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62화: 부두의 포화
토요일 새벽 2시, 인천 남항의 철혈 코퍼레이션(구 금성로지스) 제2 물류창고.
바람이 거칠게 부는 어두운 항구 물류창고 주변에는 가로등 빛이 드문드문 켜져 있어 음침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창고 내부에 배치된 철혈단 소속 경비원 서너 명이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던 순간이었다.
쉭-! 쉭-!
어둠 속에서 가벼운 공기총 마찰 소리와 함께 경비원 두 명이 비명 한 자락 지르지 못하고 목덜미에 마취총과 실탄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 검은색 전술복에 전술 헬멧,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6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창고 사방의 그늘을 딛고 신속하게 침투했다. 신재현 비서실장의 직속 블랙옵스 팀 ‘검은 이빨’의 대원들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소음기가 장착된 Heckler & Koch MP5 기관단총이 들려 있었다.
대원들은 군대식 수신호로 일사불란하게 나뉘어, 창고 내부의 전산 제어반과 메인 물류 서버실로 접근했다. 그리고 특수 고열 테르밋(Thermite) 폭약을 배전반과 서버 캐비닛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창고 전체를 통째로 태워 철혈단의 핵심 유통 기반을 마비시키려는 작전이었다.
그때, 창고 입구 옆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던 은색 스타렉스 안.
망원 야간 조준경을 통해 창고 내부의 붉은 레이저 센서 오작동을 확인한 한정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창수 형, 놈들이 왔습니다. 침투 인원 6명. 특수부대식 진형입니다.”
창수가 입에 물고 있던 이쑤시개를 뱉으며 품에서 권총을 장전했다. 부러진 손목에 단단한 보호대를 덧댄 상태였다.
“군바리 새끼들, 밤공기가 매서운 줄 모르는구만. 길을 열자.”
두 사람은 스타렉스의 문을 살며시 열고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내렸다. 정훈은 군 시절 경험을 살려 놈들의 퇴로 역할을 할 주차장 모퉁이에 미리 점토 폭약을 약하게 매설하고, 창수는 나이프를 쥔 채 창고 뒷문으로 미끄러지듯 스며들었다.
픽, 픽, 픽-!
창고 안쪽 복도에서 배강도의 대원 한 명이 전방을 경계하며 걷던 찰나, 천장 배관 뒤에서 거꾸로 내려온 창수의 칼날이 놈의 전술 헬멧 아래 목덜미를 정확하게 그어버렸다.
스윽-!
“……!”
대원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자, 창수는 가볍게 놈의 MP5 총기를 낚아채 전방의 두 번째 대원을 향해 연사했다.
다다당-!
소음 총성이 울리며 두 번째 대원의 가슴에 탄환이 박혔다.
하지만 배강도의 대원들은 깡패들과 달랐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즉시 진형을 흩뜨리며 연막탄을 투척하고, 창수의 엄폐물을 향해 MP5 조준 사격을 가했다.
픽픽픽픽-!
창고 철제 선반에 총탄이 박히며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창수는 굴러서 상자를 엄폐 삼았으나, 어깨에 파편이 튀어 가벼운 찰상을 입었다.
그 순간, 창고 메인 게이트 방향에서 배강도 본인이 직접 권총을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창수의 위치를 포착하고 몸을 날리며 연속 사격을 가했다.
탕, 탕, 탕-!
배강도의 사격은 매서웠다. 창수는 왼쪽 허벅지에 스치는 총탄의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창수 형!”
정훈이 창고 이층 난간에서 권총을 쏘며 엄호했다.
탕, 탕-!
배강도는 가볍게 구르며 사격을 피한 뒤, 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서버 폭약 가동시키고 철수해라. 쥐새끼 두 마리는 둥지와 함께 태운다.”
배강도의 명령과 함께 대원들이 창고 뒷문 밖 대기 중이던 차량으로 신속하게 후퇴했다. 배전반에 설치된 테르밋 폭약의 도화선이 치익 소리를 내며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열의 백색 화염이 서버실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정훈은 황급히 2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쓰러진 창수를 부축해 창고 밖으로 달렸다.
그들 뒤로, 제2 물류창고 전체가 거대한 백색 테르밋 화염과 폭음 속에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길 너머 어둠 속에서, 배강도가 멀어지는 스타렉스를 차갑게 주시하며 헤드셋에 대고 나직하게 보고했다.
“신 실장님. 1차 타격 완료했습니다. 철혈의 인천 물류 기지는 완전히 불탔습니다.”
정부 실세 신재현이 보낸 무자비한 이빨 배강도. 그들의 특수 공작 아래, 철혈단은 출범하자마자 뼈아픈 타격과 함께 진정한 전면전의 폭풍우 속으로 깊숙이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불꽃은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