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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53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53화: 권력의 붕괴

국세청 세무조사관들이 철혈 코퍼레이션의 사무실 캐비닛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봉인하려던 찰나, 팀장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따르릉! 따르릉!

팀장이 인상을 쓰며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다급하고 분노에 찬 고함이었다.

“예? 청장님, 지금 한창 조사를 집행 중입니다만…….”

팀장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전화를 끊고 멍하니 태형을 바라보았다.

태형은 여전히 지팡이를 짚은 채, 미동조차 없이 조관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연소희는 노트북을 닫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철수합니다. 봉인 다 해제해!”

조사관들이 당황하며 서둘러 서류 상자를 챙겨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15층을 점거했던 법의 칼날이, 태형이 던진 정보의 폭탄 아래 단 10분 만에 허망하게 꺾여 나간 것이었다.


같은 시각, 빌딩 1층 로비.

도도철이 이끄는 금성파 잔당 30여 명과 임창수의 철혈단 경비원들의 싸움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로비 바닥은 깨진 유리 파편과 핏방울로 가득했다.

깁스를 한 창수가 왼손 삼단봉으로 도도철의 쇠파이프격을 겨우 막아내며 뒤로 밀려났다.

“크윽…….”

창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피를 닦았다. 수적인 열세와 부상으로 인해 철혈단의 방어선이 서서히 무너지려던 찰나였다.

띵-.

로비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휠체어에 탄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에 깁스와 흰 붕대를 칭칭 감았으나, 그의 손에는 묵직한 거대 쇠망치가 들려 있었고, 두 눈에는 굶주린 야수의 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박마동이었다. 마동은 수술 부위가 터지는 고통을 감수하고 휠체어 바퀴를 직접 굴리며 로비 중앙으로 나섰다.

“이 양아치 새끼들이 어디라고 짖어대냐.”

마동의 포효 같은 고함이 1층 로비 전체를 진동시켰다.

마동은 휠체어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다가오던 첫 번째 깡패의 가슴팍에 쇠망치를 그대로 내리꽂았다.

퍽-!

“끄아악!”

깡패가 대리석 바닥을 쓸며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마동의 괴력은 부상 중임에도 상상을 초과하고 있었다.

동시에, 도도철의 휴대폰으로 다급한 연락이 전해졌다.

“형님! 박원식 의원이 검찰에 체포됐답니다! 철혈 15층 압수수색도 취소됐어요! 우린 낙동강 오리알 됐습니다! 당장 튀어야 합니다!”

박원식의 체포 소식에 도도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들을 받쳐주던 정계의 거대 방패가 순식간에 날아간 것이었다.

“철수해! 철수!”

도도철이 비명을 지르며 쇠파이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하자, 기가 꺾인 금성파 잔당들이 무기를 내팽개치고 빌딩 정문을 향해 허겁지겁 도망쳐 나갔다.

로비 안에는 비명 소리가 멎고, 철혈단 대원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남겨졌다. 창수와 마동은 서로를 바라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한편, 빌딩 정문 맞은편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

낡은 검은색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사내가 어둠 속에 서서 철혈 코퍼레이션 빌딩 로비의 상황을 물끄러미 주시하고 있었다. 빅토르 최였다. 그의 한쪽 다리는 여전히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미세하게 절뚝거렸으나, 그의 눈 속에 깃든 지독한 살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채 푸른 칼날처럼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빅토르 최는 품속의 탄환을 매만지며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권력의 붕괴 속에서도, 사신의 개인적인 사냥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좁혀들고 있었다. 복수의 결말을 향한 전쟁은 점점 더 예측 불허의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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