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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39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39화: 60층 위의 사투

띵-.

펜트하우스 내부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온 차가운 백색 조명 아래, 검은 가죽 코트 깃을 세운 빅토르 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빛은 사냥감을 코앞에 둔 포식자의 그것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빅토르 최는 주저 없이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들어 올렸다.

픽, 픽, 픽-!

거실 대리석 기둥 뒤에 엄폐해 있던 임창수가 왼손으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오른손목이 부러져 깁스를 한 탓에 왼손으로 쏘는 총탄은 빅토르 최의 몸을 스치기만 할 뿐 정타를 내지 못했다.

탕, 탕, 탕-!

빅토르 최는 믿기지 않는 반사 신경으로 거실 소파 뒤로 슬라이딩하며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곧바로 소파 너머로 총구를 내밀어 창수의 엄폐물을 향해 정확하게 연속 사격을 가했다.

픽, 픽, 픽-!

“끄아악!”

대리석 파편이 창수의 얼굴을 덮치며 뺨에서 피가 튀었다. 창수는 고통을 참고 바닥을 굴러 서재 안쪽으로 후퇴했다.

“창수야!”

정훈이 서류 가방을 품에 안은 채 권총을 쏘며 빅토르 최의 진입을 막아섰다.

탕, 탕, 탕-!

하지만 빅토르 최는 이미 거실 구석의 장식장을 엄폐 삼아 서재 문턱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서재 안의 강태형을 향했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은 채, 서재 뒤편의 넓은 테라스 유리문 앞에 서 있었다. 테라스 밖은 60층 허공이었고, 세찬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고 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강태형. 다리를 절며 도망칠 곳은 없다.”

빅토르 최가 서재 문가에 서서 차갑게 말했다. 그의 총구는 태형의 이마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태형은 엷은 조소를 머금은 채 무릎 사이로 지팡이를 세워 쥐었다.

“빅토르 최. 네 주인이 널 사지로 몰고 있는 건 모르는 모양이군.”

“내 임무는 오직 너희의 목숨을 취하는 것뿐이다.”

빅토르 최가 방전기 검지손가락에 힘을 싣던 찰나였다.

정훈이 서재 구석의 비상 전원 제어기를 발로 걷어차 부수며 소리쳤다.

“형님! 지금입니다!”

서재 내부의 모든 조명이 완전히 꺼지며 암흑이 찾아왔고, 동시에 테라스의 강화유리문이 정훈의 격발로 와장창 박살 나며 폭풍 같은 비바람이 서재 안으로 들이쳤다.

와장창-!

어둠과 비바람 속에서 빅토르 최는 망설임 없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픽, 픽, 픽-!

하지만 태형과 정훈, 그리고 창수는 이미 테라스 난간 밖에 매달려 있던 건물 외벽 청소용 간이 곤돌라(Gondola) 위로 몸을 던진 뒤였다. 정훈이 미리 손을 써둔 백업 탈출 장치였다.

“줄 끊어!”

태형의 외침과 함께 정훈이 곤돌라의 메인 제어 와이어 고정핀을 가차 없이 뽑아버렸다.

철커덕-! 슈우우웅!

60층 높이에서 곤돌라가 자유 낙하하듯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강풍과 비바람 속에 곤돌라는 좌우로 기괴하게 요동치며 허공을 갈랐다.

테라스 난간으로 달려온 빅토르 최는 아래로 멀어져 가는 곤돌라를 향해 사정없이 총탄을 날렸다.

픽, 픽, 픽, 픽-!

총탄 중 한 발이 곤돌라를 지탱하던 오른쪽 보조 와이어를 정확히 끊어버렸다.

팅-!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와이어가 끊기며 곤돌라가 기우뚱하고 한쪽으로 쏠렸다.

“어어억!”

창수의 비명과 함께 세 사내의 몸이 60층 허공으로 튕겨 나갈 뻔했으나, 정훈이 가까스로 난간을 붙잡아 버텼다. 곤돌라는 건물 외벽을 거칠게 때리며 50층 높이의 기계실 외벽 발코니에 쾅 하고 충돌한 뒤 멈춰 섰다.

쾅-!

“뛰어!”

태형의 외침과 함께, 세 사람은 요동치는 곤돌라에서 50층 기계실 발코니 위로 몸을 날렸다.

바닥을 굴러 착지한 태형은 무릎의 극심한 통증을 억누르며 정훈이 확보한 서류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저 위 60층 펜트하우스 발코니에서 빗속을 뚫고 지상으로 도망치는 그들을 매섭게 내려다보는 빅토르 최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비록 사선의 사투 끝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오만수의 목을 벨 붉은 다이어리와 녹취 파일은 무사히 그들의 손에 쥐여 있었다. 복수의 결말을 향한 질주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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