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74화: 사냥꾼의 족쇄
수요일 새벽 2시 10분, 성북동의 어두운 골목길.
빗물에 젖은 앞 유리창 너머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강태형의 권총을 보며, 한태석 총경은 두 손을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그의 이마에서는 차가운 빗물보다도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태형은 왼손으로 문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조수석에 천천히 탑승했다. 그리고 권총구를 한 총경의 옆구리에 바짝 겨눈 채 지팡이를 대시보드 옆에 비스듬히 거치했다.
“차 출발해라. 서대문 방향으로 간다.”
태형의 나직한 명령에 한 총경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기어를 넣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강, 강 대표. 내가 잘못했네. 난 그냥 권영태 회장의 부탁을 받고 부하들을 보냈을 뿐이야…… 제발 살려주게. 나도 자네들의 장부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지워주면 금성그룹 법무팀의 약점을 전부 넘기겠네!”
한 총경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며 책임을 권영태에게 전가했다.
태형은 냉소하며 시선을 창밖의 어두운 도로변으로 돌렸다.
“한 총경. 당신의 비리 내역과 권영태가 보낸 청탁 전화 통화 내역은 이미 10분 전에 대검찰청 특별수사부 한강현 검사의 메인 시스템에 전송되었다.”
한 총경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자신의 경찰 권력이 무너지는 비참한 파멸이 눈앞에 닥친 것이었다.
“당신이 살길은 오직 하나다.”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한강현 검사에게 가서 권영태 회장이 자네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주고 나를 살해하라고 청탁한 사실을 자백하고 증언해라. 권영태의 목줄을 법적으로 완전히 죄어 끊는 스모킹 건이 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비리 경찰이자 살인교사 공범으로 평생 교도소 독방에서 썩게 될 거다.”
한 총경은 깨달았다. 여기서 태형의 제안을 거절하면, 자신에게 남은 퇴로는 영원한 파멸뿐이라는 것을.
“……알겠네. 증언하겠네. 검찰로 가게.”
결국 한 총경은 절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소희는 한 총경과 권영태 간에 오간 비밀 암살 모의 전화 통화 녹음 파일을 언론사와 인터넷 독립 커뮤니티에 일제히 폭로했다.
- [속보: 금성그룹 권영태 신임 회장, 현직 총경에게 암살 청탁 의혹 폭로]
- [대검찰청 특별수사팀, 권영태 회장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뉴스 채널의 붉은 헤드라인이 새벽하늘 아래에서 번쩍였다. 오성준에 이어 권영태마저 왕좌에 앉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도망치는Wanted 맨으로 전락하게 된 순간이었다.
태형은 수화기를 내린 채, 가만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3막의 모든 균열이 마침내 권영태의 목덜미를 완전히 움켜쥐는 철혈단의 완전한 승리로 수렴해가고 있었다. 복수의 최종 결산이 눈앞에 거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