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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9화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9화: 상도의 기틀과 첫 번째 거래

시린 겨울 아침의 햇살이 낙도 만물상의 유리창을 얇게 두드렸다. 밤새 몰아치던 매서운 칼바람은 한풀 꺾였으나, 길바닥에 얼어붙은 보도블록은 여전히 은백색의 성에를 머금은 채 행인들의 발걸음을 위태롭게 들이받고 있었다.

잡화점 안쪽 방에서는 나직한 온풍기 소리와 함께 자판을 두드리는 타자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대표님! 드디어 끝났습니다! 진짜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줄 알았네요……."

김철수가 벌게진 눈으로 안경을 치켜 올리며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그의 눈가에는 시커먼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흥분으로 기이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독고현은 찻잔을 내려놓고 가만히 다가가 철수가 내민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했다.

새롭게 업데이트된 천마 플랫폼 앱의 상단에는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인상의 검은 말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철수가 현의 '천마'라는 이름을 듣고 나름대로 기세를 담아 디자인한 로고였다. 검은 화염을 휘감은 채 폭풍우가 몰아치는 심연을 질주하는 마수(魔獸)의 형상.

현의 눈매가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호오, 철수야. 이 마(馬) 표식은 제법 기백이 넘치는구나. 마교의 최정예인 흑풍대 깃발에 새겨 넣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아, 마교요? 하하, 대표님은 가끔 진짜 독특한 무협지 농담을 하신단 말이죠. 아무튼 로고도 로고지만 핵심은 이겁니다. '던전 부산물 직거래 중개' 탭요."

철수가 화면을 톡 두드리자, 직관적이면서도 가독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레이아웃이 화면에 떠올랐다. 헌터가 던전 입구에서 획득한 부산물의 종류와 등급, 수량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매물이 표시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외부 바이어들이 입찰을 벌이는 실시간 경매 시스템이었다.

"수수료는 대표님이 지시하신 대로 딱 1%로 고정했습니다. 기존 대형 유통 길드들이 현장에서 최소 20%에서 30%까지 뜯어내는 가렴주구를 생각하면 이건 혁명입니다. 게다가 저희가 특허를 낸 거점 매칭 알고리즘 덕분에 낙도구 근처 F급 던전의 마력 노이즈 속에서도 위성 지연 없이 거래가 매칭됩니다."

그때, 잡화점 구석의 소파에서 극세사 담요를 덮고 누워 있던 하은이가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났다. 야무지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하은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철수 삼촌, 또 밤새운 거야? 삼촌 그러다가 진짜 대머리 된다? 삼촌 나이에는 건강 관리 안 하면 큰일 난다고 텔레비전에서 그랬어."

"하하, 하은아. 삼촌은 머리숱 많아서 괜찮아. 그리고 이건 대머리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야. 대기업 나쁜 놈들의 유통망을 찢어발기는 역사적인 첫걸음이거든."

"치, 그래도 밥은 제때 먹고 해야지. 삼촌, 주방에 내가 홍삼 젤리 놔뒀으니까 철수 삼촌이랑 나눠 먹어."

하은이의 어른스러운 잔소리에 방 안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 훈훈하게 흐트러졌다. 현은 조카의 땋은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며 미소를 지었다.

"하은이의 훈수가 갈수록 매서워지는구나. 철수야, 조카의 충고를 새겨듣고 어서 몸을 돌보거라. 무릇 장기적인 전쟁을 앞둔 군사는 체력 안배가 최우선인 법이다."

"예, 대표님. 든든하게 먹고 오겠습니다."

철수가 하은이가 건넨 홍삼 젤리를 입에 물고 헤헤 웃었다.

그때, 잡화점 문을 열고 들어온 최두식이 가죽 장갑을 거칠게 벗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현장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만…… 골드 크레센트 놈들의 하부 조직인 광풍상사가 매일 아침 F급 던전 입구에 상주하며 영세 헌터들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놓고 앱을 풀면 그놈들이 현장에서 헌터들을 힘으로 윽박지르고 강제로 물건을 빼앗으려 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정한 네이비 코트 깃을 천천히 바로잡았다.

"두식아. 상도의 근본은 신용이며, 상인의 힘은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 어제 오한석이라는 헌터와 그 무리에게 우리의 새로운 판을 약속했으니, 본좌가 직접 나가 그 신용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현의 나직한 음성에는 털끝만 한 흔들림도 없었다.

"가자꾸나. 조카의 학당 입학금과 잡화점의 장부를 채우기 위한 진짜 거래를 시작할 시간이다."


낙도구 외곽의 황량하고 지저분한 공터.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일렁이는 붉은색 던전 포털은 F급 던전의 입구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포털 주변의 마력 노이즈가 찌릿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탁한 스파크를 흩뿌렸다.

그 던전 입구 앞에는 낡은 철제 드럼통에 불을 피워놓고 손을 녹이고 있는 사내들이 서 있었다. 골드 크레센트의 하부 유통을 담당하는 광풍상사 소속의 수거책들이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칼자국이 뺨에 깊게 패인 험악한 인상의 사내, 행동대장 배칠성이 버티고 서 있었다.

"어이, 오 씨. 오늘 사냥 나간 놈들 슬슬 나올 때 안 됐냐?"

배칠성이 얼어붙은 드럼통에 침을 뱉으며 부하에게 물었다.

"예, 형님. 오한석이 패거리가 들어간 지 대여섯 시간 됐으니 지금쯤 기어 나올 겁니다. 어제 치료받는답시고 낙도 만물상인가 하는 구멍가게에 기어들어 갔다던데, 오늘 버르장머리를 꽉 고쳐 놔야 합니다."

부하의 비열한 보고에 배칠성이 노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버릇없는 새끼들은 손가락을 몇 개 분질러 놔야 제자리를 찾지. 낙도구에서 우리 광풍상사를 거치지 않고 던전 부산물을 팔 수 있는 구멍은 없다."

스스스스.

포털이 붉게 일렁이며 세 명의 사내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제 독고현에게 태청진기로 정화를 받아 독기는 빠졌으나, 여전히 온몸에 붕대를 감고 낡은 갑옷을 걸친 오한석 일행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그림자 쥐 가죽과 하급 마정이 가득 담긴 투박한 마대 자루가 들려 있었다.

"어이, 오한석이! 몸뚱이는 좀 괜찮나 보네? 뒤질 줄 알았더니 용케 살아 돌아왔어?"

배칠성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드럼통을 발로 툭 차며 불쑥 다가섰다. 그의 부하 세 명이 오한석 일행의 도주로를 부채꼴 모양으로 막아서며 위협적인 기세를 뿜었다.

오한석은 움츠러드는 어깨를 간신히 펴며 마대 자루를 움켜쥐었다.

"배칠성 씨. 비켜 주십시오. 오늘은 거래 안 합니다."

"뭐? 거래를 안 해? 야, 귀가 먹었냐? 이 구역 던전 부산물은 전부 우리 광풍상사가 매입한다고 몇 번을 말해! 가죽이랑 마정 다 이쪽으로 넘겨."

배칠성이 억센 손을 내밀었다. 오한석의 뒤에 서 있던 동료 헌터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제 그림자 쥐 가죽이랑 마정 다 뜯어가고 우리한테 정산해 준 건 겨우 포인트 20만 점이었잖아! 치료 약 하나도 못 사는 포인트 따위 필요 없어! 시중 가격대로 제대로 쳐주지 않으면 차라리 안 팔겠소!"

"이 새끼가 어디서 머리통을 쳐들고 말대꾸야?"

배칠성이 눈을 부라리며 오한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F급 헌터인 오한석이 저항할 틈도 없이, 배칠성의 악력에 몸이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낙도구 바닥에서 골드 크레센트가 던전 포털 열어주니까 니들이 사냥이라도 하는 줄 모르고 설치네. 니들 이거 우리한테 안 넘기면 당장 내일부터 던전 출입 차단이야. 그리고 낙도구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물건 들고 나가다 걸리면, 그땐 진짜 손목이 부러지는 줄 알아."

협박 어린 폭압에 오한석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하지만 어제 만물상에서 보여준 독고현의 압도적인 기세와, 단 1%의 수수료로 제값을 받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 뇌리를 스쳤다.

'신용을 잃는 상단은 삼류만도 못하다'고 했던 그 남자의 묵직한 가르침이 오한석에게 마지막 용기를 불어넣었다.

오한석은 떨리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이미 새로 업데이트된 '천마 플랫폼'의 앱이 켜져 있었다.

"우, 우리는 천마 플랫폼에 등록할 겁니다. 이미 업데이트 알림이 왔단 말입니다!"

오한석은 배칠성의 손아귀에서 발버둥 치며 스마트폰 화면의 '물품 등록'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카메라로 마대 자루 안의 그림자 쥐 가죽 40장과 하급 마정 10개를 촬영하고, 시중가인 150만 원을 희망 가격으로 적어 올렸다.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거점 매칭 알고리즘을 통해 주변 구매 바이어들에게 실시간 매칭을 시작합니다.]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그딴 구멍가게 앱에 올린다고 누가 사 갈 줄 알고? 당장 취소해!"

배칠성이 오한석의 멱살을 흔들며 주먹을 쥐어 올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삡! 삡! 삡!

오한석의 스마트폰에서 경쾌하고 맑은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매칭 완료! 청솔 길드 구매팀이 물품을 시중가 150만 원에 즉시 낙찰하였습니다. 구매 대금이 가상 계좌에 예치되었습니다. 배송원의 수거를 대기합니다.]

"뭐, 뭐라고……?"

배칠성이 당황하여 오한석의 멱살을 잡은 손을 멈칫했다.


"등록한 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구나. 현대의 물류망이란 실로 눈부시게 신속하도다."

나직하고 묵직한 음성이 얼어붙은 공터의 탁한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들린 입구를 향했다.

공터 입구에서부터 훤칠한 풍채의 독고현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알록달록한 털모자를 깊게 눌러쓴 하은이가 현의 손을 꼭 쥔 채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그들의 뒤편으로는 가죽 장갑을 낀 최두식과 배달 삼형제가 '천마 플랫폼 정식 배달'이라고 적힌 완장을 차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따라붙었다.

"삼촌, 저 나쁜 아저씨들이 또 아저씨들 괴롭히고 있어."

하은이가 배칠성을 가리키며 찌푸린 얼굴로 귓속말을 하듯 소리쳤다.

현은 하은이의 모자 깃을 가볍게 매만져주며 차분하게 대꾸했다.

"걱정 말거라, 하은아. 이 삼촌은 오직 정당한 상거래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선 평화로운 상인일 뿐이다. 상도를 어지럽히는 쥐새끼들이 장부를 더럽히고 있으니, 잠시 정산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너, 너는 뭐야? 만물상 주인 놈인가?"

배칠성이 오한석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독고현을 노려보았다. 독고현의 몸에서 풍기는 범상치 않은 품위와 기품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으나, 등 뒤에 든든한 골드 크레센트라는 뒷배가 있기에 도리어 성가시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봐, 만물상 사장. 당신이 무슨 앱을 만들었는지는 관심 없는데, 여기는 우리 광풍상사의 유통 구역이야. 대기업 밥그릇 건드리고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애들 시켜서 그 낡아빠진 잡화점 뼈대까지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당장 꺼져!"

배칠성이 허리춤에서 시퍼런 각성자용 단검을 뽑아 들었다. 쇠붙이가 드러나자 그의 부하들도 살기등등한 무기를 꺼내 들며 위협적으로 다가섰다. 대낮의 대로변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으나, 이들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오한석 일행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최두식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긴장한 표정으로 독고현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현의 얼굴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대낮에 쇠붙이를 함부로 휘두르며 상도를 위협하다니. 이 나라의 사법 제도가 엄격하다고 들었거늘, 너희는 황실의 법도조차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

"법? 낙도구에서는 골드 크레센트가 바로 법이다, 이 새끼야!"

배칠성이 단검을 휘두르며 현을 향해 짓쳐 들었다.

그 순간, 현의 눈동자가 깊은 심연처럼 새까맣게 가라앉았다.

현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저 단전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마도(魔道)의 진기, 심상(心象)을 흔드는 영력을 미세하게 밖으로 방출했을 뿐이다.

'천마묵명(天魔黙銘)의 기세.'

서서히 퍼져나간 보이지 않는 진기가 오직 배칠성과 그의 부하 세 명의 뇌신경만을 정확히 타격했다.

쿵!

배칠성의 시야가 일순간 붉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하늘을 뒤덮은 붉은 구름 아래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백골의 산이 솟아올랐고, 그 거대한 해골 왕좌 위에 턱을 괸 채 자신을 벌레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초월적인 마신의 형상이 보였다. 마신의 거대한 붉은 안광이 자신을 향하는 순간, 배칠성은 심장이 완전히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턱이 딱딱 부딪히며 이가 깨져 나갈 듯 진동했고, 목구멍에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척수 전체를 관통하는 압도적인 포식자의 기세에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꺼, 헉…… 끄으윽……."

배칠성은 쥔 단검을 바닥에 툭 떨어뜨린 채, 얼어붙은 흙바닥에 이마를 처박으며 사시나무 떨듯 비참하게 몸을 웅크렸다. 그의 부하들 역시 무기를 내팽개치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침을 흘리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주변의 일반인이나 최두식 일행에게는 그저 차가운 겨울바람이 한 번 세차게 불어 닥친 듯한 미세한 한기일 뿐이었으나, 배칠성 패거리에게는 문자 그대로 영혼을 짓이기는 지옥의 뇌옥이나 다름없었다.

최두식은 바닥에 엎드려 발작하는 배칠성 패거리를 힐끗 보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오한석에게 다가갔다.

"오 헌터님. 낙찰 대금이 안전하게 가상 계좌에 예치되었으니 물건은 저희가 수거하겠습니다."

최두식의 부하들이 신속하고 능숙한 솜씨로 오한석의 마대 자루에 '천마 플랫폼 안심 배송' 스티커를 부착하고 무게를 계량했다.

그와 동시에 오한석의 스마트폰이 징 하고 묵직하게 진동했다.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어…… 어어?! 진짜 들어왔어! 포인트가 아니라 진짜 현금으로 통장에 꽂혔어!"

오한석이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신한은행 입금 문자 내역을 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148만 5천 원.

기존 광풍상사에게 넘겼다면 수수료와 장비 이자로 다 떼이고 겨우 20만 포인트만 받아 피눈물을 흘려야 했을 물건이, 단 3분 만에 수수료 1%만 제해진 채 온전한 현금으로 그의 통장에 찍힌 것이다.

오한석의 동료 헌터들도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눈가에는 억울함과 설움이 씻겨 내려가는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제값을 받았습니다!"

오한석이 독고현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깊숙이 숙였다.

현은 바닥에 엎드려 경련하듯 떨고 있는 배칠성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상도를 어기고 약자를 갈취하는 자들에게는 오직 영수증의 매서운 정산만이 있을 뿐이다. 돌아가서 너희 우두머리에게 전하거라. 이 낙도구의 모든 던전 유통망은 이제 본좌의 천마 플랫폼이 관장할 것이라고."

현이 흘려보내던 기세의 고삐를 슬며시 늦추자, 배칠성은 그제야 흙먼지를 입안 가득 머금은 채 숨을 거칠게 헐떡였다. 지옥의 문턱에서 겨우 빠져나온 듯한 사색이 된 얼굴로 배칠성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히, 이익……! 괴, 괴물 같은 놈……!"

배칠성은 떨어진 단검을 주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부하들을 팽개치고 공터 밖으로 정신없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하던 부하들도 기어 다니듯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의 뒤를 쫓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 비참하게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하은이가 현의 코트 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삼촌, 저 아저씨들이 왜 저렇게 도망쳐? 삼촌이 아까 눈싸움으로 이겨서 겁먹은 거지?"

현은 순식간에 다정한 조카 바보 삼촌으로 돌아와 하은이를 향해 온화하게 웃었다.

"그렇단다, 하은아. 이 삼촌의 매서운 눈싸움 기세에 적들이 자신들의 부조리를 뉘우치고 도망친 것이지. 상인은 모름지기 신용과 당당한 기백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웅! 삼촌 최고야! 나쁜 삼촌들 혼내주는 평화로운 상인 삼촌!"

하은이가 배시시 웃으며 현의 품에 폭 안겼다. 현은 조카를 품에 안아 올리며 낙도구의 시린 아침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첫 번째 거래는 완벽하게 성사되었다. 이제 이 소식은 낙도구 전역의 영세 헌터들 사이에서 횃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독점 카르텔을 구축해 온 거대 길드 골드 크레센트의 성벽을 뿌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될 터였다.

"두식아, 물건을 청솔 길드 바이어에게 신속하게 인도하거라. 상단의 신용은 배송의 신속함에서 완성되는 법이다."

"예! 대표님!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최두식의 힘찬 외침과 함께, 낙도구의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 새로운 유통의 바람이 강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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