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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맹약26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26화: 거인에게 보낸 경고장

강북의 비밀 사무실.

천장에 매달린 단 하나의 전등만이 흔들리며 바닥에 묶여 있는 마칠성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온몸은 땀과 핏물로 젖어 있었고, 거친 숨소리가 어두운 지하실 안에 메아리쳤다.

태형은 지팡이를 짚고 그 앞에 서서 무표정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칠성아. 3년 전 최진상이 나를 배신할 때, 오만수 회장과 오간 계약의 핵심이 뭐였지?”

태형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마칠성의 귀에는 뇌리를 찌르는 송곳 같았다. 마칠성은 피 섞인 침을 뱉으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태형아. 내가 입을 열 것 같냐? 내가 불면 오 회장님이 날 가만둘 것 같아? 넌 오 회장님의 상대가 안 돼. 금성그룹은 이미 나라 전체를 쥐고 흔드는 거인이라고!”

마동이 묵묵히 다가가 마칠성의 어깨뼈를 거대한 손으로 강하게 압박했다.

우드득-.

“아아악! 악! 놓아줘! 놔!”

어깨 관절이 어긋나는 고통에 마칠성이 비명을 질렀다.

태형은 차가운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지팡이 끝으로 마칠성의 턱을 치켜올렸다.

“오만수는 네가 입을 열지 않아도 널 살려두지 않을 거다. 넌 이미 현금줄인 카지노를 털렸고, 이중 장부까지 빼앗겼어. 오만수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네가 왜 이러지?”

마칠성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오만수 회장은 실수를 저지른 수하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냉혹한 토사구팽의 달인이었다. 카지노의 장부와 돈을 빼앗긴 순간, 자신의 생명줄은 끊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 회장과 최진상의 계약은 단순했어.”

결국 마칠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태형이 너의 목줄을 넘기는 대가로 최진상에게 금성그룹 기획실장 자리를 주고, 3년간 금성파 하부 조직의 모든 수익을 오 회장의 정재계 뇌물 비자금 계좌로 송금하기로 했지. 그리고 그 비자금은 한명은행의 차명 신탁 계좌를 통해 유통되었어. 계좌 관리자는 오 회장의 직속 비서실장인 김 도윤이다.”

“김도윤…….”

태형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김도윤 비서실장은 오만수의 그림자이자 금성그룹의 모든 더러운 비밀을 알고 있는 최측근이었다.

소희가 화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윤의 개인 동선과 계좌 흐름을 즉시 추적할게요. 한명은행 차명 계좌의 실물이 확보되면 오만수 회장도 발뺌할 수 없을 거예요.”

태형은 지팡이를 거두어들였다.

“창수야. 마칠성이 이놈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포장해라. 죽이지는 말고, 오만수 회장의 펜트하우스 앞으로 배달한다.”

“흐흐,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되겠군요.”

창수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밧줄을 단단히 조였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의 최고급 초고층 주상복합 펜트하우스.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넓은 서재에서, 금성그룹 회장 오만수가 실크 가운을 걸친 채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의 앞에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김도윤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회장님. 방금 역삼동 카지노가 습격당했습니다. 마칠성은 납치되었고, 그곳의 금고 현금과 비밀 장부가 통째로 털렸습니다.”

오만수는 시가 연기를 천천히 뿜어냈다. 그의 표정에는 그 어떤 분노의 기색도 없었으나, 서재 안의 공기는 소름 끼치도록 무겁게 가라앉았다.

“최진상이 잡혀 들어간 지 하루 만에 카지노가 털렸다라…… 사냥꾼이 누구냐.”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만, 현장의 경비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지팡이를 짚은 절뚝거리는 사내가 앞장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마동과 임창수의 목격담도 있었습니다.”

오만수의 눈동자가 마침내 가늘어졌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실소가 번졌다.

“강태형…… 그 쥐새끼가 기어코 지옥에서 기어 나왔구만.”

그때, 서재 문이 열리며 경호원 한 명이 커다란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회장님, 방금 로비에 배달된 상자입니다. 발신인은 없으나 회장님 앞으로 직접 전달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김도윤이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입에 재갈이 물린 마칠성이 묶여서 처박혀 있었다. 마칠성의 가슴에는 붉은 페인트로 정갈하게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 3년 전의 맹약, 피로 돌려받겠다. - 강태형 ]

상자 안을 본 김도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만수는 상자 안의 마칠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차 없이 시가 꽁초를 마칠성의 이마 위에 던져 비벼 껐다.

“아으읍-!”

마칠성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오만수의 눈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도윤아. 강태형이 이 녀석이 나에게 전면전을 선포했구나.”

오만수가 서재 창가로 다가가 검은 유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가 있는 ‘사신’을 불러들여라. 강태형과 그 주변의 싹통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찢어 죽여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즉시 수배하겠습니다.”

김도윤이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괴물 오만수의 분노가 서울의 어두운 밤하늘 위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철혈단과 금성그룹의 전면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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