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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57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57화: 사신의 최후

빗물 섞인 피가 대리석 바닥의 깨진 유리를 타고 붉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읍-!”

빅토르 최가 마지막 남은 갈비뼈의 통증을 짓누르며 빗속으로 도약했다. 그의 왼손에 쥔 단검이 은빛 궤적을 그리며 태형의 목덜미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들었다. 피할 수 없는, 완벽한 사선의 침투였다.

하지만 태형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자신의 왼쪽 어깨를 빅토르 최의 칼날 앞에 내밀었다.

푸학-!

단검이 태형의 왼쪽 어깨뼈 정중앙을 깊숙하게 관통했다. 뼈와 살이 찢기는 끔찍한 고통이 가해졌지만, 태형은 비명 한 자락 지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왼손이 칼날을 쥔 빅토르 최의 팔목을 강철 같은 악력으로 움켜쥐어 고정해 버렸다.

“……!”

빅토르 최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팔이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것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사냥개의 발을 묶은, 태형의 무자비한 동귀어진(同歸於盡) 전술이었다.

“끝이다, 빅토르.”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리는 순간, 그의 오른손에 쥔 지팡이가 허공을 갈랐다. 지팡이 손잡이 끝의 날카로운 강철 침이 빅토르 최의 심장 정중앙을 가차 없이 관통해 찔러 넣었다.

푸학-!

강철 침이 빅토르 최의 등을 뚫고 나올 정도로 깊숙이 꽂혔다.

빅토르 최는 입으로 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태형의 어깨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그의 탁하던 눈동자가 서서히 풀려가며, 그 안에 처음으로 기묘한 존경과 패배의 빛이 어려왔다.

“……네가…… 진짜…… 괴물이군…….”

빅토르 최가 피 섞인 숨을 내쉬며 중얼거린 뒤, 그의 손가락에서 힘이 풀렸다. 그의 거구가 콘크리트 바닥 위로 털썩 쓰러지며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러시아 극동을 지배하던 사신 빅토르 최의, 비참하고도 허망한 종말이었다.

“형님! 형님!”

태형 역시 어깨와 옆구리의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던 찰나, 밧줄에서 풀려난 연소희가 달려와 그의 몸을 부축했다.

그때, 폐공장 정문 입구로 전조등 불빛이 번쩍이며 스타렉스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임창수와 한정훈이 총을 쥔 채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형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기어코 뒤를 쫓아온 그들이었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빅토르 최 이 새끼…… 죽었군.”

창수가 바닥에 쓰러진 빅토르 최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정훈은 급히 태형의 어깨 상처를 지혈하며 소희와 함께 그를 부축했다.

태형은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바닥에 쓰러진 사신의 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장 위험했던 밤의 그림자 빅토르 최는 제거되었으나, 태형은 머릿속으로 구치소 병실 안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 최진상의 얼굴을 떠올렸다.

“진상아…… 이제 네 차례다.”

태형은 흐릿한 의식 속에서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마침내 3막의 첫 번째 거대한 장벽이 허물어졌고, 철혈단은 이제 지옥에서 밧줄을 당기던 최진상의 심장을 직접 겨냥하며 어두운 서울을 향해 비장하게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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