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철혈의 맹약51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51화: 지옥에서 온 밀사 (3막 시발)

서울구치소 산하 형집행정지 VIP 병동 302호.

창틀마다 삼엄한 쇠창살이 쳐진 1인실 병실 안에서, 양 무릎에 무거운 철제 보조기를 찬 최진상이 휠체어에 앉아 무표정하게 창밖의 비 내리는 구치소 연병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때 금성그룹 기획실장으로 세상을 쥐락우락하던 세련미는 사라지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깊게 팬 볼이 그의 비참한 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스르륵-.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사내가 정장 차림으로 비밀리에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마스크를 벗자 드러난 얼굴은, 금성그룹의 오랜 후원자이자 정계의 실세인 여당 국회의원 박원식이었다.

박원식은 굳은 표정으로 병실 문이 잠기는 것을 확인한 뒤, 최진상의 앞에 섰다.

“최 실장. 오만수 회장과 오성준 부사장까지 구속된 마당에, 나보고 여기를 직접 오게 만들다니 정신이 있는 건가? 내 이름이 든 뇌물 장부가 검찰 한강현 검사 손에 들어가서 나도 목숨이 간당간당해!”

최진상은 비죽이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박 의원님. 그렇게 겁을 먹으시니 오만수 회장이 쓰러진 겁니다. 한강현이가 쥔 장부는 아직 복사본일 뿐이고, 국회 청문회와 법사위를 흔들어 수사팀을 해체하면 그만 아닙니까? 우리가 살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장부의 실물 발신지인 강태형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겁니다.”

박원식이 한숨을 푹 쉬며 휠체어 옆에 주저앉았다.

“강태형이 그놈은 이미 강남에 ‘철혈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금성그룹의 지하 지분을 합법적으로 인수해 밤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어. 그놈의 뒤에는 연소희와 사설 정보망까지 붙어 있어 꼬리를 잡기 쉽지 않네.”

“정계의 힘을 쓰십시오.”

최진상의 눈동자에 지독한 독기가 서렸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을 움직여 철혈 코퍼레이션을 탈세 및 불법 자금 유통 혐의로 즉시 특별 세무조사와 압수수색을 때리십시오. 놈들이 법적으로 꽁꽁 묶여 우왕좌왕하는 사이, 오만수 회장의 직속 해결사였던 뱀들을 풀어 육체적으로 찢어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빅토르 최가 서해 바다로 사라진 뒤 생사여부가 불분명하지 않나? 놈 없이 강태형과 그 부하들을 제압할 수 있겠어?”

최진상은 품속에서 수건에 싸인 작은 탄환 마크 사진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빅토르 최는 살아 있습니다. 놈은 오만수의 돈이 아닌, 강태형에게 당한 패배의 대가를 피로 갚기 위해 서울의 어둠 속에서 칼을 갈고 있습니다. 제가 의원님의 차명 계좌를 통해 빅토르 최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은밀히 전송해 두었습니다. 놈이 철혈의 숨통을 끊어줄 겁니다.”

박원식은 최진상의 지독하고 치밀한 구상에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일 오전 국회 법사위 임시 회의에서 대검찰청 수사팀의 표적 수사를 규탄하고, 동시에 철혈 코퍼레이션을 압박하도록 국세청장을 조용히 만나지.”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최진상이 휠체어 손잡이를 부서질 듯 움켜쥐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복수를 향한 지독한 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구치소 병실이라는 지옥의 구석방에서, 강태형의 목을 죄기 위한 두 번째 거대한 음모의 덫이 서울 정계와 지하 세계를 향해 동시에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3막 ‘균열과 전면전’의 폭풍우가, 마침내 강남의 화려한 하늘 위로 불길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