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3화: 지옥의 독방과 짐승들의 법칙
청송 제2교도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이 모이는 막다른 길이었다. 붉은 벽돌 장벽과 그 위를 칭칭 감은 가시철조망, 사방에서 감시하는 무장 교도관들.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 바깥세상의 규칙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강태형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쇠창살 복도를 걸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무릎에서 찌릿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로 직행했다. 목발은 압수당했고, 그는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교도관이 태형의 등을 거칠게 밀치며 철문을 열었다.
“7번방이다. 들어가서 조용히 지내라. 시끄럽게 굴면 바로 징벌방이다.”
철문이 쾅 닫히고 자물쇠가 철컥 잠겼다.
좁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 안에는 이미 대여섯 명의 죄수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몸에는 흉측한 문신들이 가득했고, 새로 들어온 태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사냥감을 발견한 짐승 같은 번득임이 서려 있었다.
방의 상석에 앉아 있던 덩치 큰 사내가 천천히 일어났다. 온몸에 칼자국이 가득한, 조직폭력배 출신의 ‘독사’ 임창수였다.
“어라? 이게 누구야. 금성파의 절대적인 칼, 강태형 형님 아니신가?”
임창수가 비아냥거리며 다가왔다.
“소문은 들었어. 형님 의리로 살다 친구한테 다리 작살나고 깜빵까지 흘러 들어오셨다고. 그런데 어쩌나? 여기는 금성파의 강태형이 아니라, 그냥 절름발이 병신 하나가 기어 들어온 것 같은데.”
사내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태형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칠흑처럼 어두웠고,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 차가운 침묵이 오히려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말귀를 못 알아먹나? 병신이 들어왔으면 신고식부터 해야지.”
임창수의 짓이겨진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순식간에 주먹을 뻗어 태형의 얼굴을 노렸다.
쉭-!
주먹이 태형의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다리가 불편한 상태였지만 태형의 반사신경은 죽지 않았다. 태형은 고개를 살짝 젖혀 주먹을 피하는 동시에,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그대로 임창수의 턱밑을 향해 오른쪽 팔꿈치를 치켜올렸다.
턱-!
“커흑!”
비명과 함께 임창수가 뒤로 주춤거렸다. 태형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으스러진 무릎의 고통을 억누르며, 벽을 짚고 몸을 띄워 왼쪽 발로 임창수의 가슴을 걷어찼다.
쿵!
거대한 덩치가 벽에 부딪히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방 안의 죄수들이 경악한 눈으로 태형을 바라보았다.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 되었음에도, 강태형이라는 남자의 전투 본능은 살아있는 괴물 그 자체였다.
“이, 이 개새끼가! 쳐라! 죽여버려!”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난 임창수가 소리를 질렀다. 세 명의 죄수가 일제히 태형에게 달려들었다.
좁은 방 안에서 개싸움이 벌어졌다. 태형은 한쪽 다리가 고정되어 움직임이 심하게 제한되었다. 상대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그의 어깨와 옆구리에 꽂혔다.
퍽! 팍!
태형은 신음을 참으며 벽에 등을 기대어 사각지대를 없앴다.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한다면, 상체와 손기술만으로 상대를 압도해야 했다. 태형은 달려드는 놈들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바닥에 메치고,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급소를 가격하는 등 실전용 살상 기술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법과 규칙이 없는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 하나, 더 잔혹한 야수가 되는 것뿐이었다.
방 안은 순식간에 피칠갑이 되었다. 결국 세 놈이 이빨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나간 채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 태형 역시 입술이 터지고 옆구리에 시퍼런 멍이 들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임창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 해볼 테냐?”
태형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임창수는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 감히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철문의 감시창이 열리며 교도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뭔 소리야! 조용히 안 해?”
소란이 커지자 기동순찰대원들이 철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그들은 방 안의 처참한 꼴을 보고 혀를 찼다.
“신입 강태형. 징벌방으로 간다. 따라와.”
태형은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이 방에 있어 봐야 최진상의 사주를 받은 놈들의 습격은 계속될 터였다. 오히려 독방이 그에게는 복수를 준비할 완벽한 은신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태형은 0.75평의 비좁은 독방, 지옥 중의 지옥에 갇혔다.
독방의 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태형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쓸어내렸다. 뼈는 엉망으로 붙어 뒤틀려 있었고, 힘을 주면 통증이 뼈를 관통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체를 강철처럼 만들면 된다. 한 걸음 내딛는 법부터 다시 배운다.’
태형은 독방의 좁은 벽을 짚고 일어섰다. 그리고 한쪽 다리로 서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시작했다.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는 주먹으로 시멘트 벽을 내리치며 정권을 단련했고, 푸쉬업과 코어 운동을 쉬지 않고 반복했다.
최진상이 심어놓은 절망 속에서, 강태형은 자신만의 철혈(鐵血)을 벼려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만이 칼날처럼 번뜩였다. 지옥의 법칙은 간단했다. 약한 자는 먹히고, 강한 자는 지배한다. 태형은 이 지옥의 지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