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맹약

36화: 미끼와 덫
토요일 밤 10시, 서울 평창동의 삼엄한 경비가 쳐진 오만수 회장의 개인 별장.
별장 주변에는 금성그룹의 직속 경호원 수십 명이 순찰을 돌고 있었고, 별장 내 거실에서는 오만수가 극도의 신경질적인 상태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의 곁에는 사신 빅토르 최가 조용히 권총을 점검하며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오만수 회장의 개인 휴대폰과 별장 상황실의 메인 모니터가 요란하게 울렸다.
경고-! 외부 침입자 발생.
모니터 화면에 별장 정문을 뚫고 돌진하려는 정체불명의 차량 행렬과, 정원을 가로질러 본채로 향하는 무장 괴한들의 열 감지 실루엣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었다.
연소희가 금성그룹의 별장 보안 서버를 해킹하여 주입한 고도로 정밀한 가짜 침입 시뮬레이션 영상이었다. 하지만 실시간 영상과 센서 경보까지 완벽하게 조작된 탓에, 오만수와 경호원들은 이를 완벽한 실제 상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강태형 그 새끼가 기어코 내 모가지를 따러 왔구나!”
오만수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빅토르 최! 당장 나가서 저 새끼들 뼈마디를 전부 박살 내라! 날 지켜!”
빅토르 최는 모니터 화면의 실루엣을 잠시 주시하더니, 묵묵히 권총을 품에 넣고 별장 본채 문을 나섰다. 사냥개는 오만수라는 거대한 미끼를 지키기 위해 결국 둥지를 비우고 정원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서초동의 한적한 고급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금성그룹 비서실장 김도윤은 하루 종일 이어진 골치 아픈 장부 수습 작업을 마치고 피곤한 기색으로 자신의 세단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 곁을 지키던 빅토르 최가 오만수의 별장으로 소환된 탓에, 그의 좌우에는 일반 경호원 두 명만이 동행하고 있었다.
김도윤이 차 문을 열려던 찰나였다.
슈우욱-!
어둠 속에서 연막탄 한 자루가 굴러 들어오며 매캐한 회색 연기가 주차장 구석을 가득 채웠다.
“콜록! 뭐야! 습격이다!”
경호원들이 총을 뽑으려 했으나, 연기 속에서 번개처럼 나타난 한정훈이 첫 번째 경호원의 손목을 꺾고 전기충격기로 목덜미를 지져버렸다.
파각-!
두 번째 경호원이 총구를 겨누려 하자, 깁스를 한 임창수가 왼손으로 경호원의 총구를 하늘로 쳐올린 뒤 그의 발을 걸어 대리석 바닥에 사정없이 메쳐버렸다. 콰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
혼자 남은 김도윤이 권총을 뽑으려 재킷 안감으로 손을 뻗었으나, 그의 목덜미에 차갑고 예리한 금속 촉이 와 닿았다.
“움직이지 마라, 김 실장.”
연기 속에서 절뚝거리며 다가온 강태형이 지팡이 끝의 날카로운 강철 침으로 김도윤의 목덜미를 지긋이 겨누고 있었다.
김도윤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태형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
“강태형…… 기어코 날 직접 잡으러 왔군.”
“네놈이 오만수의 목을 죄는 가장 확실한 밧줄이니까.”
태형이 차갑게 말했다.
정훈이 신속하게 김도윤의 머리에 검은 천 주머니를 씌우고 그의 양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은색 스타렉스 차량의 뒷좌석으로 김도윤을 밀어 넣었다.
“철수한다.”
태형의 짤막한 명령과 함께 스타렉스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빗길 도로 위로 유유히 사라졌다.
오만수가 별장에서 가짜 침입자들과 싸우기 위해 경비 병력을 낭비하는 사이, 철혈단은 오만수의 가장 신뢰하는 그림자이자 비밀 금고의 열쇠인 김도윤을 납치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복수의 톱니바퀴는 이제 최종 파멸을 향해 무자비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