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43화: 부서진 거성
빗방울이 칼날처럼 부두를 때리는 가운데, 선착장 한복판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변했다.
픽, 픽, 픽-!
빅토르 최는 몸을 용수철처럼 튕기며 한정훈과 임창수의 합동 사격을 피해 다녔다. 그의 움직임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민하여, 빗방울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유령 같았다.
창수가 왼손으로 쏜 총탄이 빅토르 최의 가죽 코트 깃을 찢었지만, 빅토르 최는 찰나의 빈틈을 타 창수의 명치를 거칠게 걷어찼다.
“윽-!”
창수가 핏방울을 토하며 뒤로 밀려나자, 정훈이 몸을 날려 빅토르 최의 손목을 꺾으려 들었다. 하지만 빅토르 최는 정훈의 공격 궤적을 미리 안다는 듯 가볍게 받아치고, 품속에서 꺼낸 예리한 나이프로 정훈의 어깨 가죽을 길게 그어버렸다.
스윽-!
“끄아악!”
정훈이 신음을 지르며 주저앉자, 빅토르 최는 더 이상 그들에게 한눈팔지 않고 뒤편의 강태형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쇄도했다. 그의 목표는 오직 강태형의 숨통이었다.
한편, 선착장 끝자락.
도망칠 길이 막힌 오만수 회장은 비틀거리며 품속에서 은빛 주머니 권총을 꺼내 들었다. 늙은 괴수의 두 눈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표독스러운 살기가 가득했다.
“강태형! 이 개새끼야! 죽어라!”
탕-!
오만수의 권총이 발사되었다.
빗속을 뚫고 날아온 총탄이 태형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코트가 찢어지고 붉은 핏방울이 허공으로 흩날렸다.
하지만 태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3년 동안 교도소의 지옥 같은 독방에서 다져진 그의 정신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초과해 있었다. 태형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처럼,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오만수를 향해 계속해서 걸어갔다.
“너, 너…… 왜 안 쓰러져! 왜!”
오만수가 기겁을 하며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였다.
태형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짧게 쥐고 가차 없이 휘둘렀다. 지팡이 손잡이 끝의 강철 침이 오만수의 손목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빡-!
“끄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권총이 허공으로 날아가 바다로 떨어졌다. 오만수는 부러진 손목을 움켜쥐고 콘크리트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태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온 체중을 실어 지팡이 끝으로 오만수의 오른쪽 쇄골 뼈를 온 힘을 다해 내려찍었다.
콰직-!
“아아아아악!”
두 번째 가혹한 파열음과 함께 오만수의 어깨뼈가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바스러졌다. 한때 세상을 쥐락우락하던 거성 오만수가, 이제는 진흙과 빗물 바닥을 기어 다니며 목숨을 구걸하는 초라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살려줘…… 태형아…… 내가 잘못했다! 네 다리 부러뜨린 거 다 보상해 줄게! 내가 가진 비자금 다 너 가질 테니 제발 살려만 다오!”
오만수가 피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했다.
태형은 차갑게 젖은 눈으로 배신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
바로 그때, 뒤편에서 빅토르 최가 정훈과 창수를 때려눕히고 태형의 등 뒤를 향해 나이프를 꼬쳐 들고 단숨에 찔러왔다.
“태형! 죽어라!”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타이밍이었다. 태형의 복수극이 완성되기 직전, 사신의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