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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28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28화: 냉혹한 계산

강북의 비밀 사무실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응급치료 상자가 열려 있었고, 연소희가 임창수의 오른쪽 뺨에 길게 찢어진 상처에 알코올 소독약을 바르고 있었다. 창수는 신음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고, 박마동과 한정훈은 굳은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아윽…… 소희 씨, 살살 좀 합시다.”

“엄살 부리지 마세요, 창수 씨. 조금만 깊었어도 얼굴 가죽이 통째로 날아갔을 거예요.”

소희가 차갑게 쏘아붙였지만, 그녀의 손길은 정성스러웠다. 치료를 마친 창수는 거울을 보며 뺨의 반창고를 쓸어내렸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빅토르 최의 칼날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 전율이 묻어나고 있었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은 채 모니터 앞에 서서 정훈이 찍어온 빅토르 최의 사진을 응시했다. 사진 속 빅토르 최의 탁한 눈동자가 마치 모니터를 뚫고 자신을 노려보는 듯했다.

“빅토르 최…….”

태형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과거 극동 러시아의 마피아 조직 ‘레드 베어’의 해결사였던 놈이다. 돈만 주면 누구든, 심지어 정치가나 언론인까지 자비 없이 찢어발기던 인간 도살자지. 오만수가 이놈을 불러들였다는 건, 이제 우리를 쥐새끼 취급하지 않고 괴물로 보겠다는 뜻이다.”

“형님, 그놈 움직임이 장난이 아닙니다.”

창수가 상처를 어루만지며 거칠게 말했다.

“제가 선제공격을 날렸는데도 흔들림 없이 막아냈습니다. 반응 속도가 사람의 한계를 넘어섰어요. 마동이 형의 힘으로도 정면 승부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마동이 묵묵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의 대결이라면 자신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에 목줄기를 그어버리는 빅토르 최 같은 타입은 극도로 까다로웠다.

태형은 모니터를 끄고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깊고 고요했다.

“정면으로 부딪칠 필요는 없다. 빅토르 최가 아무리 사신이라 해도, 결국 놈은 돈과 오만수의 명령에 움직이는 사냥개일 뿐이다. 주인이 굶주리면 사냥개도 굶어 죽는 법이지.”

태형은 지팡이로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오만수의 목줄을 죄기 위해선, 결국 김도윤 비서실장과 한명은행의 차명 신탁 계좌를 털어야 한다. 소희야, 김도윤의 행적이 잡혔나?”

소희가 즉시 키보드를 두드려 지도를 띄웠다.

“예, 형님. 강희찬이 넘겨준 장부와 김도윤의 차명 통신 데이터를 대조한 결과, 매주 목요일 밤마다 김도윤이 종로의 한 폐쇄적인 요정(料亭) ‘백운각’에서 한명은행의 오정필 여신담당 이사와 만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오정필은 금성그룹의 불법 대출과 비자금 세탁을 총괄해 주는 한명은행 내부의 핵심 조력자예요.”

“목요일 밤…… 바로 오늘이군.”

태형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오늘 밤, 백운각에서 김도윤과 오정필의 숨통을 동시에 죈다. 그들이 쥐고 있는 한명은행 차명 계좌의 실물 일회용 비밀번호(OTP)와 서명 장부를 확보한다.”

정훈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 김도윤의 곁에는 필시 빅토르 최가 경호원으로 붙어 있을 텐데요. 백운각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러니 미끼가 필요하다.”

태형이 정훈을 보았다.

“빅토르 최는 사냥개다. 놈에게 더 맛있는 고기 냄새를 풍겨 백운각 밖으로 유인한다. 창수와 마동이가 백운각 근처의 외곽에서 소란을 피워 빅토르 최의 시선을 끄는 사이, 나와 정훈이가 백운각 내부로 침투해 김도윤을 잡는다.”

창수와 마동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빅토르 최와의 재회는 두려웠지만, 형님의 완벽한 판 아래서라면 기꺼이 미끼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비는 없다.”

태형이 지팡이를 고쳐 잡으며 어둠을 향해 걸어 나갔다.

“오늘 밤, 오만수의 금고를 여는 첫 번째 열쇠를 쥐겠다. 준비해라.”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며 서울의 밤은 더욱 깊고 어두워지고 있었다. 철혈단의 사내들은 숨겨둔 칼날을 품고, 오만수의 핵심 비자금 통로를 끊기 위해 종로의 어둠 속으로 은밀하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대결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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