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7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식
강태형이 청송교도소에 수감된 지 어느덧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흘렀으나 태형의 복수심은 단 한 순간도 식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차갑고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의 오른쪽 다리는 여전히 절뚝거렸지만, 마두식과의 혹독한 훈련 덕분에 이제는 다리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도 변칙적으로 몸을 띄우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몸은 불필요한 지방이 모두 걷혀 나가고 강철 같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도소 면회실.
두꺼운 아크릴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강태형과 한 사내가 마주 앉았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내는 반년 전 만기 출소했던 ‘독사’ 임창수였다.
“형님,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창수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주변의 교도관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였다.
“바깥 상황은 어떠냐.”
태형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의 두 눈은 칠흑처럼 깊었다.
창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품에서 접어온 신문 스크랩과 노트를 꺼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최진상 그 개새끼…… 이제 완전히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지난달에 금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성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습니다. 오만수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정계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얘기가 파다합니다.”
태형의 눈썹이 꿈틀했다. 양아치 깡패 새끼가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려고 하는구나. 권력의 정점으로 기어 올라가는 최진상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그리고…… 사채업계의 거물이었던 연 회장 아시지 않습니까? 그 노인네가 한 달 전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자연사로 처리됐지만 바깥 소문은 다릅니다. 최진상 짓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입니다. 연 회장이 쥐고 있던 사채 시장 지분과 자금들이 고스란히 금성그룹으로 흡수됐거든요.”
“연 회장의 딸은 어떻게 됐고?”
태형이 물었다.
“외동딸 연소희라고, 아버지가 죽기 전부터 사설 정보원 네트워크를 굴리던 영악한 계집애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자마자 최진상 일당의 추적을 피해 잠적했습니다. 지금 금성파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생사는 불명확합니다.”
태형은 아크릴 가림막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촉감이 손가락을 타고 전해졌다. 최진상은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며 완벽한 왕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김 교수 가족들은 어떻게 됐나.”
“형님이 알려주신 대로 제가 손을 썼습니다. 사설 경호원들을 붙여서 지난달에 안전하게 캐나다 밴쿠버로 출국시켰습니다. 최진상의 부하들이 공항까지 따라붙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따돌렸습니다. 김 교수 가족들은 지금 아주 안전합니다.”
태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잘했다, 창수야. 아주 큰 일을 해냈어.”
“형님,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징역 15년을 다 살고 나오기엔 최진상이 너무 멀리 가버립니다. 놈이 정계에 입문해서 면책특권이라도 쥐는 날에는 복수가 불가능해집니다.”
창수의 걱정은 타당했다. 감옥에서 15년을 다 채우고 나가면 최진상은 범접할 수 없는 권력자가 되어 있을 터였다.
“걱정 마라. 15년을 다 살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태형이 수화기를 꽉 쥐었다.
“교도소장과 보안과장 라인을 타고 가석방 심사를 통과할 거다. 요즘 특별사면과 가석방 요건이 완화되었지. 내가 지난 2년 동안 얌전하게 모범수 생활을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실제로 태형은 장필두 사건 이후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교도소 내부의 자질구레한 싸움을 중재하고, 교도관들의 지시를 군말 없이 따르며 완벽한 신뢰를 쌓아왔다. 다리가 불편한 모범수. 그것이 지금 강태형이 뒤집어쓴 가면이었다.
“김 교수가 숨겨둔 비자금 장부 중 아주 작은 일부를 교도소장에게 찔러줄 거다. 놈이 눈이 뒤집혀서 나를 가석방 대상자 명단 맨 위에 올리도록 만들겠다.”
창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략가 김 교수를 포섭한 효과가 벌써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저는 바깥에서 형님이 출소하시는 날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철혈의 기반을 다져놓겠습니다.”
“그래. 조만간 밖에서 보자.”
태형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면회실을 나서는 그의 등 뒤로, 복수의 거대한 서막이 붉게 끓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