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철혈의 맹약24화

철혈의 맹약

철혈의 맹약

24화: 흩어진 칼날을 모으다

서울 변두리의 외진 폐차장.

거칠게 내리는 빗줄기가 녹슬어 찌그러진 차량 더미 위를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두운 폐창고 안쪽에서는 주황색 용접 불꽃이 튀며 밤하늘의 어둠을 간헐적으로 찢어발겼다.

치지이익-.

용접 마스크를 쓴 한 사내가 묵묵히 낡은 차량의 프레임을 용접하고 있었다. 다부진 체격에 팔뚝 마다 불꽃에 덴 흉터가 가득한 사내, 한정훈이었다. 그는 과거 금성파 시절 강태형의 직속 전술 조력자이자 차량 추격 및 탈출을 담당했던 에이스였다. 태형이 감옥에 가고 금성파가 금성그룹으로 개편되면서, 최진상의 숙청을 피해 이곳 폐차장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었다.

뚝, 뚝.

어두운 그림자가 폐창고 입구에 비치자 정훈은 용접기를 끄고 마스크를 벗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에 감춰둔 연장으로 향해 있었다.

“영업 끝났습니다. 볼일 있으면 내일 오시죠.”

정훈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경계하며 말했다. 하지만 어둠을 딛고 걸어 나오는 인물들의 얼굴을 본 순간,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훈아. 여전히 손재주가 좋구나.”

절뚝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는 강태형, 그리고 그 좌우에 선 임창수와 박마동.

정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들고 있던 용접 토치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 태형 형님……? 창수 형, 마동 형…… 진짜 형님 맞습니까?”

정훈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볐다. 금성파의 실권을 장악한 최진상이 강태형은 평생 교도소에서 썩거나 죽을 것이라고 선전했기에, 그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동이 묵묵히 정훈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 묵직하고 따뜻한 손길에 정훈의 눈가에 순식간에 물기가 어렸다.

“형님…… 살아 계셨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태형은 정훈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거친 손을 가만히 잡았다.

“고생 많았다, 정훈아. 나 때문에 너까지 이런 구석에 처박혀 쥐새끼처럼 지내게 만들었구나.”

“아닙니다, 형님! 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최진상 그 개새끼가 형님을 그렇게 만들고 조직을 집어삼켰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정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창수가 피식 웃으며 정훈의 어깨를 툭 쳤다.

“야, 한정훈. 최진상 그 새끼는 이미 우리 형님이 양 무릎을 다 박살 내서 경찰에 처박아버렸다. 이제 시작이야.”

정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형은 정훈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서늘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정훈아. 난 오만수와 금성그룹을 통째로 무너뜨릴 생각이다. 놈들의 돈줄인 금성 캐피탈은 이미 강희찬을 포섭해 반쯤 우리 손아귀에 넣었다. 하지만 오만수라는 거인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더 정교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필요하다.”

태형이 지팡이를 딛고 서서 창고 밖의 비 내리는 밤하늘을 보았다.

“나와 함께 다시 한번 판을 짜겠나. 이번엔 깡패 조직이 아니다. 배신자들의 목을 베고 우리의 길을 갈 ‘철혈단’이다.”

정훈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용접 마스크를 발로 차버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기름 묻은 공구 주머니를 풀어 던졌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님. 제 목숨은 이미 3년 전 형님이 구해줬을 때부터 형님의 것이었습니다. 언제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정훈의 눈에 과거 금성파 시절의 날카롭고 매서운 불꽃이 다시 피어올랐다.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창수, 마동, 정훈이까지 모였으니 우리의 손발은 갖춰졌다. 정훈이 넌 즉시 우리가 확보한 강희찬의 비밀 비자금 세탁 경로를 분석해라. 오만수 회장이 가장 뼈아파할 그 장소를 타격한다.”

“알겠습니다, 형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정훈이 신속하게 창고 안쪽의 비밀 캐비닛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가 지난 3년간 숨겨둔 최첨단 해킹 장비와 차량 GPS 추적기들이 가득 차 있었다.

흩어졌던 강태형의 칼날들이 마침내 하나의 용광로 속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빗소리가 거세지는 어두운 밤, 철혈단의 이름 아래 뭉친 사내들의 뜨거운 살기가 검은 폐차장을 가득 채웠다. 본격적인 반격의 서막이 더욱 단단하게 다져지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