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5화: 피의 세례
청송교도소의 밤은 죽음처럼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차가운 바람 소리만이 가끔 벽을 두드릴 뿐이었고, 복도의 불빛은 희미하게 흔들렸다.
강태형은 어두운 징벌 독방에서 홀로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마두식이 전수한 변칙 무술의 원리를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하는 중이었다.
'다리를 잃었다면 몸의 회전축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어깨와 골반의 탄력을 극대화해 주먹에 체중을 싣고, 지면에 닿은 단 하나의 다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 스프링처럼 튀어나가라.'
태형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 순간,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고요한 복도를 깨웠다.
철컥.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독방의 문이 열릴 리가 없었다. 간수의 야간 순찰 시간이 아니었다. 태형은 소리 없이 벽에 몸을 밀착했다.
조용히 열린 철문 틈새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기어 들어왔다. 희미한 달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것은 날카롭게 벼린 쇠꼬챙이였다. 그림자의 정체는 최근 교도소 내로 이송되어 온 악명 높은 청부 살인업자, ‘도살자’ 장필두였다.
최진상이 태형을 확실하게 끝장내기 위해, 교도관 일부를 매수하여 독방 문을 열어주고 살인마를 밀어 넣은 것이 분명했다.
장필두는 징벌방 침상을 향해 조용히 접근했다. 담요가 뭉쳐져 있는 곳을 향해 그가 사정없이 쇠꼬챙이를 내리꽂았다.
푸학-!
하지만 담요 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필두의 눈이 크게 떠지는 찰나, 어둠 속에서 태형이 날아올랐다.
“컥!”
태형은 성한 왼쪽 다리로 벽을 강하게 차고 도약하여,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장필두의 목덜미를 양팔로 휘감았다. 두 사람의 몸이 좁은 독방 바닥으로 요란하게 굴렀다.
쿵! 콰당!
“이 새끼가……!”
장필두는 베테랑 살인마답게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쇠꼬챙이를 휘둘렀다. 좁은 공간이었기에 칼날은 더욱 위협적이었다. 서걱, 소리와 함께 태형의 가슴팍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태형은 신음을 삼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오른쪽 무릎이 비명을 질렀지만, 마두식의 조언을 떠올렸다.
'다리는 서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적을 무너뜨리기 위한 덫이다.'
태형은 일부러 오른쪽 다리를 힘없이 절뚝이며 뒤로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장필두는 기회를 잡았다고 확신하며 태형의 심장을 향해 쇠꼬챙이를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죽어라, 강태형!”
바로 그 순간, 태형의 상체가 채찍처럼 휘어졌다. 쓰러지는 궤적을 그리던 몸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이며 장필두의 찌르기를 비꼈다. 동시에 태형의 왼손이 장필두의 무기를 쥔 손목을 낚아챘고, 오른손은 장필두의 팔꿈치 관절을 역방향으로 꺾어 올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비명이 독방 안을 찢었다. 뼈가 완전히 어긋난 장필두의 손에서 쇠꼬챙이가 떨어졌다. 태형은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낚아채지 않았다. 대신, 마두식에게 배운 가장 파괴적인 근접 타격 기술을 쏟아냈다.
태형은 외다리로 서서 골반을 비틀어 극대화된 회전력을 만들어냈다. 그의 묵직한 주먹이 장필두의 안면과 턱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빡! 퍽! 콰직!
살이 터지고 이빨이 부러져 나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잔인하게 울렸다. 장필두는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샌드백처럼 얻어맞았고,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떡으로 변해갔다.
마지막으로 태형은 장필두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짓눌렀다. 그리고 장필두의 부러진 팔을 등 뒤로 꺾어 고정했다.
“누가 보냈냐.”
태형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저승사자의 음성 같았다. 장필두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헐떡였다.
“최…… 최진상 실장이…… 네 다리마저 완전히 분질러서 시체로 만들라고…… 끄학!”
태형은 대답을 듣자마자 장필두의 남은 팔마저 꺾어버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단순한 보복이 아니었다. 최진상에게 보내는 경고였다.
소란을 듣고 그제야 간수들이 철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손전등 불빛이 독방 안을 비추었다. 널브러진 핏자국과 양팔이 꺾인 채 기절한 장필두,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어둠 속에 서서 간수들을 차갑게 쏘아보는 강태형의 모습이 드러났다.
매수되었던 간수들은 태형의 눈빛을 마주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 뒷걸음질 쳤다. 감히 그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강태형은 간수가 떨어뜨린 펜과 종이를 천천히 주워 올렸다. 그리고 장필두의 피를 손가락에 묻혀 종이에 붉은 글씨를 적어 내렸다.
[기다려라, 최진상.]
태형은 그 종이를 간수의 가슴팍에 툭 던졌다.
“이거 진상이한테 전해라. 전하지 않으면, 다음은 네놈들 차례다.”
간수는 사들린 자금을 포기하고라도 이 괴물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형은 피로 물든 방 한가운데서 숨을 골랐다. 이 잔혹한 습격은 그에게 절망이 아닌, 복수의 칼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피의 세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