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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60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60화: 철창 뒤의 그림자 (3막 중반)

서울구치소 산하 형집행정지 VIP 병실 302호.

바깥의 비는 그쳤으나 구름 낀 서울의 하늘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휠체어에 앉은 최진상은 초조한 얼굴로 벽면의 낡은 벽시계를 주시하고 있었다. 구자명 변호사가 장부를 가지고 올 약속 시간에서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리리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그의 기밀 통화용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최진상은 허겁지겁 전화를 받아 귀에 대었다.

“구 변호사! 어떻게 됐어? 장부는 챙겼어? 지금 구치소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는 거야?”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구자명이 아닌, 피투성이가 되어 흐느끼는 그의 어시스턴트 변호사의 다급한 음성이었다.

뚝-.

전화가 끊어지고 뚜, 뚜 하는 나직한 기계음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최진상의 손에서 힘이 풀려 휴대폰이 바닥의 대리석 위로 툭 하고 떨어졌다. 그의 단정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고, 뱀처럼 차갑던 눈동자는 사시나무 떨듯 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이 쥔 최후의 동아줄이자 사법부를 향한 유일한 방패막이였던 법조계 뇌물 장부가, 강태형의 손에 완벽하게 쥐어진 것이었다.

철커덕-.

병실의 무거운 쇠문이 거칠게 열렸다.

교도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검은색 정장 차림의 한강현 검사가 두 명의 특별수사관들과 함께 들어섰다. 한 검사의 손에는 붉은색 검찰청 직인이 찍힌 형집행정지 취소 결정서와 긴급 체포 영장이 들려 있었다.

“금성그룹 전 기획실장 최진상 씨.”

한 검사의 목소리는 법의 칼날처럼 차가웠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당신이 관리하던 법조계 뇌물 리스트 원본 장부와, 박원식 의원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당신의 형집행정지는 오늘부로 전격 취소되었습니다. 추가로 연호성 회장 암살 교사 및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영장 집행합니다. 즉시 남부교도소 독방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수사관들이 최진상의 부러진 다리 위로 휠체어 고정 장치를 풀고, 그의 양손에 차가운 은빛 수갑을 채웠다.

“안 돼…… 강태형…… 강태형 그 개새끼를 잡아…… 놈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최진상이 휠체어 위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었으나, 수사관들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그를 휠체어째로 밀고 복도 밖으로 나섰다.

구치소 복도의 창유리 너머로, 저 멀리 서울 강남의 화려한 빌딩 숲 사이에 우뚝 솟은 철혈 코퍼레이션 본사 빌딩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최진상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3년 전 자신이 강태형에게 가했던 그 잔혹한 배신과 음모가, 이제 평생을 다리를 절며 차가운 감옥 벽을 바라보아야 하는 비참한 죗값이 되어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었다.

최진상의 왕국은 철창 뒤로 그렇게 영원히 매장되었다. 철혈단은 이제 오만수와 최진상이라는 과거의 망령들을 완전히 짓밟고, 서울의 어두운 밑바닥을 지배하는 유일한 왕으로 우뚝 서기 위한 마지막 전쟁의 질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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