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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67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67화: 무덤이 된 요새

월요일 새벽 1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철혈 코퍼레이션 본사 빌딩.

빌딩 정문과 로비 주변에는 가로등 빛만이 쓸쓸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통행 차량마저 끊겨 을씨년스러운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15층 대표이사 집무실 안, 메인 제어반 모니터의 통신 전파 신호가 지지직거리며 이상 주파수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형님, 빌딩 반경 100m 이내의 모든 이동통신 주파수와 무선 전파가 잼(Jamming)을 당해 차단되었습니다. 배강도 놈들이 들이닥친 게 확실합니다.”

정훈이 노트북을 닫으며 비장하게 보고했다.

태형은 지팡이 머리를 쥔 채, 대표 가죽 의자에 깊게 기대어 앉아 묵묵히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는 묵직한 권총 두 자루가 장전된 채 나란히 놓여 있었다.

창수와 마동 역시 집무실 한쪽에 서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박마동은 다리와 어깨의 수술 부위에 단단한 붕대대를 여러 겹 감고 쇠망치를 꽉 움켜쥔 채 굳건하게 서 있었다. 절뚝거리는 강태형과 깁스를 한 임창수, 부상당한 한정훈과 휠체어에서 억지로 일어난 박마동. 만신창이가 된 철혈단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정훈아, 15층 방어벽 상태는 어떤가.”

태형의 질문에 정훈이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통로와 비상계단 진입로에 특수 크레모아(점토 폭약)와 섬광 배관 트랩 설치했습니다. 15층 비상 철제 셔터문은 고강도 합금으로 락을 걸어두었고요. 하지만 놈들은 군용 플라스틱 폭약을 사용해 방화문 자체를 날려버릴 겁니다.”

창수가 나이프 날을 바지에 슥 문지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흐흐, 군바리 새끼들이 강남 한복판에서 특수부대 전쟁을 벌이겠다 이거지. 오늘 밤, 이 빌딩을 놈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태형은 지팡이를 짚으며 가만히 일어섰다.

“오늘 밤,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여기서 놈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가 일궈낸 철혈의 성벽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내 뒤를 지키는 건 너희뿐이다.”

태형의 선언이 무겁게 집무실 안에 가라앉았다. 네 사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보육원 시절부터 목숨을 나누었던 의형제들의, 피로 맺어진 진짜 철혈의 맹약이 이 밤 강남 한복판에서 마지막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탁-!

그 순간, 집무실의 모든 형광등과 모니터 화면이 순식간에 꺼지며 펜트하우스가 암흑 속으로 침잠했다.

빌딩의 메인 변전실 전력이 배강도의 해킹과 물리적 파괴로 완전히 차단된 것이었다. 어두운 창밖 야경의 붉은 네온사인 불빛만이 희미하게 안을 비췄다.

쿵-! 쿠콰쾅!

저 아래 1층 로비와 지하 주차장 진입로 방향에서 둔탁한 폭음과 함께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강도가 이끄는 ‘검은 이빨’ 대원들이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채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타고 15층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격해 올라오는 최후의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복수의 결말을 향한 전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피비린내 나는 폭풍우의 소용돌이 속으로 마침내 폭발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결판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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