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73화: 공성전의 덫
수요일 새벽 2시, 빗방울이 처량하게 내리는 성북동의 한옥 안전가옥.
경찰 전술복과 모자를 쓴 10여 명의 사내들이 소리 없이 옥벽 돌담을 타고 넘어 마당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과 경찰 진압용 삼단봉이 들려 있었다. 한태석 총경이 고용한 사설 해결사 팀이자 비리 형사들이었다.
“정문 진입조 확인. 침투한다.”
팀장의 수신호와 함께, 대원 두 명이 가옥의 목조 대문 잠금장치를 해킹하여 문을 밀어젖혔다. 기와지붕 아래의 어두운 마당은 칠흑 같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침투조가 대청마루 앞마당 한복판까지 진입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리리릭-!
마당 구석에 감춰져 있던 고출력 주파수 섬광기 서너 대가 일제히 백색 광선과 고음의 경보음을 사방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눈이 멀 것 같은 강한 불빛에 야간 투시경을 쓰고 있던 침투조원들의 시야가 완전히 하얗게 타버렸다.
“악! 내 눈!”
대원들이 투시경을 벗어 던지며 비명을 지르는 사이, 처마 밑에서 특수 최루가스 분사 장치가 작동하여 자욱한 황색 연기가 마당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콜록! 콜록! 가스다!”
연기와 섬광 속에서 철혈단의 그림자들이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흐읍-!”
대청마루 문을 부수고 나타난 거구의 박마동이 쇠망치를 휘둘렀다. 첫 번째 침투조원의 가슴팍에 쇠망치가 정확하게 박히며 콰직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놈이 마당 장독대로 날아가 처박혔다. 장독이 와장창 깨지며 깡패가 기절했다.
동시에 임창수는 연기 속을 바람처럼 가르며 단검으로 놈들의 허벅지와 어깨 힘줄을 스치듯 베어 넘겼고, 정훈은 2층 다락방 창문에서 비축용 기관단총으로 마당 아래 적들의 엄폐물을 사정없이 조준 사격했다.
탕, 탕, 탕-!
단 3분 만에 한태석 총경이 자랑하던 베테랑 해결사 팀은 피를 흘리며 마당 바닥에 뒹굴었다. 마당은 연기와 핏방울, 적들의 고통 섞인 비명으로 가득 찼다.
한편, 골목길 모퉁이에 시동을 끈 채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세단 안.
한태석 총경은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대원들의 다급한 비명 소리를 들으며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을 느꼈다.
- “형님! 덫입니다! 강태형이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아아악!”
무전기 소리가 뚝 끊기고 정적이 찾아왔다.
“제, 제길…… 함정이었어!”
한 총경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세단의 시동을 걸려 차 열쇠를 돌렸다.
하지만 시동이 채 걸리기도 전에, 운전석 옆창유리 너머로 툭, 툭 하는 일정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지팡이가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한 총경이 공포에 질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빗물에 젖은 앞 유리창 너머로, 검은색 가죽 코트 깃을 세운 강태형이 깊고 고요한 눈동자로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고, 왼손에는 장전된 소형 권총이 한 총경의 이마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한 총경의 손가락이 열쇠 구멍 근처에서 사시나무 떨듯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사냥개의 심장을 겨눈 복수귀의 핏빛 발걸음이, 이제 마지막 공모자들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