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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45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45화: 폭풍우 속의 이탈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수십 대의 경찰차 전조등 불빛이 어두운 부두 진입로를 백색 광선으로 어지럽게 찌르기 시작했다.

“경찰이다! 후퇴한다!”

정훈이 부상을 입은 어깨를 움켜쥔 채 외쳤다. 그들의 은색 스타렉스는 이미 범퍼가 깨지고 보닛이 박살 나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상태였다. 유일한 퇴로는 선착장 끝에 정박해 엔진 소리를 내뿜고 있는 밀항 목선 ‘광성호’뿐이었다.

“타라!”

태형의 짧은 지시에 따라, 정훈과 창수는 선착장 난간을 넘어 흔들리는 목선 갑판 위로 몸을 던졌다. 태형 역시 지팡이를 단단히 딛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날렵하게 갑판 위에 올라섰다.

배 위에 있던 밀항 선장은 갑작스러운 피투성이 사내들의 탑승에 기겁을 했다.

“뭐, 뭐야! 당신들 누구야! 내 배에서 내려!”

창수가 왼손에 쥔 피 묻은 나이프를 선장의 목덜미에 바짝 들이댔다. 그의 매서운 눈빛에 선장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입을 다물었다.

“닥치고 배 출발시켜. 10초 준다. 안 움직이면 배 키에 네 피를 칠하게 될 거다.”

“아, 알겠습니다!”

선장이 황급히 엔진 레버를 끝까지 당겼다.

두두두두-.

디젤 엔진이 굉음을 내며 프로펠러를 회전시켰고, 목선은 선착장 정박 로프를 끊어내며 검은 파도를 헤치고 폭풍우 치는 바다 너머로 미끄러지듯 멀어졌다.

그 찰나, 한강현 검사가 이끄는 경찰 수사관들이 권총을 쥔 채 선착장 끝자락에 들이닥쳤다. 그들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어두운 바다를 훑었으나, 목선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과 폭우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선착장 시멘트 바닥에는 비바람을 맞으며 어깨와 손목뼈가 바스러진 채 진흙탕을 뒹굴고 있던 오만수 회장만이 비참하게 남겨져 있었다.

한강현 검사가 다가와 그의 가슴에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고지하며 긴급 체포 영장을 제시했다.

“금성그룹 오만수 회장님. 당신을 연호성 회장 살인교사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아아윽…… 강태형…… 강태형 그 개새끼를 잡아…… 놈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오만수가 피를 토하며 절규했으나, 한 검사의 얼굴은 차가운 석상 같았다.

“닥치십시오. 이미 당신의 살인 교사 녹취록과 정재계 뇌물 장부는 언론과 대검찰청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었습니다. 당신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만수는 쇠고랑이 채워진 채 구급차로 실려 갔고, 그 비참한 체포 장면은 다음 날 아침 모든 중앙 일간지와 뉴스 채널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금성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치며 곤두박질쳤고, 오만수가 자랑하던 정재계 카르텔 역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일제히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한편, 인천 외곽의 한적한 어촌 마을 해안가.

목선에서 내린 태형과 창수, 정훈은 대기하고 있던 연소희의 다른 안전 차량에 몸을 실었다.

뺨의 상처를 움켜쥔 창수가 뒷좌석에서 한숨을 푹 쉬었다.

“휴…… 기어코 오만수 영감탱이의 목줄을 걸어 잠갔군요. 3년 전 배신의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좌석에 앉아 무릎 위에 놓인 지팡이를 가만히 쓸어내리던 태형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서늘한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태형이 나직하게 말했다.

“오만수는 잡혔지만, 놈이 심어둔 거대한 뿌리는 여전히 금성그룹 내부와 정재계 카르텔 속에 남아 있지. 그리고 물속으로 사라진 빅토르 최…… 그놈이 살아 있는 한, 우리의 뒤통수는 언제든 날아갈 수 있다.”

태형의 말대로였다. 오만수의 체포는 결코 복수극의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 기업 금성그룹의 실권을 장악하고 철혈단만의 밤의 왕국을 구축하기 위한, 더 거대하고 피비린내 나는 3막 ‘균열과 전면전’의 서막에 불과했다. 복수의 핏빛 여정은 이제 더 험난한 전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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