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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2화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

화산파의 견랑(犬狼)이 되었다

2화: 십단공을 버린 놈

목검을 잡은 외문 제자가 흙판으로 내려왔다.

청랑은 그자의 이름을 뒤늦게 기억해 냈다. 조원. 외문에서는 제법 빠른 손목으로 이름난 놈이었다. 잡역 제자들에게 장작을 더 얹어 주고 물동이를 걷어차던 손도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빠른 손목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발이었다.

조원의 오른발은 반 치 앞에 나와 있었다. 발끝은 바깥으로 열렸고 왼쪽 무릎은 안쪽으로 조금 무너져 있었다. 목검을 들면 어깨가 먼저 올라가고 허리는 뒤따라 굳을 자세였다.

강구였던 청랑은 그런 몸을 많이 봤다.

잘 먹고 잘 잔 개가 처음 판에 들어왔을 때 저랬다. 털은 윤이 나고 목줄은 번듯한데 흙을 밟는 발이 자기 무게를 모른다.

"잡역 따위가 감히 수련장을 더럽혀?"

조원이 목검 끝으로 흙바닥을 툭툭 쳤다.

청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은 싸움 전에 몸을 띄운다. 떠오른 몸은 넘어지기 쉽다. 그는 손바닥 안의 흙알만 문질렀다.

곽준이 뒤에서 팔짱을 꼈다. 청랑을 뒤채에서 끌고 온 외문 사형이었다. 말릴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

"조원. 뼈는 남겨라."

"알겠습니다."

조원이 웃었다.

"단전도 못 여는 놈한테 뼈까지 쓸 일이 있겠습니까."

단전.

그 말이 배 속을 다시 긁었다.

청랑은 조금 전까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등은 곧게 펴고 턱은 당기고 혀끝은 윗잇몸에 붙였다. 이 몸의 기억에 새겨진 구결도 그대로 따라 했다.

십단공.

화산 제자라면 처음 배우는 기본 심법. 단전에서 시작한 기운을 아래에 모으고 열 단계로 쌓아 팔다리와 검끝까지 펼친다는 수련법.

남들은 숨을 들이쉬며 고요해졌다.

청랑은 달랐다.

숨이 아랫배에 닿기도 전에 갈비뼈 밑에서 걸렸다. 억지로 내리누르자 뜨거운 철사가 등줄기를 긁었다. 단전이라 불리는 자리는 빈 구멍 같다가도 다음 순간 뒤틀린 매듭처럼 뭉쳤다.

기운이 쌓이지 않았다.

몸 안에서 몸을 물었다.

그는 바로 호흡을 끊었다. 더 밀어 넣으면 이 몸은 안에서부터 찢어진다. 다친 개에게 멀쩡한 개와 같은 뜀박질을 시키면 뼈가 먼저 어긋나는 것과 같았다.

비어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모양이 달랐다.

동그란 밥그릇에 억지로 긴 뼈다귀를 쑤셔 넣으니 깨지는 것뿐이었다.

"왜 조용하냐?"

조원이 한 걸음 다가왔다.

"이제 와서 무서운가?"

청랑은 어깨를 낮췄다.

길게 숨을 모으지 않았다. 짧게 들이쉬고 짧게 뱉었다. 배 속의 꼬인 매듭을 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통증 사이로 튀어 오르는 힘만 잡았다.

발바닥이 흙을 움켜쥐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내공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검기 같은 헛소리와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몸이 앞으로 튈 순간을 알 수 있었다. 발목과 무릎과 허리가 하나로 묶이는 찰나가 느껴졌다.

그거면 됐다.

"야."

청랑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검객이면 먼저 휘둘러 봐."

수련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저 폐품이 진짜 돌았군."

"조원 사형한테 맞고도 입이 남아 있나 보자."

"화산 수련장을 개판으로 만들 셈이냐?"

청랑은 마지막 말에만 피식 웃었다.

개판이면 차라리 낫다. 개판에서는 적어도 눈을 감고 숨을 모으다 얻어맞는 짓은 하지 않았다.

조원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목검을 위로 들었다. 동작은 반듯했다. 수련장에서 수백 번은 반복했을 기초 검로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고 다시 사선으로 베어 상대를 물러나게 하는 초식.

제자들의 눈이 조원의 목검을 따라갔다.

청랑의 눈은 여전히 발목에 있었다.

오른쪽 복사뼈가 먼저 굳었다.

그다음 왼쪽 무릎이 안으로 접혔다.

온다.

목검이 내려왔다.

청랑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손바닥에 쥐고 있던 흙을 위로 튕겼다. 붉은 흙먼지가 조원의 눈앞에서 터졌다.

"비겁하게!"

조원이 눈을 찡그리며 외쳤다.

목검은 그래도 내려왔다. 정통 수련은 초식을 멈추지 말라고 몸에 새겼을 것이다. 한번 시작한 검로를 끝까지 완성하려는 고집이 있었다.

그 고집이 목줄이었다.

청랑은 몸을 낮췄다.

발끝이 흙을 물었다. 숨은 짧게 끊겼다. 갈비뼈 안쪽의 통증이 불씨처럼 튀었다.

그 불씨가 발로 내려갔다.

퍽.

청랑의 발등이 조원의 오른쪽 복사뼈를 찍었다.

뼈가 부서질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발목이 순간적으로 바깥으로 밀렸다. 조원의 몸이 한 치 낮아지고 목검의 궤도가 흔들렸다.

그 한 치가 목숨값이었다.

청랑은 검 아래로 파고들었다. 왼손으로 조원의 소매를 잡고 오른팔꿈치로 명치 밑을 눌렀다. 세게 친 것이 아니었다. 숨이 걸리는 자리만 짧게 막았다.

"컥!"

조원의 입에서 공기가 빠졌다.

청랑은 곧장 멱살을 움켜쥐었다.

옷깃을 잡는 손가락이 아니라 목덜미를 무는 이빨처럼 박았다. 놓으면 물린다. 물었으면 끌고 가야 한다. 투견장 흙판에서 늙은 먹쇠가 마지막까지 버티던 방식이었다.

조원이 목검 손잡이를 비틀며 몸을 빼려 했다.

늦었다.

청랑은 자기 어깨를 조원의 가슴 밑으로 집어넣었다. 허리를 세우지 않았다. 낮은 채로 밀었다. 조원의 무너진 오른발이 몸무게를 받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큰 몸이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청랑은 그 가벼워진 몸을 흙바닥에 꽂았다.

쿵.

소리가 수련장을 눌렀다.

웃음이 끊겼다.

목검은 조원의 손에서 반쯤 빠져 있었다. 청랑은 그것을 발끝으로 걷어찼다. 목검이 빙글 돌며 가장자리까지 굴러갔다.

조원이 얼굴을 찡그리고 일어나려 했다.

청랑은 그의 손목을 밟았다.

"검객이라며."

그는 숨을 골랐다.

"검 없어지니까 왜 개밥처럼 퍼져 있냐?"

조원의 눈에 피가 몰렸다.

"이 더러운 잡역 놈이!"

그가 남은 팔로 청랑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다.

청랑은 몸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발을 옮겨 조원의 오른쪽 발목 위에 얹었다. 복사뼈 바로 아래. 조금만 더 누르면 다시 한동안 걷지 못할 자리였다.

조원의 몸이 굳었다.

"움직이면 나간다."

청랑의 목소리는 낮았다.

조원은 이를 악물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발목이 어떻게 잡혀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청랑도 알고 있었다.

부술 수 있다.

하지만 부수면 다음 놈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난다. 겁먹은 개떼는 흩어지지만 주인이 소리를 지르면 다시 몰려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놈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 수련장 전체에 새 규칙을 박아 넣는 일이었다.

먼저 물린 놈은 다시 달려들 수 없다.

그는 발에 힘을 조금만 더 실었다.

조원이 짧게 비명을 삼켰다.

수련장 제자들이 웅성거렸다. 누구는 분노했고 누구는 겁먹었다. 몇몇은 청랑의 발과 손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 전 움직임이 화산의 초식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았다.

그런데 무엇인지 설명하는 놈은 없었다.

청랑도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기 몸도 아직 다 설명하지 못했다.

갈비뼈 안쪽이 뜨겁게 타고 있었다. 방금 움직임만으로도 허벅지가 떨렸다. 오래 싸우면 진다. 두 놈이 동시에 달려들면 뼈 하나는 내줘야 한다.

그래도 눈은 살아 있었다.

발바닥은 흙을 기억했다.

그거면 한 번은 더 문다.

"청랑."

곽준이 천천히 팔짱을 풀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딱딱했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발목 밟았다."

"화산의 수련장에서 사형제에게 흙을 뿌리고 급소를 쳤다."

"눈은 뜨라고 있는 거고 급소는 가리라고 있는 거다."

수련장 한쪽에서 누군가 헛숨을 삼켰다.

곽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더러운 말버릇부터 고쳐 주마."

"그 전에 발부터 봐."

"뭐?"

청랑은 턱으로 조원을 가리켰다.

"네가 가르친 놈이라며. 손목은 빠른데 발목은 죽어 있잖아. 저 꼴로 검 들고 나가면 첫 칼에 목이 아니라 발부터 팔린다."

조원의 얼굴이 수치로 일그러졌다.

곽준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청랑에게는 더 선명했다. 화가 난 놈은 바로 욕을 한다. 찔린 놈은 숨부터 고른다.

곽준도 보았을 것이다.

조원의 발목이 무너진 순간 목검이 죽었다는 것을.

하지만 인정할 리 없었다.

이곳은 화산이었다. 반듯한 자세와 정해진 구결과 깨끗한 도포가 밥그릇보다 귀한 곳이었다. 잡역 제자가 흙을 뿌려 사형제를 눕힌 일을 그냥 넘기면 그 밥그릇이 흔들린다.

"붙잡아라."

곽준이 말했다.

주변 제자 셋이 움찔했다.

아무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청랑의 발이 아직 조원의 복사뼈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붙잡으러 오면 이놈 발부터 나간다."

"협박하느냐?"

"계산하는 거다."

청랑은 조원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

"셋이 오면 하나는 잡고 하나는 밟고 하나한테는 물린다. 누가 먼저 올래?"

침묵이 길어졌다.

그 사이 청랑의 머릿속에는 불붙은 우리와 먹쇠의 울음이 스쳤다. 손을 뻗었지만 닿지 못했던 마지막 순간. 놓친 목덜미. 독이 심장까지 올라와 다리가 꺼지던 감각.

이번에는 놓지 않았다.

비록 잡은 것이 원수의 목이 아니라 외문 제자의 멱살일 뿐이라도 손가락은 끝까지 박혀 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조원이 신음했다.

"사형..."

곽준의 눈매가 더 가늘어졌다.

청랑은 그제야 조원의 멱살을 놨다. 대신 발은 그대로 두었다.

"일어나지 마라. 걸으려면 오늘은 쉬어야 한다."

"네가 의방 의원이냐?"

"개장에서는 절뚝이는 놈부터 물린다. 살고 싶으면 누워 있어."

조원은 더 말하지 못했다.

곽준이 목검을 뽑았다.

그 소리에 수련장 공기가 다시 바뀌었다.

조원과는 달랐다. 곽준의 발끝은 가볍고 무릎은 잠겨 있지 않았다. 손목도 부드러웠다. 외문 사형이라는 말이 허세만은 아니었다.

청랑은 갈비뼈 안쪽의 통증을 삼켰다.

몸은 오래 못 간다.

십단공은 독이다. 긴 호흡은 버린다. 화산의 예쁜 검로도 지금은 필요 없다.

낮게 들어간다.

목을 내주지 않는다.

발목부터 죽인다.

숨이 끊기기 전에는 놓지 않는다.

그 네 가지면 아직 움직일 수 있다.

수련장 가장자리에서 제자 하나가 뒤로 달려갔다. 장로를 부르려는 모양이었다. 청랑은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이 개장은 이미 조용해질 수 없었다.

곽준이 목검 끝을 청랑의 가슴으로 겨눴다.

"마지막 기회다. 무릎 꿇고 사죄해라."

청랑은 흙 묻은 손을 털었다.

"무릎은 아껴 둬."

그는 낮게 웃었다.

"곧 네가 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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