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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2화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학부모 상담 간 천마님이 유통망을 독점함

2화: 천마의 잡화점 창업기

탁, 탁.

가스레인지의 조절 밸브가 몇 번이나 헛돌며 스파크 소리를 냈다. 독고현은 눈썹을 찌푸린 채 그 둥근 쇠붙이를 조심스럽게 노려보았다.

"삼촌, 바보예요? 그걸 그냥 돌리기만 하면 어떡해요. 살짝 누르면서 왼쪽으로 끝까지 돌려야지."

옆에서 보다 못한 독고하은이 한숨을 폭 내쉬며 손을 뻗었다. 작은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 밸브를 꾹 누르며 돌리자, 틱, 틱, 파화학!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불꽃이 냄비 밑바닥을 감싸 안았다.

"오오……."

현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열을 끌어다 쓰는 영물인 줄 알았거늘, 미세한 기의 마찰로 화염을 일으키는 법구였군. 참으로 기묘한 도구로다."

"그냥 가스레인지예요, 가스레인지. 가스가 나와서 불이 붙는 거라니까요. 그리고 삼촌, 불 가까이에서 그렇게 눈 크게 뜨고 보면 눈썹 다 타요!"

하은이 삼촌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타박했다.

백 년 동안 강호의 천지를 흔들던 천마 독고현은, 일곱 살 조카의 지청구 앞에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어리숙한 초보 삼촌일 뿐이었다.

이윽고 냄비 속의 물이 끓어오르자, 하은이 능숙하게 라면 봉지를 뜯어 면과 스프를 털어 넣었다. 주방 가득 붉은 국물의 매콤하고 자극적인 향이 번져 나갔다.

상 위로 올려진 두 그릇의 라면. 현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살포시 떠서 입에 넣었다.

후루룩.

순간 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 이 맛은……!"

"왜요? 맛없어요? 삼촌 매운 거 못 먹어?"

"아니다. 도대체 이 탕국에는 어떤 영초를 갈아 넣었단 말이냐? 혓바닥을 강타하는 매콤함 뒤로 뇌를 짜릿하게 자극하는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구나. 황궁의 수라간 요리사들이 만든 육수조차 이토록 강렬한 맛을 내지는 못했거늘!"

현의 진지한 극찬에 하은은 젓가락을 입에 문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대기업 화학조미료 맛인데요."

"화학조미료? 내공을 연단할 때 쓰는 선단 같은 것이냐?"

"아니요, 그냥 MSG요. 아무튼 삼촌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하은이 작게 웃으며 면발을 오물오물 씹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렸다. 부모를 잃고 홀로 웅크려 울던 아이가, 비록 라면 한 그릇이지만 삼촌이 끓여준 밥을 먹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릇을 치우자, 하은이 거실 서랍장에서 낡은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상자 안에는 몇 푼 안 되는 동전들과 아빠의 유품인 듯한 은행 통장 하나가 들어 있었다.

"삼촌, 이제 우리 먹고살 걱정 해야 해요."

하은이 통장을 펼치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가 던전 사고로 가기 전에 남긴 돈인데, 삼촌이 아까 쫓아낸 사채업자 아저씨들한테 빌린 돈 말고도 갚아야 할 이자가 매달 나가요. 통장에 남은 건 이게 전부예요."

현이 통장 숫자를 들여다보았다.

[잔액: 34,200원]

"삼만 사천이백…… 원."

현은 강호에서 상단을 운영하며 장부 정리를 도맡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화폐의 단위는 다르나, 하은이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돈으로는 쌀 한 가마니조차 사기 힘들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게다가 매달 나가는 방세가 사십만 원이고, 내가 유치원 다니는 비용이랑, 삼촌이랑 나랑 밥 먹고 살려면 돈이 진짜 많이 필요해요. 삼촌은 무슨 일 할 수 있어요? S급 헌터 시험이라도 볼 거예요?"

"헌터라 함은 마수를 사냥하는 자들을 뜻하느냐? 그 관직에 굳이 얽매이고 싶지는 않구나. 상단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지."

"상단이요? 가게 열게요?"

"그렇다. 무릇 천하의 모든 부는 유통과 물류를 장악하는 상단에서 나오는 법. 내 비록 빈손으로 돌아왔으나, 조카를 굶길 만큼 무능하지는 않다."

현이 소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공간을 압축하는 아공간 주머니는 소멸했으나, 흉품 속에 소중히 품어왔던 무림의 자산 몇 가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현의 손가락 끝에 잡힌 것은 얇고 노르스름한 금속 판때기였다.

"이것이 무엇이에요?"

하은이 현이 내민 금속 판을 보며 물었다.

"금엽(金葉)이라 한다. 황금으로 만든 잎사귀지. 강호의 상인들 사이에서 고액의 거래를 할 때 통용되던 화폐다. 무게는 대략 두 냥(兩) 정도 되니, 현대의 가치로도 적지 않은 쌀값을 치를 수 있을 게다."

하은이 황금 잎사귀를 받아들고 눈을 반짝였다.

"진짜 금이에요? 와, 삼촌 진짜 부자였어?"

"부자라기보단…… 마교의 창고에 쌓여 있던 것 중 가장 보잘것없는 것을 챙겨왔을 뿐이다. 자, 이것을 처분해 장사를 시작할 종잣돈으로 삼자꾸나."


낙도구의 중심가로 향하는 골목길은 지저분했다. 깨진 아스팔트 틈새로 잡초가 돋아나 있었고, 몬스터의 침공 이후 방치된 듯한 낡은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독고현은 하은의 손을 잡고 낡은 간판이 걸린 '대광금은방'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돋보기를 쓰고 금반지를 닦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사내의 이름은 박대광. 낙도구에서 수십 년간 금을 다루며 영세 헌터들이 가져오는 잡동사니나 금붙이를 헐값에 매입해 이득을 취해온 약삭빠른 장사꾼이었다.

"어라, 어서 오세요. 금 사시게? 아니면 파시게?"

박대광은 현의 허름한 차림새와 손을 잡고 있는 어린아이를 훑어보더니 금세 흥미를 잃은 눈빛으로 변했다.

현이 주머니에서 금엽을 꺼내 유리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탁.

"이것을 처분하고자 한다. 무게를 달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라."

박대광이 황금 잎사귀를 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정교하게 새겨진 무림의 문양과 묵직한 황금빛이 범상치 않았다. 그는 핀셋으로 금엽을 집어 들고 돋보기로 요리조리 살폈다.

시세보다 후려치기 딱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대광의 머릿속을 스쳤다.

"흐음…… 이거 모양은 그럴싸한데, 요즘 나오는 골드바랑은 다르네. 합금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순도도 꽤 떨어질 것 같고, 출처도 불분명한 고미술품 느낌이라 제값을 받기는 힘들겠는데."

대광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게다가 요즘 국제 금시세가 말이 아니라서 말이죠. 이거 무게가 한 75그램 정도 나가 보이는데, 순도 감정비 빼고 수수료 떼고 하면 한 삼백만 원이나 주려나?"

당시 24K 순금 75그램(약 20돈)의 실제 시세는 7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대광은 현이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이라 확신하고 절반 이하의 가격을 던진 것이었다.

하은이 삼촌의 옷소매를 당기며 속삭였다.

"삼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금 한 돈에 삼십 몇만 원이래요! 저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호오……."

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백 년 동안 강호의 거대 상단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던 천마 앞에서 감히 밑장빼기를 시도하다니.

현이 카운터 유리에 손가락 하나를 가만히 얹었다.

"본좌가 비록 이 땅의 사정은 아직 어두우나, 상도의 기본마저 잊은 것은 아니다. 내 손가락의 감각은 찰(刹) 단위의 무게조차 오차 없이 가려내지. 이 금엽은 십이 한(漢)의 황실 보고에서 흘러나온 정제 순금으로, 순도 99.9%에 무게는 정확히 스무 돈, 즉 두 냥(75g)이다."

"아, 아니, 손님. 그건 정밀 측정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대광이 말을 흐리자, 현이 손가락에 미세하게 진기를 실어 지그시 힘을 주었다.

콰자작-.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카운터 매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 받침대가 아래로 툭 가라앉았다.

"히, 익?!"

박대광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현은 미소를 지은 채, 갈라진 유리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그 아래의 철제 지지대를 툭 건드렸다. 단단한 강철 지지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는 광경이 대광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본좌의 기운을 담은 저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수수료를 제하는 것은 인정하나, 터무니없는 야바위로 혈육의 입에 들어갈 쌀값을 축내려 든다면……."

현의 날카로운 묵빛 눈동자가 대광의 미간을 꿰뚫었다.

"이 가게의 모든 철기(鐵器)를 이 자리에서 고철 가루로 만들어 주마."

"사, 살려주세요! 시세대로, 아니 시세보다 더 쳐드리겠습니다!"

대광은 겁에 질려 머리를 세차게 쬐었다. 맨손으로 강화유리를 깨고 철을 휘어잡는 자는 필시 등급을 매길 수 없는 고위 각성자이거나 광포한 무투가 계열의 능력자일 터였다. 그런 자를 등쳐먹으려 했다니 제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일이었다.

대광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금엽을 정밀 저울에 올렸다. 수치는 정확히 75.02그램. 현이 말한 무게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오, 오늘 시세 적용해서…… 수수료 없이 깔끔하게 800만 원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현금으로 드릴까요, 이체해 드릴까요?"

"현금으로 다오. 묵직한 지전(紙錢)이 거래의 맛을 돋우는 법이니까."

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잠시 후, 빳빳한 오만 원권 지폐가 가득 담긴 돈 봉투를 품에 넣은 현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 금은방을 나섰다.

하은이 삼촌의 손을 꼭 잡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삼촌, 아까 유리가 막 깨지는데 깜짝 놀랐어요. 삼촌 진짜 대단하다. 장사꾼 아저씨가 바로 꼬리를 내리네."

"상도를 어지럽히는 무리에게는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른 장부 정리법이다. 이제 거처이자 장사를 시작할 터를 찾아보자꾸나."


두 사람은 낙도구 골목길의 한 모퉁이에 멈춰 섰다.

그곳에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듯, 먼지가 뽀얗게 쌓인 일층짜리 상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회색 시멘트 벽면에는 붉은 라커 칠로 휘갈겨 쓴 몬스터 퇴치 낙서가 가득했고, 빛바랜 간판에는 '낙도 만물상'이라는 투박한 글씨가 겨우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이 가게 앞의 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의 발끝을 통해 기이한 파동이 감지되었다.

'……영적 혈자리(穴자리)로구나.'

무림에서 기의 흐름을 감지하던 심득이 현대의 마력 감각과 접목되어 뇌리에 뚜렷한 지도를 그렸다. 이 낡은 잡화점 건물은 낙도구 일대에 흩어진 던전의 잔여 마력이 한곳으로 뿜어져 나오는 핵심 노드, 즉 영기가 모여드는 명당이었다.

이곳에 물건을 보관하면 몬스터 부산물의 부패를 막을 수 있고, 약초의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공 수련을 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여보쇼, 거기서 뭐 하는 거요?"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두 사람을 향해 낡은 이불을 털며 다가오는 노인이 있었다. 이 건물의 주인이자 낙도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김 씨 노인이었다.

"이 가게를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임대를 놓고 있는 자리입니까?"

현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풍스럽게 물었다.

김 씨 노인은 현의 기품 있는 눈빛에 흠칫 놀라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맞소만…… 여기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구려. 가게 뒤편 골목이 F급 던전 경계선이랑 가까워서 마력 수치도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광풍 상사 깡패놈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텃세를 부리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다 도망갔소. 나도 골칫덩이라 그냥 비워두고 있는 처지라오."

"깡패라 함은 아까 그 벌레들을 말하는 모양이군요. 그들의 횡포라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증금과 월세는 어떻게 됩니까?"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 원인데…… 진짜 계약하겠소? 나중에 깡패들 때문에 울고불고해도 난 책임 못 지요."

"계약하겠소. 지금 바로 지전을 치르겠소."

현이 품에서 빳빳한 오만 원권 묶음을 꺼내 김 씨 노인에게 내밀었다. 노인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즉석에서 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 이 골칫덩이 건물을 이렇게 쉽게 임대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노인이 가자, 현은 하은을 데리고 쇠사슬로 묶여 있던 셔터를 들어 올렸다.

덜컥, 쿠구구궁-.

녹슨 셔터가 열리자, 지독하게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거미줄이 자욱한 내부가 드러났다. 바닥에는 수년 동안 쌓인 듯한 회색 먼지가 발목을 덮을 듯 가득했다. 하은이 코를 감싸 쥐며 에취! 하고 재채기를 했다.

"삼촌, 청소하려면 며칠은 걸리겠어요. 빗자루랑 걸레랑 쓰레기봉투도 사 와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현이 하은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무림의 기운을 다루는 자에게 청소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번거로움에 불과하지. 하은아, 바람이 부니 눈을 잠시 감으려무나."

현이 양손을 가볍게 휘저으며 단전의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주위로 잔잔한 미풍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내 강렬한 회오리바람으로 변해 가게 안을 휘감았다.

천마신공의 정밀한 진기 제어법 중 하나인 풍화대법(風化大法).

휘이이잉-!

가게 내부의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간 바람은 벽에 붙은 거미줄과 찌든 먼지들을 단 한 톨도 남김없이 쓸어 담았다. 놀랍게도 바람은 가게 안의 낡은 진열대나 유리창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오직 먼지와 쓰레기만을 똘똘 뭉쳐 하나의 거대한 먼지 공으로 만들어냈다.

현이 손가락을 툭 튕기자, 축구공만 해진 먼지 공은 열린 현관문 밖의 쓰레기 수거함으로 정확히 날아가 쏙 박혔다.

셔아아악-.

먼지가 걷힌 가게 안은 방금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은이 감았던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아……! 삼촌, 진짜 대박이다! 이거 윈드 매직 맞죠? 삼촌 바람 속성 마법사였어?"

"마법사가 아니라 천마신공의 응용이다."

"치, 맨날 외계인 같은 소리만 하고. 아무튼 삼촌 덕분에 청소값 굳었네!"

하은이 신나서 가게 안을 뛰어다녔다. 현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흡족함을 느꼈다. 드디어 이 낯선 현대 사회에 자신과 조카가 함께 발을 붙일 터전이 마련된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잡화점 근처의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망을 다루고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라는 통신 기기가 필수적이라는 하은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다.

"손님, 명의 확인 되셨고요.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무제한으로 개통해 드렸습니다. 여기 새 기기 확인해 보세요."

단정하게 셔츠를 입은 직원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건넸다. 직원은 훤칠하고 기품이 넘치지만 정작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야생 맹수가 신기한 물건을 보듯 경계하고 있는 현의 모습에 속으로 묘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은 한 손에 들어오는 매끄러운 유리와 철의 결정체를 받아들고 묘한 경외감을 느꼈다.

'이 자그마한 철기가 천하의 모든 서신과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천리통(千里通)의 영물이라니. 현대인들의 술법은 참으로 경이롭구나.'

손끝으로 화면을 켜자, 화려한 색상의 아이콘들이 어지럽게 빛났다.

"삼촌, 화면을 손가락으로 슥 밀어봐요."

하은이 옆에서 시범을 보였다.

현이 조심스럽게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고 화면을 쓸어내렸다.

스윽.

갑자기 화면이 빠르게 아래로 굴러가더니, 모르는 알림 창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네오톡: 새로운 친구 추천이 있습니다.]
[비트마켓: 내 주변 인기 매물이 등록되었습니다!]

"으음! 갑자기 화면이 제멋대로 움직이는구나. 철기가 본좌의 기운을 거부하는 것이냐?"

현이 손가락을 허공에 멈춘 채 당황한 빛을 띠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 한 방울이 맺히는 것을 본 직원은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잘게 떨며 황급히 뒤를 돌았다.

"아니요, 삼촌. 힘을 너무 많이 줘서 그래요. 살짝, 아주 가볍게 터치해야 한다니까요. 손가락 끝으로 톡 치는 느낌으로요."

"살짝…… 톡 치는 것이라."

현이 진기를 극도로 미세하게 조절하여 손가락 끝의 압력을 깃털보다 가볍게 제어했다. 그리고 화면의 아이콘을 톡 건드렸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 앱이 켜지며 화면에 현과 하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 삼촌이랑 나랑 화면에 보여요!"

하은이 브이(V) 자를 그리며 화면을 보고 활짝 웃자, 현도 얼떨결에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찰칵!

그렇게 찍힌 삼촌과 조카의 첫 사진. 비록 현의 표정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따스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현은 스마트폰을 조심스럽게 쥐며 굳게 다짐했다.

"이 정보의 열쇠로, 네 아비의 빚을 갚고 낙도구에 거대한 상단을 세울 것이다. 하은아, 삼촌을 믿거라."

"응! 삼촌, 근데 스마트폰 들고 그렇게 심각하게 말하니까 조금 부끄러워요. 대리점 아저씨가 자꾸 쳐다보잖아……."

"크흠, 상인의 기세란 언제나 당당해야 하는 법이다."

현이 헛기침을 하며 대리점을 나섰다.

낙도구의 저물어가는 노을빛 아래, 낡은 잡화점 '낙도 만물상'의 셔터 너머로 새로운 운명의 톱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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