝거리며 걸어가던 강태형의 앞에 거대한 체구의 죄수 하나가 길을 막아섰다. 과거 서부파의 행동대장이자 교도소 내에서 난폭하기로 소문난 ‘불곰’ 곽태수였다.

곽태수는 일부러 발을 뻗어 태형의 앞길을 방해했다.

“어이, 다리 병신 새끼.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태형은 곽태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자는 평소 태형과 아무런 원한도, 접점도 없던 놈이었다. 갑작스러운 도발. 태형은 즉각 이것이 최진상의 사주를 받은 덫임을 깨달았다. 여기서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가석방은 물 건너가고 폭력 전과가 추가되어 독방행이 확정된다.

“비켜라.”

태형이 나지막이 말했지만, 곽태수는 비열하게 웃으며 태형의 식판을 거칠게 쳐서 엎어버렸다.

챙그랑-!

뜨거운 국물과 밥이 바닥으로 사방에 튀었다. 식당 안의 백여 명의 죄수들이 일제히 침묵하며 두 사람을 주목했다.

“병신 새끼가 귓구멍도 막혔나? 엎드렸으면 주워 먹어야지.”

곽태수가 발로 바닥의 밥을 짓이기며 시비를 걸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서부파 잔당 죄수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며 폭동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식당 구석의 교도관들은 이상하리만치 상황을 방조하며 뒤로 물러서 있었다. 이미 최진상의 자금에 매수된 간수들이었다.

태형이 주먹을 쥐었다. 터질 것 같은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머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내가 여기서 곽태수를 때리면 놈들이 파놓은 늪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때리지 않으면 놈들은 폭동을 일으켜 나를 칼로 찔러 죽이려 들겠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태형은 바닥에 엎어진 식판을 내려다보는 척하다가, 순식간에 고개를 들어 곽태수의 멱살을 잡았다.

“어라? 이 병신이 진짜……!”

곽태수가 주먹을 휘두르려던 찰나, 태형은 공격하는 대신 곽태수의 귀밑 급소를 손가락으로 강하게 찌르며 그의 귀에 대고 빠르게 속삭였다.

“최진상이 너한테 얼마를 약속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 받아봐야 네 가족들은 구경도 못 할 거다. 지금 네 아내와 아들이 사는 도봉구 연립주택 주소, 내가 불러줄까?”

곽태수의 주먹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동공이 공포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내 동생들이 이미 네 가족들 옆방에 방을 잡고 대기 중이다. 내가 오늘 여기서 징벌방에 들어가거나 칼에 찔리는 순간, 네 마누라와 자식새끼는 서울 바다에 가라앉는다. 선택해라. 최진상의 돈이냐, 네 가족의 목숨이냐.”

태형의 목소리는 너무나 낮아서 오직 곽태수에게만 들렸다. 그 안에는 장난이나 협박이 아닌, 진짜 어둠을 지배하는 자의 잔혹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곽태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땀을 뻘뻘 흘렸다. 그는 최진상의 제안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곽태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태형은 멱살을 잡은 손을 풀며 말했다.

“너희 조직 놈들이 간수들과 결탁해 폭동을 모의했다고 소장실에 자수해라. 무기들은 전부 식당 조리실 뒤에 숨겨놨다고 불어. 그럼 네 가족은 안전할 거다.”

곽태수는 멍하니 태형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어 행님을 몰라뵀습니다!”

갑작스러운 곽태수의 굴복과 사죄에 식당 안의 서부파 잔당들과 구석의 매수된 교도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 오후, 곽태수의 자수로 교도소 내 대규모 무기 밀반입 및 폭동 음모가 적발되었다. 보안과장은 이 음모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첩보를 제공한 공로로 모범수 강태형을 가석방 대상자 강력 추천 명단에 올렸다.

최진상이 파놓은 잔인한 덫은, 강태형의 냉철한 두뇌와 압도적인 판짜기 아래 오히려 그의 출소일을 앞당기는 디딤돌이 되었다.

지옥의 문이 닫히고, 마침내 지상으로 나갈 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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