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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4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4화: 새로운 동맹, 그리고 귀인

독방에서의 한 달은 지옥의 용광로와 같았다.

강태형은 마침내 운동장에 나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햇살은 눈이 시릴 정도로 눈부셨지만, 운동장을 채운 차가운 공기는 여전히 교도소 특유의 삭막함을 담고 있었다. 태형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운동장 구석의 벤치로 향했다. 그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부자연스러웠지만, 독방에 들어가기 전보다 몸집은 더 단단해져 있었고 기세는 한층 더 날카로워져 있었다.

운동장의 모퉁이,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매서운 눈빛을 빛내는 노인. 하지만 그의 골격은 웬만한 장정보다 컸고, 풍기는 위압감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마두식. 과거 서울 밤거리를 삼분했던 전설적인 거물 조직 '동화파'의 두목이었다.

오만수 회장이 이끄는 금성파가 급성장하던 시기, 마두식은 오만수의 달콤한 배신과 음모에 말려 조직이 공중분해 되었고, 가족들마저 의문의 사고로 잃은 채 이곳 청송에서 10년째 복역 중인 산송장이었다.

마두식은 천천히 걸어오는 태형을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네놈이 강태형이냐?”

마두식의 굵직한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태형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마주 보았다.

“그렇습니다.”

“소문은 들었다. 금성파의 사냥개가 뼈가 부러진 채 버려져 이곳까지 기어 들어왔다고. 오만수 그 늙은 여우 놈 밑에서 개처럼 일하더니, 결국 나처럼 버림받았군 그래.”

마두식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동병상련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오만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태형의 미간이 좁혀졌다.

“저는 사냥개가 아닙니다. 그리고 반드시 제 손으로 그놈들의 목을 딸 겁니다.”

태형의 대답에 마두식은 껄껄 웃었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이내 멈췄고, 그의 눈에 서릿발 같은 살기가 서렸다.

“목을 따겠다고? 저는 다리로 무슨 수로? 오만수 곁에는 네가 알던 놈들보다 훨씬 강하고 잔혹한 사냥개들이 널려 있다. 다리 병신이 된 네놈이 서울 땅을 밟기도 전에 대가리가 깨질 거다.”

마두식이 손가락으로 운동장 한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교도소 내에서 악명 높은 칼잡이로 통하는 죄수 셋이 태형을 노려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최진상이 교도소 외부에서 보낸 자금으로 매수된 자들이었다.

“증명해 봐라, 강태형. 네놈이 정말 복수를 할 자격이 있는 놈인지, 아니면 그냥 입만 살아있는 절름발이 똥개인지.”

마두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명의 죄수가 주머니에서 날카롭게 간 칫솔 뼈대와 쇠붙이를 꺼내 쥐고 달려들었다.

“죽어라, 절름발이 새끼야!”

첫 번째 사내가 뾰족한 칫솔을 태형의 목덜미를 향해 찔러왔다.

태형은 피하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해 좌우 회피 기동은 무리였다. 그는 오히려 몸을 앞으로 던졌다. 상대의 무기가 닿기 직전, 태형은 왼손으로 찌르는 손목을 걷어내고, 오른손 바닥으로 상대의 코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빡-!

코뼈가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뒤이어 다른 두 명이 동시에 양옆에서 덮쳐왔다. 태형은 으스러진 오른쪽 다리를 축으로 삼아 억지로 몸을 회전하려 했으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목을 잡아채며 중심이 무너졌다.

“크윽!”

태형이 무릎을 꿇는 순간, 쇠붙이가 그의 옆구리를 긁고 지나갔다. 붉은 피가 죄수복을 적셨다.

“끝났다, 이 새끼야!”

두 죄수가 승기를 잡았다는 듯이 무기를 치켜들었다.

그때, 마두식의 목소리가 태형의 귀를 때렸다.

“중심을 다리에 두지 마라! 네 다리는 지지대가 아니다. 몸 전체를 스프링처럼 써라! 쓰러지는 각도를 이용해 힘을 실으란 말이다!”

그 찰나의 조언이 태형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쳤다.

태형은 억지로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러지는 관성을 그대로 이용해 몸을 바닥으로 눕히며, 성한 왼쪽 다리로 다가오는 사내의 무릎 뒤 오금을 강하게 걷어찼다.

퍽!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사내의 머리를 향해, 태형은 자신의 상체 무게를 모두 실어 팔꿈치를 내리찍었다.

쾅-!

바닥에 머리를 찧은 사내가 그대로 기절했다. 마지막 남은 한 놈이 겁에 질려 칫솔을 쥐고 벌벌 떨었다. 태형은 바닥을 기어 상대의 발목을 낚아챈 뒤, 단숨에 꺾어버렸다.

우드득!

“아아아악!”

운동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세 명의 습격자가 단 몇 분 만에 바닥에 뒹굴었다. 교도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태형은 옆구리의 상처를 움켜쥔 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두식을 바라보았다.

마두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조롱이나 시험이 아니었다. 진정한 야수를 마주한 사냥꾼의 경외감이 담겨 있었다.

“합격이다.”

마두식이 태형의 어깨를 묵직하게 짚었다.

“네 다리는 이제 약점이 아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할 궤도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지. 내가 남은 시간 동안 내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네놈에게 주마. 대신 조건이 있다.”

태형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조건이…… 뭡니까?”

“오만수와 최진상의 목을 잘라, 내 가족들의 무덤 앞에 바쳐라.”

태형의 입가에 핏빛 섞인 미소가 번졌다.

“약속합니다.”

어둠 속에서 고립되어 있던 강태형에게, 복수를 위한 가장 든든한 동맹이자 스승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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