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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35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35화: 사선에서 맺은 맹약

경기도 외곽의 한 외딴 폐양계장.

허물어져 가는 판판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스타렉스 차량이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차 문이 거칠게 열리며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피비린내가 창고 내부의 퀴퀴한 공기 속으로 번져나갔다.

“마동이 형! 정신 차려 보십시오!”

정훈이 신음을 지르는 박마동의 거구를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 마동의 왼쪽 허벅지와 어깨는 용병들의 총탄에 맞아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의 단단하던 얼굴은 극심한 과다출혈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임창수 역시 뼈가 뒤틀려 부러진 오른손목을 움켜쥔 채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안전가옥은 화염 속에 사라졌고, 철혈단의 최정예 전력 두 명이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연소희가 급히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저 소희예요. 지금 당장 일산 폐창고 쪽으로 와주셔야겠어요. 총상 환자예요. 수술 도구 전부 챙겨서 빨리요!”

소희가 연락한 인물은 과거 그녀의 아버지가 관리하던 사설 정보망 전용 무면허 야전 의사, ‘백 노인’이었다.

한 시간 뒤, 낡은 가방을 든 백 노인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마동의 상처를 확인하더니 혀를 찼다.

“상처가 깊어. 총알이 뼈를 비껴간 게 천만다행이군. 소독약이랑 마취제 준비해!”

임시 수술대가 마련되고, 지독한 알코올 냄새와 피 냄새가 창고를 가득 채웠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은 채 수술실 역할을 하는 간이 칸막이 밖에 서서 묵묵히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의 두 눈은 분노와 냉혹함으로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빅토르 최 그 새끼를 막지 못해서…….”

부러진 손목에 깁스를 댄 창수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태형은 말없이 창수의 어깨를 왼손으로 꽉 쥐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창수야. 사신이라 불리는 놈을 상대로 너희가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다.”

태형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놈이 우리 은신처를 날려버렸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퇴로는 없다. 여기서 멈추면 우리는 쥐새끼처럼 사냥당할 뿐이다.”

그때 칸막이 안쪽에서 피 묻은 수술 장갑을 벗으며 백 노인이 걸어 나왔다.

“총알은 다 빼냈네. 거구라 체력이 좋아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네만, 최소 한 달간은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할 걸세. 무리하면 다리가 평생 불구가 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어르신.”

태형이 머리를 숙였다.

소희가 태블릿 PC를 들고 태형의 곁으로 다가왔다. 안전가옥은 파괴되었으나, 정훈이 마지막 순간에 백업 하드디스크와 오정필의 OTP 보안 키 가방을 무사히 챙겨 나왔기에 그들의 무기는 건재했다.

“형님. 오만수가 계좌 동결의 분풀이로 우리를 완전히 죽이려 들고 있어요. 이제 금융 제재만으로는 놈을 멈출 수 없어요.”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석상 같은 냉혹함이 서렸다.

“오만수를 법적으로 완벽하게 매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놈의 모든 비자금 세탁 경로와 정재계 뇌물 상납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유일한 인물, 비서실장 김도윤을 잡아야 한다.”

태형이 지팡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김도윤을 납치한다. 놈의 입을 열어 오만수의 목을 죄는 결정적인 스모킹 건을 확보한다.”

“하지만 김도윤의 곁에는 늘 빅토르 최가 붙어 있습니다.”

정훈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태형의 입가에 피비린내 나는 서늘한 미소가 녀석을 스쳤다.

“빅토르 최는 사냥개다. 주인이 궁지에 몰리면, 사냥개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게 되어 있지. 우리가 오만수를 직접 타격하는 척 연출을 하면, 빅토르 최는 무조건 오만수의 곁을 지키기 위해 김도윤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찰나의 빈틈을 노린다.”

부상당한 사냥꾼들의 둥지에서, 더 정교하고 무자비한 사냥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철혈단의 사내들은 흘린 피만큼 더욱 단단해진 맹약으로 뭉쳐, 거인 오만수의 심장을 향해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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