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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34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34화: 습격, 불타는 둥지

금요일 저녁 8시, 강북의 비밀 안전가옥.

창밖으로 뉘엿뉘엿 해가 지며 검붉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시각, 제어실의 모니터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삐- 삐- 삐-!

키보드를 두드리던 연소희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커졌다.

“형님! 주파수 스캔에 이상 신호가 잡혔어요! 백운각 해킹 경로를 역추적한 프록시 IP가 우리 비밀 안전가옥 반경 100m 이내로 들어왔어요! 추적 장치가 작동 중이에요!”

태형은 즉시 지팡이를 고쳐 잡으며 명령했다.

“정훈아, 서버 하드디스크 전부 파기해라. 창수와 마동이는 퇴로를 확보해. 당장 대피한다!”

하지만 태형의 명령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전가옥 전체의 조명과 모니터 화면이 순식간에 꺼지며 암흑이 찾아왔다.

탁-!

“전력 차단됐습니다! 놈들이 들이닥칩니다!”

정훈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정면의 철제 셔터문 너머로 둔탁한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콰콰쾅-!

셔터문 중앙에 강력한 플라스틱 폭약(C4)이 터지며 철판이 걸레짝처럼 찢겨 나갔다. 그 틈새로 특수 섬광탄들이 방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

번쩍-!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광선과 함께 귀를 찢는 폭음이 지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이어 헬멧과 야간 투시경을 착용한 6~7명의 무장 괴한들이 총구를 들이밀며 쏟아져 들어왔다. 오만수가 고용한 러시아계 무장 용병들이었다.

픽, 픽, 픽-!

소음기가 장착된 돌격소총 불꽃이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마동아, 정면 차단!”

창수의 비명과 함께 박마동이 거대한 철제 책상을 방패 삼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용병들의 총탄이 책상 철판에 박히며 스파크가 튀는 사이, 마동은 책상째로 용병 두 명을 밀어붙여 벽에 찧어버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용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동시에 임창수는 어둠 속에서 고양이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의 손에 쥔 나이프가 번쩍일 때마다 용병들의 목덜미와 손목에서 붉은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정훈은 소희를 감싸 안으며 권총을 쏘아 대며 퇴로를 향해 후퇴했다.

탕, 탕, 탕-!

“정훈아! 소희 데리고 먼저 나가라! 내가 뒤를 막는다!”

태형이 지팡이를 짚은 채 벽에 몸을 기대고 권총을 들어 밀고 들어오는 용병의 이마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탕-!

용병 한 명이 뇌수를 뿜으며 쓰러졌으나, 그 뒤의 찢어진 셔터문 틈새로 더 큰 죽음의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윽-.

어둠을 뚫고 검은 가죽 코트를 입은 빅토르 최가 등장했다. 그의 눈동자는 붉은 섬광탄의 잔상 속에서 소름 끼치도록 탁하게 빛나고 있었다.

빅토르 최는 권총을 겨눈 채 눈 깜짝할 사이에 정면의 박마동을 향해 세 발을 발사했다.

픽, 픽, 픽-!

마동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으나, 한 발이 그의 어깨뼈를 스쳤고 다른 한 발은 허벅지를 관통했다.

“크윽-!”

마동이 신음을 지르며 주저앉으려 하자, 창수가 몸을 날려 빅토르 최의 목덜미를 겨누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이 개새끼야!”

하지만 빅토르 최의 반응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창수의 칼날을 피한 뒤, 창수의 오른손목을 낚아채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우드득-!

“끄아악!”

창수의 비명과 함께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빅토르 최는 창수의 명치를 걷어차 벽으로 날려버렸다. 창수는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빅토르 최가 쓰러진 창수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던 찰나.

탕, 탕-!

태형이 쏜 두 발의 총탄이 빅토르 최의 발밑을 때리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빅토르 최는 반사적으로 뒤로 굴러 몸을 숨겼다.

“창수야, 일어나라! 정훈아, 스위치 눌러!”

태형이 지팡이를 바닥에 박으며 외쳤다.

정훈이 소희를 데리고 뒷문 밖 스타렉스로 뛰어드는 동시에, 벽면에 설치된 수동 폭파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서버실과 사무실 벽면에 미리 매설해 두었던 비상 폭약의 신호음이 빨라졌다.

삐-삐-삐-삐!

마동이 쓰러진 창수를 한 팔로 낚아채 짊어지고 뒷문으로 달렸고, 태형 역시 절뚝거리며 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 뒤로 빅토르 최가 권총을 겨누며 쫓아오던 순간.

콰콰콰콰쾅-!

안전가옥 전체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엄청난 폭풍과 불길이 지하실을 삼켰고, 지상 1층의 조립식 창고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엄청난 흙먼지와 화염이 하늘을 찔렀다.

폭발의 충격으로 멀리 튕겨 나간 빅토르 최는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서 핏자국을 닦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불타오르는 잔해 너머로, 검은 연기를 뿜으며 해안도로를 향해 폭풍처럼 질주하는 은색 스타렉스의 모습이 보였다.

빅토르 최의 한쪽 뺨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죽 코트 깃을 붉게 물들였다.

비밀 둥지는 불타 없어졌고, 철혈단은 또 한 번 사선을 넘나들며 도주했다. 오만수의 무자비한 사냥 아래, 복수귀들의 처절한 생존과 반격의 불꽃은 더욱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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