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70화: 마지막 체크메이트
월요일 새벽 1시 25분,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철혈 코퍼레이션 집무실 바닥.
허벅지 대동맥이 뚫린 채 피를 쏟아내며 신음하던 배강도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시끄럽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청와대 비서실장 신재현이었다.
태형은 옆구리와 어깨의 고통을 삼키며 지팡이를 짚은 채, 피 묻은 오른손으로 배강도의 휴대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신재현 실장님.”
태형의 나직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갔다. 순간, 수화기 너머의 무거운 침묵이 잠시 이어지더니 신재현의 날카롭고 다급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 “……강태형! 네놈이 어떻게 배강도의 전화를 받는 거냐! 배강도는 어딨어! 내 대원들은!”
“당신이 보낸 사냥개들은 방금 이빨이 전부 부러진 채 내 발밑에 누워 있습니다.”
태형이 바닥에 신음하는 배강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신 실장님. 당신이 대한가드를 통해 배강도에게 보낸 비자금 송금 내역서 원본과, 불법 무장 단체 결성 지시서의 암호 파일은 10분 전에 특수부 한강현 검사의 메인 시스템에 완벽하게 복사되어 전송되었습니다.”
- “이, 이 개새끼가…… 감히 날 상대로 협박을 해? 난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내가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네놈의 회사는 물론이고 목숨줄까지 흔적도 없이 날아가!”
“움직이실 손가락이 남아 있다면 그렇게 해보시지 오.”
태형이 창밖 정문 너머로 몰려오는 수십 대의 경찰차 붉은 사이렌 불빛을 보며 나직하게 웃었다.
“방금 대검찰청 특별수사대가 당신의 삼청동 사저 정문을 부수고 진입했습니다. 당신의 권력은 오늘 밤으로 끝입니다.”
- “안 돼…… 이럴 리가 없다! 권영태! 권영태 그 늙은 여우 새끼가 날 배신한 건가! 강태형! 네 이놈!”
신재현의 비명 섞인 폭언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동시에 거실 벽면의 텔레비전 화면 속 뉴스 속보 창이 요란하게 번쩍였다.
- [단독: 청와대 신재현 비서실장, 사설 해결사 팀 운영 및 내란 음모 혐의로 전격 긴급 체포]
- [대검찰청 특별수사팀, 청와대 비서실장실 및 삼청동 사저 압수수색 돌입]
오만수와 최진상에 이어, 금성을 떠받치던 정재계의 마지막 정점인 신재현마저 철혈단이 쳐둔 정보의 올가미 아래 허망하게 파멸의 늪으로 침잠한 순간이었다.
복도 쪽의 회색 연기가 걷히며, 깁스를 한 임창수와 한정훈이 상처를 움켜쥔 채 대표이사 집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뒤로, 휠체어에 앉은 박마동이 피 묻은 쇠망치를 무릎 위에 얹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님…… 끝났습니다. 배강도의 대원들은 전부 무력화시켜 한 검사 팀에 넘겼습니다.”
창수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태형은 지팡이 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고여 붉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으나,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세상을 굽어보는 포식자의 광채가 번뜩이고 있었다.
거대 기업 금성을 둘러싸고 정재계와 지하 세계를 쥐고 흔들던 거대한 거인들의 몰락. 마침내 3막 ‘균열과 전면전’의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가 철혈단의 완전한 승리로 그 거대한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밤의 왕좌는 이제 강태형과 철혈단의 아래 확고하게 군림하고 있었다. 결판의 최종 아크가 눈앞에 거대하게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