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8화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8화: 후려치는 손길과 낙도구의 실상

낙도 만물상의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은 투명했으나, 유난히 시린 바람 탓인지 길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두꺼운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만물상 내부에는 웅웅거리는 온풍기 소리와 함께 아늑한 온기가 감돌았다. 예비 소집일의 요란했던 소동을 뒤로하고 복귀한 독고현은 외투를 벗어 단정하게 걸어두고는 조용히 차를 끓였다.

"삼촌, 아까 그 아줌마한테 진짜 눈싸움만 한 거 맞지? 다른 나쁜 마법 쓴 거 아니지?"

하은이가 소파에 걸터앉아 귤을 야무지게 까먹으며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물었다. 일곱 살 아이답지 않게 날카로운 직관이었다.

현은 찻잔을 조심히 받쳐 들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그렇고말고. 이 삼촌은 법을 준수하는 평화로운 상인이다. 상인은 오직 말과 신용으로 상대를 대할 뿐, 무도하게 폭력을 쓰지 않느니라. 그 부인은 그저 체력이 약해 매서운 겨울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진 것뿐이다."

"음…… 의심스럽지만 삼촌이 그렇다면 믿어줄게. 그래도 학교에서 나쁜 소문 나면 안 돼! 나 친구들이랑 다 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단 말이야."

"염려 말거라. 조카의 학당 생활에 어두운 그늘이 지는 일은 결코 없을 터이니."

현의 다정한 대답에 하은이는 만족스러운 듯 귤 한 조각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조카의 해맑은 모습을 보니 예비 소집일 강당에서 송민경에게 느꼈던 시시한 불쾌함이 깨끗이 가시는 듯했다.

그때, 컴퓨터 모니터 세 대를 켜놓고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김철수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손을 번쩍 들었다.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예비 소집일 다녀오신 사이에 가입자 수랑 주문량이 장난이 아닙니다. 낙도구 지역 맘카페랑 비트마켓 동네 게시판에 저희 플랫폼 소문이 쫙 퍼졌어요!"

최두식도 넓적한 거구를 흔들며 다가와 흥분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맞습니다, 대표님! 동네 심부름이랑 막힌 하수구 뚫기, 잃어버린 물건 찾기 같은 자질구레한 생활 의뢰가 실시간으로 수십 건씩 매칭되고 있습니다. 저희 배달 삼형제만으로는 몸이 모자랄 지경이라, 낙도구 일대의 백수 각성자들이나 영세 상인들을 배달 파트너로 등록시키고 있습니다."

"오호, 징용한 자들이 일을 제법 부지런히 하는 모양이구나."

"징용이라니요, 대표님! 합법적인 일자리 창출입니다! 다들 수수료도 거의 없고 정산도 빨라서 신나서 동네를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최두식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김철수가 개발한 천마 플랫폼의 '거점 매칭 알고리즘'은 마력 노이즈가 가득한 낙도구 골목길에서도 끊김 없이 작동하며 기적 같은 매칭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낙도구 주민들에게 천마 플랫폼은 이미 편리한 동네 해결사 같은 존재로 빠르게 안착하는 중이었다.

현은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상단의 기틀이 잡히고 정보망이 구축되는 속도는 무림 시절 천천마교의 흑풍대나 상단 정보망 못지않게 신속했다. 현대의 정보통신 기술이란 실로 대단한 비기임이 틀림없었다.

딸랑! 딸랑! 딸랑!

만물상 문 위에 매달린 놋쇠 종소리가 찢어질 듯 요란하게 울렸다. 평소의 맑은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문을 들이받듯이 거칠게 밀어젖히는 다급하고 무거운 소리였다.

현의 매서운 안광이 즉각 입구를 향했다.

"최, 최 사장! 안에 있어?"

문틈으로 기어 들어오듯 나타난 사내는 온통 흙먼지와 굳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낙도구의 영세 헌터 팀을 이끄는 F급 헌터 오한석이었다. 그의 뒤로는 팔에 투박하게 붕대를 감았거나 다리를 심하게 절뚝이는 동료 두 명이 서로를 부축한 채 간신히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살을 에는 한기 속에서 그들의 상처 부위에는 시퍼런 던전 마수독(魔獸毒)이 스며들어 회색빛 혈관이 징그럽게 솟아오른 상태였다.

"오 헌터님? 이게 무슨 꼴입니까? 던전에서 사고라도 당하신 겁니까?"

최두식이 깜짝 놀라 그들에게 달려갔다.

오한석은 만물상 바닥에 주저앉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왼팔 소매는 몬스터의 날카로운 발톱에 갈기갈기 찢겨 나가 있었고, 상처 부위에서는 검붉은 피가 그칠 줄 모르고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미안해, 최 사장…… 우리 팀이 방금 F급 '그림자 쥐 굴'을 돌고 나왔는데, 보스 몬스터가 폭주하는 바람에 장비가 다 망가지고 다쳤어. 만물상에 저가형 치료 물약이랑 지혈 붕대 좀 외상으로 얻을 수 있을까? 다음 주에 정산받으면 이자 쳐서 바로 갚을게. 제발 좀 도와줘……."

오한석의 목소리에는 깊은 절망과 뼈에 사무친 피로가 묻어 있었다.

현은 말없이 다가가 오한석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한석이 정체 모를 현의 압도적인 기세에 당황하여 몸을 움츠리려 하자, 현이 그의 어깨를 지긋이 눌렀다.

"움직이지 말거라. 상처가 깊어 기혈이 막혔고, 음독(陰毒)이 뼈까지 번지고 있으니 방치하면 팔을 잘라내야 할 것이다."

현은 오한석의 찢어진 팔 위로 나직하게 손바닥을 얹었다.

단전에서 부드러운 도가 정종의 진기이자 만물을 동화시키는 힘을 지닌 태청진기(太淸眞氣)를 끌어올렸다. 따스하고 맑은 기운이 오한석의 상처 부위로 부드럽게 스며들자, 찢어진 피부 속에서 요동치던 탁한 던전 마수가 순식간에 정화되며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검붉은 피가 기적처럼 멎고, 시퍼렇게 죽어가던 피부색이 본래의 붉은빛을 되찾으며 상처가 눈에 띄게 아물기 시작했다.

"어…… 어? 아픔이 가셨어……? 독기가 빠져나갔나?"

오한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팔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바라보았다. 고통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마력 오염으로 욱신거리던 극심한 열감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고가의 S급 치료 계열 각성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기적적인 회복술이었다.

"독기와 진기를 모두 다스렸으니 당장 숨을 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현이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은이가 옆에서 조용히 구급상자를 열어 깨끗한 붕대를 꺼내 현에게 건넸다. 현은 조카의 기특한 행동에 미소를 지으며 오한석의 팔을 단단히 묶어 지혈을 마무리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한석과 그의 동료들이 연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눈물을 흘렸다.

현은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오한석을 차갑게 응시했다.

"F급 던전이라 들었다. 무리가 깊지 않은 하급 마수들을 사냥하는 일인데, 어찌 이리 만신창이가 되도록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사지에 뛰어든 것이냐? 헌터란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버는 자들일 터인데, 그대들의 행색은 굶주린 난민과 다를 바가 없구나."

현의 묵직한 질문에 오한석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게…… 열심히 안 벌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목숨 걸고 마수를 잡으면 잡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구조라 그렇습니다."

"빚이 늘어난다고? 사냥을 하여 전리품을 얻었는데 어찌 빚이 늘어난다는 말이냐?"

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림에서도 사냥꾼이 목숨을 걸고 호랑이를 잡으면 가죽과 뼈를 팔아 집안을 일으키고도 남을 재물을 손에 쥐는 법이었다. 노력과 목숨의 가치가 배신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최두식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대표님, 그게 이 낙도구 던전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골드 크레센트' 길드 놈들의 횡포 때문입니다. 이 일대의 던전 입구에는 골드 크레센트의 하부 수거책인 광풍 상사 놈들이 버티고 서서 부산물을 강제로 매입합니다. 다른 곳에 팔려고 하면 길드 물류망을 동원해 낙도구 밖으로 나가는 길을 막아버리고 각성자 자격 정지 협박을 하죠."

오한석이 품 안에서 꼬깃꼬깃해진 종이 한 장을 꺼내 현에게 내밀었다. 골드 크레센트 지부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정산 영수증이었다.

"이것 좀 보세요. 저희가 오늘 목숨 걸고 잡은 그림자 쥐 가죽 40장과 하급 마정 10개의 시장 도매가는 원래 150만 원 선입니다. 그런데 정산 영수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은 영수증을 받아들었다. 현대의 숫자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기괴한 명목의 공제 내역들이 빼곡히 들어왔다.

[총 매출: 1,500,000원]

"이게…… 정산서란 말이냐?"

현의 서늘한 목소리에 잡화점 내부의 대기가 일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다.

"네. 그나마 20만 원도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지부에서 발행한 포인트로 줍니다. 그 포인트로는 골드 크레센트 지정 상점에서만 생필품을 살 수 있는데, 시중보다 가격이 두 배는 비쌉니다. 상처를 치료할 포션 하나 사려면 세 달치 정산금을 꼬박 모아야 해요. 결국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채를 쓰고, 그 사채 이자를 갚으려고 다시 몸이 안 나은 상태로 던전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오한석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려 굳은 핏자국을 씻어내렸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던전에 들어가 피를 흘리는데, 저놈들은 던전 입구에 서서 종이 몇 장 끄적이는 걸로 우리가 번 돈의 80% 이상을 뜯어갑니다. 이건 유통이 아니라 강도짓입니다……."

동료 헌터들도 분노와 슬픔에 젖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현은 정산 영수증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상도의 기본은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는 합의'에 있다. 파는 자는 물건의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얻고, 사는 자는 이를 적절히 유통하여 상호 윈-윈(Win-Win)해야 시장이 유지되는 법이다.

그러나 이 영수증에 적힌 행태는 상법이 아니었다.

현은 과거 무림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무림맹의 부패한 대형 상단들이 마교의 영토 경계에서 소금과 곡물을 독점하고 수수료를 90% 이상 뜯어내며 마교 백성들을 굶겨 죽이려 했던 적이 있었다. 현은 그 상인들의 목을 전부 베어 성문에 걸고 마교만의 독자적인 소금 유통망을 구축해 그들을 고사시켰다.

지금 그의 조카가 살아가는 현대의 낙도구에서, 똑같은 탐욕의 잔재가 헌터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었다.

화르륵.

현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마화(魔火)가 영수증 종이를 감쌌다. 불꽃은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종이를 집어삼켰고, 재 한 줌조차 남기지 않은 채 허공에서 완벽히 소멸했다.

"상도를 어기고 독점을 일삼으며, 일하는 자의 고혈을 빠는 자들에게는 오직 영수증의 매서운 정산만이 기다릴 뿐이다."

현의 안광에서 서슬 퍼런 핏빛 마기가 조용히 일렁였다.

"대표님, 하지만 저들은 대기업형 길드입니다. 헌터 협회와도 든든하게 결탁되어 있어서, 우리가 함부로 개입했다가는 천마 플랫폼 자체가 불법 영업으로 몰려 정지당할 수 있습니다. 저들의 법무팀과 무력 집단은 골목 상권이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최두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조언했다.

현은 차갑게 미소 지었다.

"두식아. 본좌가 무법자가 되어 저들의 목을 베겠다고 하더냐? 현대 사회에는 현대 사회에 걸맞은 법률과 상도의 전쟁법이 있는 법이다. 저들이 독점과 수수료로 시장을 지배한다면, 우리는 더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저들의 유통망을 고사시키면 그만이다."

현이 김철수를 돌아보았다.

"철수야."

"예, 예! 대표님!"

"우리 천마 플랫폼에 새로운 '거래장'을 만들 수 있겠느냐? 헌터들이 획득한 던전 부산물을 이 자리에서 즉각 등록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대기업이나 다른 길드의 구매 담당자들이 직접 입찰할 수 있는 거래의 장 말이다."

김철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던전 부산물 실시간 직거래 경매 시스템 말씀이십니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표님 만물상이 위치한 혈자리의 기전 특징과 거점 매칭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낙도구 던전 입구에서 획득한 마정의 고유 파장을 실시간으로 앱에 등록해 구매자와 매칭할 수 있습니다. 위성 통신이 끊겨도 작동하니까요."

"좋다. 수수료는 단 1%만 받도록 하겠다."

"1, 1%요?!"

철수와 두식은 물론, 자리에 있던 오한석 일행까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대표님, 보통 대형 헌터 중개 플랫폼도 최하 15%에서 20%의 수수료를 뗍니다. 1%면 서버 유지비랑 배달원 인건비도 안 남습니다!"

철수가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현은 따뜻한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단기적인 금전에 눈이 멀어 수수료를 탐하는 것은 삼류 장사꾼들이나 하는 짓이다. 상단의 진짜 힘은 '유통망의 독점'에서 나오는 법. 낙도구의 모든 영세 헌터들이 우리 플랫폼으로 몰려든다면, 골드 크레센트는 단 하나의 마정조차 구하지 못해 굶주리게 될 것이다. 물류의 흐름이 완전히 우리에게 넘어오는 순간, 진짜 거래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현의 원대한 비즈니스적 통찰에 김철수의 머릿속에 번개가 친 듯한 전율이 일었다.

단순히 착취당하는 헌터들을 구제하는 온정주의가 아니었다. 1%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로 공급자(헌터)들을 완전히 락인(Lock-in)하고, 대형 길드의 유통 독점망을 뿌리째 흔들어 낙도구의 유통 지배권을 통째로 가져오겠다는 냉혹하고도 완벽한 비즈니스 전략이었다.

"미쳤다…… 이건 진짜 대기업 유통망을 완전히 찢어발기는 전략이에요."

김철수가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로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한석은 독고현의 앞에 넙죽 엎드렸다.

"독고 대표님! 만약 그런 거래의 장을 열어주신다면, 저희 낙도구 영세 헌터 150명은 목숨을 걸고 천마 플랫폼에만 물건을 올리겠습니다! 골드 크레센트의 개가 되어 사느니, 대표님의 상단 아래에서 당당한 헌터로 살고 싶습니다!"

"좋다. 약속은 거래의 첫 단추인 법. 그대들의 신용을 내 지켜보마."

현은 오한석을 일으켜 세웠다.

"삼촌, 나쁜 삼촌들 돈 뺏어오는 거지? 멋지다!"

하은이가 손뼉을 치며 응원하자, 잡화점 안의 무거웠던 긴장감이 일순간 훈훈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현은 창밖의 차가운 겨울 하늘을 바라보았다. 골드 크레센트가 구축해 놓은 탐욕의 성벽이 보였다. 하지만 그 성벽은 조만간 천마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게 될 것이었다.

"두식아, 철수를 도와 내일 아침까지 준비를 끝마치거라. 상도의 매서운 칼날을 저 오만한 길드 놈들에게 보여줄 때가 되었다."

"예! 대표님!"

최두식과 김철수의 힘찬 대답이 낙도 만물상의 겨울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