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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7화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7화: 학당의 소집일과 절대자의 기세

손끝을 스치는 겨울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1월 초의 낙도구 골목길은 성에 낀 창문들과 꽁꽁 얼어붙은 보도블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골목 모퉁이에서 풍겨오는 군고구마의 달착지근한 냄새만이 이곳이 사람 사는 동네임을 겨우 알려주는 듯했다.

낙도 만물상의 내부 역시 온풍기가 웅웅거리며 뜨거운 바람을 뱉어내고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묘한 긴장감이 실내를 팽팽하게 채우고 있었다. 긴장감의 발원지는 다름 아닌 잡화점 안쪽 방에서 전신거울을 노려보고 있는 독고현이었다.

"삼촌, 어깨에 힘 좀 빼 봐. 무슨 전쟁이라도 나가는 사람 같아."

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귤을 껍질째 까먹던 하은이가 조숙한 말투로 한마디 던졌다.

현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유심히 점검했다. 평소 입던 편안하고 펄럭이는 한복 스타일의 개량 한복 대신, 하은이가 며칠 전 백화점 아울렛 매장을 이 잡듯 뒤져 직접 골라준 네이비 색의 단정한 모직 코트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슬랙스 바지 차림이었다.

훤칠한 키와 날카로운 어깨선 덕분에 옷태만큼은 모델 뺨칠 정도로 훌륭했으나, 정작 현의 얼굴은 수만 명의 마교도들을 거느리고 무림맹의 총단으로 진격할 때보다 더 굳어 있었다.

"하은아, 이 의복이 진정 '예비 소집'이라는 중대한 의식에 걸맞은 예복이 맞느냐? 내 보기에는 옷깃이 너무 단단하여 유사시 신법을 전개하거나 기혈을 소통시키는 데 다소 제약이 있어 보이는구나. 차라리 평소 입던 도포가 외문을 방어하고 진기를 펼치기에 훨씬 수월할 터인데……."

"삼촌, 오늘 학교 가서 달리기할 거 아니잖아. 그냥 학교에 취학통지서 내고 책 받아오는 날이라니까? 그리고 기혈이니 진기니 하는 말 좀 제발 쓰지 마! 다른 학부모들이 들으면 삼촌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할 거야."

하은이가 귤껍질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현의 코트 깃을 꼭꼭 눌러주며 매무새를 정돈해 주었다.

"나 오늘 착하고 평범한 삼촌이랑 학교 가고 싶단 말이야. 말할 때도 '본좌'나 '내공' 같은 무협지 단어 절대 금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씩씩하게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해. 알았지?"

"흠…… 알았다. 조카의 학업을 위한 공식적인 첫 행차이니, 최대한 이 나라의 풍습과 예법을 따르도록 하지."

현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은이의 신신당부가 귓가에 조잘조잘 박혔지만, 현의 내면적인 긴장은 생각보다 컸다. 그에게 초등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아이들이 글과 셈을 배우는 학당이 아니었다. 현대 사회에서 아이의 배경을 심사하고, 향후 사회적 관계의 격차가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종의 '소규모 각축장'이나 다름없다는 최두식의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딸랑!

만물상 문 위에 달린 놋쇠 종소리가 맑게 울리며, 시린 겨울바람과 함께 최두식과 배달 삼형제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평소 입던 편한 패딩 점퍼 대신, 머리에 기름진 왁스를 바르고 검은 양복을 칼같이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대표님! 하은 아기씨! 소집일 준비 다 되셨습니까!"

최두식이 마치 군대의 호위 대장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며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두식아, 왜 이리 부산스럽느냐? 그리고 너희들의 그 거추장스러운 옷차림은 또 무엇이지?"

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최두식이 비장한 표정으로 넓은 가슴을 폈다.

"오늘이 바로 하은 아기씨의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아닙니까! 낙도구의 실질적 지배자이신 대표님의 첫 공식 행차인데, 저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밖에 검은색 세단 석 대를 왁스 칠까지 끝내고 대기시켜 놨습니다. 학교 정문 앞까지 줄 맞춰서 철통 에스코트해 드리겠습니다!"

"이놈들이……."

현의 날카로운 눈매가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순간적으로 방 안의 대기가 얼어붙듯 무겁게 가라앉자, 최두식과 삼형제는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본좌가 지금 다른 문파와 세력권을 두고 전쟁을 치르러 가느냐? 학문을 닦는 신성한 학당에 조폭 패거리 같은 해괴한 기세를 몰고 가 하은이의 얼굴에 먹칠을 하려 들다니. 당장 그 흉물스러운 쇠구루마들을 치우고 잡화점 문이나 지키거라!"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대표님과 아기씨의 기를 살려드리려고……."

최두식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은이가 현의 코트 소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삼촌, 얼른 가자. 다른 애들 벌써 다 가고 있단 말이야."

"그래, 하은아. 어서 가자꾸나."

현은 하은이의 작고 따뜻한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최두식을 향해 덤덤하지만 뼈가 있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가게를 비운 사이 천마 플랫폼에 주문이 들어오면 상도의 규칙대로 지체 없이 배달원들을 매칭하여 처리하거라. 첫 신용을 잃는 상단은 무림의 삼류 패거리만도 못한 법이다."

"예!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서버 모니터링이랑 배송 매칭은 철수가 완벽하게 돌리고 있습니다!"

최두식의 우렁찬 배웅을 받으며, 현은 하은이와 함께 만물상 문을 나섰다. 시린 겨울 아침의 공기가 얼굴을 때렸으나, 조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쥔 손바닥만큼은 태청진기의 온화한 온기처럼 훈훈하게 차올라 있었다.


낙도 초등학교 강당은 이미 수많은 학부모와 예비 초등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체육관 특유의 녹색 우레탄 바닥 냄새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드넓은 강당 내부를 꽉 채웠다. 아이들은 새로 산 알록달록한 책가방을 자랑하듯 메고 신이 나서 뛰어다녔고, 학부모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학원 정보와 담임 배정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은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을 가만히 훑어보았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만남의 장 같았지만, 그의 예리한 감각은 공기 중에 흐르는 미묘한 열등감, 우월감, 그리고 서로의 배경을 탐색하는 은밀한 시선들을 선명하게 감지해 냈다. 강호의 영웅대회나 무림맹의 정기 회합 못지않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삼촌, 저기 1학년 접수처라고 적힌 줄에 서면 돼."

"응, 하은아. 취학통지서는 잘 가지고 있으니 염려 말거라."

현은 코트 안주머니에 비급처럼 고이 간직해 둔 하얀 종이 봉투를 툭툭 쳤다. 하은이가 배시시 웃으며 현의 손을 이끌어 접수처 줄 뒤에 섰다.

기다리는 동안 현의 훤칠한 외모와 압도적인 풍채는 단연 돋보였다. 큰 키에 조각 같은 마스크, 그리고 단정하면서도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귀기(貴氣)를 풍기는 현의 모습에 주변의 몇몇 학부모들이 눈길을 던지며 수군거렸다.

"저기 서 있는 사람 좀 봐. 배우인가? 분위기가 엄청 독특하네."
"옆에 서 있는 여자애 삼촌이래. 아빠가 아니라 외삼촌이 기른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요? 부모 없이 삼촌 밑에서 자란 모양이네. 어쩐지……."

속닥거리는 무례한 소리들이 현의 공청이(孔聽耳) 수준으로 예민한 청각에 생생하게 걸려들었다. 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내공을 움직여 청각을 일시적으로 닫았다. 조카가 이런 영양가 없는 소리에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덧 접수처 테이블에 다다르자,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의 젊은 여교사가 미소를 지으며 하은이를 맞이해 주었다. 하은이의 예비 담임교사 후보이자, 낙도 초등학교의 강서윤 교사였다.

"안녕? 오늘 예비 소집일이라 학교에 왔구나.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안녕하세요! 저는 독고하은이에요!"

하은이가 허리를 곧게 펴고 씩씩하게 배꼽 인사를 하자, 강서윤의 눈에 흐뭇한 온기가 감돌았다.

"하은이구나. 이름도 정말 예쁘고 의젓하네. 보호자 분께서는 취학통지서를 이쪽에 제출해 주시겠어요?"

"여기 있소. 아니, 있습니다."

현이 하은이의 눈치를 보며 말투를 서둘러 정중하게 수정하고는 종이 봉투를 건넸다. 강서윤은 봉투에서 취학통지서를 꺼내 펼쳤다.

"어머……."

강서윤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취학통지서의 보호자 기입란에 서슬 퍼런 기개와 품격이 넘쳐흐르는 정갈한 붓글씨로 [外三寸 獨孤賢]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린트나 볼펜으로 대충 적는 요즘 시대에 이런 서류를 정통 붓글씨로 작성하는 보호자는 전무했다. 게다가 글씨체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필력과 중압감에 강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글씨가…… 정말 힘 있고 멋지시네요. 독고현 삼촌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하은이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외삼촌입니다."

"네, 서류 확인 완료되었습니다. 낙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해요, 하은아."

강서윤이 하은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며 학교 안내 책자를 건넸다. 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강당 입구 쪽이 갑자기 시끄러워지며 대기 줄을 서 있던 학부모들이 양옆으로 조심스럽게 비켜서기 시작했다.

"학부모회장님 오셨네."
"어머, 송 회장님! 오늘 민우 예비 소집이라 직접 오셨군요."

화려한 은빛 밍크코트를 거 걸치고 손가락마다 보석 반지를 번쩍이는 중년 여성이 오만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뒤로는 몇 명의 추종 학부모들이 시종처럼 굽신거리며 뒤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낙도 초등학교 학부모회를 쥐고 흔드는 회장, 송민경이었다.

송민경의 남편은 낙도구 일대의 던전 물류를 독점하는 거대 길드 '골드 크레센트'의 낙도구 지부 물류 이사였다. 그 막강한 자금력과 길드의 배경을 등에 업고 있었기에, 송민경은 이 지역에서 자신이 대적할 자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송민경의 차가운 시선이 대기 줄을 훑어가던 중, 유독 돋보이는 독고현과 그의 손을 잡고 있는 하은이에게 멈추었다.

"회장님, 저기 서 있는 남자가 그 만물상 집 주인이에요. 최근에 이상한 스마트폰 어플인지 뭔지로 골목길 헌터들을 꼬드겨서 길드 물류망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뒤 따르던 한 학부모가 송민경의 귀에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송민경의 얇은 입술이 조롱하듯 비틀려 올라갔다. 골드 크레센트 지부 내부 회의에서 '천마 플랫폼'이라는 영세 앱 때문에 낙도구 수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짜증 섞인 소리를 남편에게 들었던 참이었다.

송민경이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독고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머, 강 선생님. 서류 확인이 왜 이렇게 지체돼요? 우리 민우 서류도 빨리 처리하고 가야 하는데, 이런 수준 낮은 애들 때문에 시간을 다 허비하겠네."

송민경이 들고 있던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고쳐 매며 하은이를 대놓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강서윤 교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송 회장님, 순서대로 차례대로 진행 중입니다. 곧 차례가 되시니 뒤쪽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기다리는 건 문제없는데 말이죠."

송민경이 강당 전체에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요즘 낙도 초등학교도 참 수준이 많이 떨어졌어. 부모도 없이 삼촌 한 명 밑에서 구질구질하게 자란 애들까지 거리낌 없이 받아주니 말이야. 원래 이런 정서적으로 결핍된 애들이 학급 분위기를 망치고 사고를 치더라고요. 편부모나 고아 같은 애들이 교실에 섞여 있으면, 우리 민우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을 애들 교육 환경에 악영향만 주잖아요? 낙도구가 아무리 변두리라지만, 학교 수준까지 이렇게 바닥을 치게 둬서야 되겠어요?"

송민경의 악의적인 가시 돋친 발언에 주변의 평범한 학부모들은 눈치를 보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강당 내의 온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진 듯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강서윤 교사의 얼굴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송 회장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신성한 교육 기관이자 아이가 있는 눈앞에서 그런 무례한 언사는 삼가 주십시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가정 교육은 부모 손때가 묻어야 완성되는 법인데, 부모 없이 대충 자란 애가 오죽하겠어? 안 그래요?"

송민경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음을 날렸다.

하은이의 작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부모를 잃은 깊은 상실감과, 삼촌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내면의 깊은 불안감이 송민경의 말에 정통으로 찔린 탓이었다. 하은이는 울지 않으려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현의 손을 쥔 작은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떨리고 있었다.

조카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

독고현의 심장 깊은 곳에서 백 년 동안 짓눌러 두었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듯 타올랐다.

무림에서 천마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자는 삼족을 멸하고, 그가 속한 문파는 초토화되어 이름조차 지워졌다. 감히 그의 유일한 혈육이자 목숨보다 아끼는 조카를 모욕하고 상처 입히다니.

현의 눈동자 가장자리가 핏빛 마기(魔氣)로 붉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강당 전체를 압사시킬 수준의 진정한 살기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삼촌, 현대 사회에서는 폭력을 쓰면 안 돼…… 착하게 웃는 연습 해야 해.'

귓가에 맴도는 조카의 어린 목소리가 폭주하려던 천마의 고삐를 낚아챘다. 현은 강제로 핏발이 서던 안광을 내리누르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폭력을 휘두르지 않겠다는 하은이와의 약속. 그리고 이 나라의 삼엄한 사법 질서.

'그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이 비열한 자에게 지옥의 심연을 보여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현은 부드럽게 하은이의 귀를 양손으로 감싸며 품으로 끌어당겼다.

"하은아, 잠시만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가장 즐거웠던 일만 생각하고 있거라. 삼촌이 이 손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올 터이니."

"삼촌…… 나쁜 짓 하면 안 돼? 약속했잖아."

하은이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자, 현은 평소처럼 세상에서 가장 순진하고 다정한 삼촌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염려 말거라. 이 삼촌은 훌륭한 상인이다. 상도의 이치에 따라 정당한 말로만 타협할 뿐이다."

하은이가 안심하고 눈을 꼭 감자, 현은 서서히 고개를 돌려 송민경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온화했던 삼촌의 가면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강호를 오직 공포와 힘으로 통일했던 천마의 차가운 안광만이 남았다.

현이 송민경을 향해 나직하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단전에서 묵직한 마도(魔道)의 진기를 미세하게 끌어올려, 오직 송민경 한 사람의 뇌신경만을 정확히 타깃으로 삼는 무림 최상승의 수법, '천마묵명(天魔黙銘)'의 심상 기세를 펼쳤다.

스산한 환청과 함께 강당 안의 소음이 송민경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동시에 송민경은 눈앞의 강당 풍경이 흑백으로 뒤틀리며 왜곡되는 기괴한 환각에 휩싸였다. 눈앞에 마주 서 있는 독고현의 모습 뒤로, 수만 개의 해골이 쌓인 붉은 피의 옥좌와 그 위에 군림하여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마신(魔神)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손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 숨이 턱 막혔다. 뼈마디를 시리게 만드는 극한의 한기가 전신을 덮쳐왔다.

"컥……! 허, 윽……!"

송민경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고, 목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당장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으면 영혼까지 찢겨 나갈 것 같은 절대적인 파멸의 공포가 그녀의 뇌리를 유린했다.

현은 단 세 걸음 만에 송민경의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남자가 귀부인에게 조용히 다가서는 모양새였으나, 송민경에게 그것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파멸의 도래였다.

현이 상체를 미세하게 굽혀 송민경의 귀에 대고 차가운 칼날 같은 목소리를 나직하게 속삭였다.

"부인. 학당은 신성한 배움의 장이며, 아이들은 상도의 어떠한 다툼과도 무관한 무고한 존재요."

"히, 힉…… 흑……!"

"내 조카의 앞길에 조그만 흙탕물이라도 뿌리는 자는, 그 지위가 어떠하든 내 철저한 거래 원칙에 따라 그 삼족의 유통망과 재산을 송두리째 말려 죽일 것이오. 당신 남편이 골드 크레센트의 얄팍한 힘을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당신 가족 전체가 이 낙도구에서 흔적도 없이 파산하여 쫓겨나고 싶지 않다면 그 오만한 주둥이를 닫고 얌전히 살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터요."

속삭임을 마친 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방출했던 천마묵명의 기세를 깔끔하게 거두어들였다.

순간, 송민경을 가두고 있던 지옥의 절망감이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허어억! 헉! 헉……!"

송민경은 가슴을 쥐어짜며 녹색 우레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마치 물 밖으로 던져진 물고기처럼 거친 숨을 헐떡이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려한 밍크코트는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엉망이었고, 붉게 화장했던 안색은 핏기가 완전히 가셔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어머, 회장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편찮으신가 봐요! 얼른 보건실로 모셔요!"

뒤따르던 학부모들이 기겁하며 주저앉은 송민경을 양옆에서 부축했다. 송민경은 흘러내리는 눈물 너머로 독고현의 구두끝만을 멍하니 바라보며 벌벌 떨 뿐, 감히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방금 겪은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죽음의 나락에 다녀온 듯한 실재하는 초월적인 공포였다.

현은 덜덜 떠는 무리들을 깨끗이 무시한 채, 품에 안고 있던 하은이의 귀에서 손을 떼고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은아, 서류 제출이 무사히 끝났으니 이제 가자꾸나."

하은이가 눈을 빼꼼 뜨고 주변을 살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멸시하던 오만한 아줌마가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바닥에 앉아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촌, 저 아줌마 왜 저래? 어디 아픈가 봐."

"하하, 1월의 바람이 워낙 차가우니 몸이 허약하여 고뿔이라도 심하게 온 모양이구나. 몸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자는 결코 큰 상단이나 대업을 이끌지 못하는 법이지. 가자."

현은 하은이의 손을 잡고 강당 정문을 향해 유유히 걸어 나갔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강서윤 교사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독고현이 송민경에게 다가갔던 그 짧은 순간, 강당 안의 소음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대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던 느낌을 그녀 역시 어렴풋이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저 보호자분…… 대체 정체가 뭘까?'

강서윤의 마음속에 하은이의 삼촌 독고현이라는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흔적으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강당을 빠져나오자, 투명하게 얼어붙은 겨울 하늘 아래로 부서지는 밝은 햇살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따뜻하게 내리비추었다.

현은 조카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을까 염려하며 하은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하은이는 오히려 삼촌의 단단한 손을 꼭 쥐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삼촌, 아까 그 아줌마 엄청 쌤통이었어. 삼촌이 눈싸움으로 이긴 거지?"

"음? 눈싸움이라니……."

"내가 삼촌 얼굴 다 봤거든! 눈에서 엄청 무서운 불꽃이 찌릿찌릿 났단 말이야. 삼촌이 나 놀린 나쁜 아줌마 혼내준 거 맞지?"

하은이가 한 손으로 볼을 콕 찌르며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조카의 그 해맑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현의 가슴속 깊은 곳을 떠돌던 차가운 살기가 완전히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내 어찌 하은이의 앞길을 방해하는 요물을 가만두겠느냐. 본좌의…… 아니, 이 삼촌의 장부에 기록된 적은 절대로 온전치 못하느니라."

"헤헤, 역시 우리 삼촌이 세계 최고야!"

하은이가 발걸음을 가볍게 떼며 앞장서 걸었다.

"삼촌, 얼른 가게로 돌아가자! 박 할머니가 주신 맛있는 배추김치에 밥 먹어야지. 그리고 삼촌 어플 주문 엄청 밀렸다고 아까 두식 아저씨가 그랬단 말이야."

"그렇단다. 동네의 자질구레한 생활 민원들이 폭주하고 있으니, 조만간 골드 크레센트 놈들의 유통 독점망도 산산이 조각낼 수 있겠지."

현의 눈동자에 새로운 비즈니스 유통 전쟁을 겨냥한 예리한 도(刀)의 기운이 깃들었다.

하나뿐인 조카의 조용한 일상과 배움의 공간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 그것은 바로 현대 대한민국의 던전 물류 유통망을 완전히 독점하여 누구도 자신들을 건드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강호의 지존이었던 천마는 이제 조카를 위해 현대 플랫폼의 제왕이 되기로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거리였지만, 삼촌과 조카가 나란히 맞잡고 걷는 길 위에는 봄날의 햇살처럼 다사로운 온기가 번져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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