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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42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42화: 빗속의 대면

인천항 3부두 동쪽 끝자락의 폐선착장.

거칠고 사나운 비바람이 노후한 콘크리트 바닥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고, 검은 파도 너머에서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는 낡은 밀항 목선 ‘광성호’의 매연이 빗물 냄새와 섞여 공중으로 흩날렸다.

끼이익-!

오만수 회장을 태운 검은색 에쿠스가 선착장 입구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며 오만수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허겁지겁 내렸다. 그의 가죽 구두가 선착장의 고인 빗물 바닥을 첨벙이며 사정없이 밟았다.

“어이! 배 대라! 빨리!”

오만수가 선착장 끝을 향해 소리쳤다. 배 위에 있던 선장이 손짓을 하며 정박 밧줄을 던지려던 찰나였다.

쿠콰쾅-!

선착장 진입로 방향에서 은색 스타렉스 차량이 굉음을 내며 전속력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에쿠스의 앞 범퍼를 그대로들이받아 버렸다. 충돌음과 함께 보닛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고, 에쿠스가 비틀거리며 선착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뭐, 뭐야!”

오만수가 당황하여 뒤로 넘어지려 하자, 옆에 서 있던 빅토르 최가 그의 팔을 꽉 움켜쥐어 지탱해 주었다.

스타렉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운전석에서 한정훈이 내렸고, 조수석에서는 깁스를 한 팔을 끈으로 묶은 임창수가 왼손에 권총을 쥔 채 내렸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낡은 검은색 코트 깃을 세운 강태형이 절뚝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 나왔다.

탁-. 탁-. 탁-.

폭우를 뚫고 들려오는 지팡이 소리. 3년의 피 묻은 세월을 거쳐 마주한, 오만수 회장과의 재회였다.

태형은 오만수로부터 불과 10m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섰다. 빗방울이 그의 창백하고 서늘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만수는 태형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유령을 마주한 듯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것을 느꼈다.

“강태형…… 네 이놈…… 기어코 여기까지 쫓아왔구나.”

오만수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태형은 말없이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여전히 식지 않은 거대하고 서늘한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오 회장님. 3년 전 당신이 나를 함정에 빠뜨려 감옥으로 보냈을 때,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 생각지 못했겠지요.”

태형의 나직한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울렸다.

“난 교도소의 그 차가운 방에서 매일 밤 당신의 숨통을 끊는 상상을 하며 버텼습니다. 3년 전의 그 맹약은 아직 유효합니다.”

오만수는 비열한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흐흐…… 강태형. 네놈이 아무리 날 무너뜨려도, 넌 내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내 곁에는 사신이 있거든.”

오만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빅토르 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에는 이미 소음기가 달린 권총이 들려 있었다.

“빅토르. 저 다리 젖은 개새끼를 당장 쏴 죽여라!”

오만수의 비명에 빅토르 최의 총구가 태형을 향해 정확히 조준되었다.

하지만 그 찰나, 창수와 정훈이 동시에 빅토르 최를 향해 몸을 던졌다.

탕, 탕, 탕-!

총성이 부두를 가득 메우는 가운데, 철혈단과 사신 빅토르 최의 피할 수 없는 최종 대결의 불꽃이 이 폭우 속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태형의 깊고 가라앉은 눈은, 오직 도망치려는 늙은 괴수 오만수의 목줄기만을 향해 좁혀들고 있었다. 결판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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