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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55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55화: 사신의 둥지

금요일 새벽 1시 40분, 인천 남동공단 외곽의 폐화학공장.

공장은 오랫동안 버려져 녹슨 강철 파이프와 깨진 창틀 사이로 들이치는 빗소리로 기괴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매캐한 유황 냄새와 석유 잔여물 냄새가 빗물과 뒤섞여 폐허 내부의 무거운 공기를 찌르는 밤이었다.

탁-. 탁-. 탁-.

지팡이가 콘크리트 바닥의 깨진 유리를 밟을 때마다 서늘한 파열음이 침묵을 깨뜨렸다.

태형은 낡은 검은색 오버코트 깃을 세운 채, 굳게 입을 다물고 공장의 거대한 중앙 작업장 내부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의 한쪽 다리는 절뚝거렸지만, 짚고 있는 지팡이는 대리석 기둥처럼 단단하게 중심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가 중앙 작업장에 도달했을 때, 천장에 매달린 녹슨 도르래 아래 줄에 묶여 있는 연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밧줄로 단단히 결박된 채 의자에 묶여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눈물을 흘리며 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희야.”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린 순간, 소희의 등 뒤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빅토르 최였다.

그는 낡은 가죽 코트를 입은 채, 한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고 조용히 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한쪽 다리에는 창수가 가했던 아킬레스건 부상의 여파로 굵은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으나, 그가 뿜어내는 살기는 여전히 매서웠다.

“정각에 맞춰 왔군, 강태형.”

빅토르 최의 갈라진 음성이 폐허 안을 울렸다.

“사신이 파놓은 덫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멍청한 사냥감이라…… 널 오만수가 보낸 쓰레기들과 같게 봐선 안 되겠지.”

태형은 지팡이 끝을 바닥에 고정하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오만수는 이미 쓰러졌다. 네 주인이 감옥에 처박혔는데, 사냥개가 왜 여전히 총을 쥐고 있나.”

빅토르 최의 입가에 차가운 냉소가 번졌다.

“내 주인은 오만수가 아니다. 오만수 뒤에서 줄을 당기던 휠체어 위의 최진상…… 그놈이 박원식의 차명 계좌를 통해 나에게 마지막 의뢰를 보냈다. 널 죽이고 여자의 목을 베면 내 계약은 완결된다.”

태형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굳어졌다. 역시 최진상이 배후에 있었다.

“진상이가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군.”

“꿈이 아니다. 넌 오늘 밤 여기서 개처럼 죽을 것이고, 네가 강남에 세운 성벽은 최진상의 칼날 아래 법적으로 무너져 내릴 거다.”

빅토르 최가 서서히 총구를 태형의 이마를 향해 들어 올렸다.

“3년 전 인천 부두의 빚을 여기서 갚아주지.”

태형은 말없이 코트 품속으로 손을 뻗어 숨겨둔 소형 권총의 노리쇠를 장전했다.

철컥-.

자욱한 유황 냄새와 비바람 치는 폐공장 안, 마주 선 두 복수귀의 눈빛이 마침내 최후의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최종 결판의 단판 승부가, 이 어두운 지옥의 둥지 안에서 폭발하려 하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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