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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3화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

신의 손을 가진 외과의가 수술을 너무 잘함

3화: 첫 번째 100%

수술실 자동문이 닫히는 순간 모니터가 또 한 번 길게 울었다.

“혈압 칠십이요.”

마취과 당직의가 수치를 확인하고 강혁을 노려봤다.

“백 선생님. 흉부외과 당직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제가 환자 안정화만 하겠습니다. 전공의가 대동맥을 여는 건 안 됩니다.”

강혁은 대답 대신 수술대 위의 오상철을 봤다.

푸른 레이어 아래로 대동맥 벽이 검붉게 부풀어 있었다. CT에서 보이지 않던 작은 균열이 혈관 뒤쪽으로 뻗고 있었다. 혈종의 끝은 심장 쪽으로 조금씩 번졌다.

[파열 진행]
[수술 개입 가능 시간: 7분]

“안정화가 안 됩니다.”

강혁이 장갑을 끼며 말했다.

“수액만 올리면 더 샙니다. 혈압이 버텨 주는 동안 출혈부터 막아야 합니다.”

최민석이 수술실 문가에 선 채 입술을 깨물었다.

“당직 교수님은 이십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수술기록에 백 선생님 단독 집도라고 남길 수는 없어요.”

“단독으로 남기지 마십시오.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같이 들어오면 됩니다.”

강혁은 수술실 간호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좌측 개흉 세트. 혈관 클램프 두 개, 4-0 폴리프로필렌. 인조혈관도 준비해 주세요. 흉부외과에 다시 연락해서 하행 대동맥 파열 진행이라고 전하고요.”

간호사가 멈칫했다.

마취과 당직의가 낮게 말했다.

“지금 그 손목으로 하겠다는 겁니까?”

왼손 붕대를 풀자 푸른 멍이 손목을 감싸고 있었다. 손가락 끝은 아직 저릿했다.

강혁은 손을 쥐었다 폈다.

“오른손을 쓰겠습니다.”

“보조도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짧은 말 끝에 마취과 당직의가 모니터를 봤다. 혈압은 육십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망설임은 의료진의 특권이 아니라 환자에게 떠넘기는 시간일 뿐이었다.

“최 선생님. 가족 동의는?”

“받았습니다. 아내분이 수술실 앞에 계십니다.”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수술실 앞 유리문 너머에 오상철의 아내가 보였다. 강혁은 잠깐 마스크를 내렸다.

“지금 큰 혈관이 찢어져서 피가 새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출혈을 막겠습니다.”

“선생님이요?”

“네. 위험한 수술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시작해야 살릴 수 있습니다.”

아내는 흐느끼며 유리문에 손바닥을 댔다.

“살려 주세요.”

강혁은 그 손을 보며 대답했다.

“끝까지 하겠습니다.”

다시 수술대 앞에 섰을 때 푸른 선이 환자의 왼쪽 흉부 위로 얇게 그어졌다.

[권장 절개선]
[예상 생존 가능성 41%]

숫자를 본 순간 오히려 숨이 고르게 가라앉았다.

사십일 퍼센트는 보장이 아니었다. 자신이 틀리면 그 숫자는 더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선이 길을 가리켜도 바늘의 각도와 손끝의 힘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절개합니다.”

강혁은 메스를 받았다.

피부를 가르는 첫 감촉이 손끝으로 올라왔다. 옆구리 통증이 팔을 타고 번졌지만 그는 호흡을 끊지 않았다.

“좌측 다섯 번째 늑간으로 들어갑니다. 견인기.”

갈비뼈 사이가 열리고 어두운 흉강이 드러났다. 폐를 조심스레 젖히자 대동맥 주변의 혈종이 검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저걸 어떻게 바로 찾았지?”

최민석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혈종 가까이에는 푸른 선이 닿지 못하는 붉은 구역이 있었다. 무심코 그쪽으로 기구를 밀면 얇아진 벽이 터진다.

[경고: 혈종 벽 두께 1.8mm]

“견인 방향 바꿔 주세요. 더 당기면 터집니다.”

간호사가 즉시 손을 바꿨다.

강혁은 대동맥 위쪽과 아래쪽을 감싼 조직을 밀리미터씩 분리했다. 피가 고인 자리는 미끄러웠고 손목은 조금만 비틀어도 쑤셨다.

한 번 미끄러지면 끝이었다.

그는 오른손 검지에 힘을 모았다. 손끝은 가는 혈관 하나와 단단한 결합조직의 차이를 구분했다. 푸른 화면은 어디를 피해야 하는지 알려 줬다. 그 사이를 실제로 벌리는 것은 자신의 손이었다.

“클램프.”

첫 번째 클램프가 대동맥 위쪽을 물었다.

“원위부도.”

두 번째 클램프를 거는 동안 모니터의 파형이 흔들렸다. 마취과 당직의가 약을 조절했다.

“혈압 오십오. 더 길게 못 갑니다.”

“알고 있습니다.”

강혁은 대동맥 벽에 작은 절개를 냈다.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가 클램프 사이에서 급격히 줄었다. 내부에는 찢어진 내막이 젖은 종이처럼 말려 있었다.

[내막 파열 7.4mm]
[주 파열부 확인]
[예상 생존 가능성 68%]

최민석이 숨을 삼켰다.

“정확히 그 자리였습니까?”

“흡인.”

강혁은 짧게 답했다.

파열부 가장자리를 정리하고 첫 봉합을 넣었다. 바늘 끝이 내막을 통과해 외막 가까이 닿는 순간 숫자가 흔들렸다.

[예상 생존 가능성 73%]

그는 바늘을 멈췄다.

정면의 파열은 맞았다. 그런데 붉은 빛 하나가 대동맥 뒤쪽 벽을 따라 가느다랗게 움직였다.

“잠깐. 흡인 더 깊게.”

“거긴 안 보입니다.”

“보이게 만들어 주세요.”

강혁은 혈관을 억지로 젖히지 않았다. 봉합사 한 가닥을 걸어 방향만 바꾸고 긴 기구로 뒤쪽 벽을 아주 조금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서 핀홀처럼 작은 구멍 하나가 피를 밀어냈다.

최민석의 눈이 커졌다.

“추가 파열?”

“아직 찢어지기 전입니다.”

“그걸 어떻게….”

“지금 막아야 합니다.”

강혁은 대답 대신 바늘을 다시 잡았다.

손목이 욱신거렸다. 잠깐 힘이 풀린 오른손이 바늘을 놓칠 뻔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젖은 도로와 쏟아지던 빛이 스쳤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출 수 없었던 찰나였다.

하지만 지금 손 안의 바늘은 달랐다.

강혁은 엄지를 낮추고 손목 대신 손가락 관절로 각도를 만들었다. 얇은 벽을 건드리지 않도록 바늘의 곡선을 따라 밀었다.

한 땀.

또 한 땀.

피가 새던 점이 봉합사 아래에서 조용해졌다.

[출혈점 통제]
[예상 생존 가능성 91%]

“혈압 올립니다.”

마취과 당직의가 말했다.

강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천천히. 봉합선 전체 확인합니다.”

그는 한 번 더 대동맥 안쪽을 훑었다. 찢긴 내막 끝과 봉합선 사이에 붉은 표시가 남아 있었다. 손톱만 한 틈이었다.

“여기 한 땀 더.”

최민석이 기구를 건넸다. 처음보다 손이 빨랐다.

“백 선생님. 제가 견인하겠습니다.”

강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 봉합이 끝나자 푸른 레이어가 천천히 맑아졌다. 검붉던 그림자가 옅어지고 혈관 벽은 다시 매끈한 윤곽을 찾았다.

[내막 파열 봉합 완료]
[활동성 출혈 없음]
[예상 생존 가능성 100%]

숫자가 멈췄다.

강혁은 바로 클램프를 풀지 않았다.

“원위부부터 천천히 풉니다. 혈압은 칠십에 맞춰 주세요.”

클램프가 풀리자 봉합선 위로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박혔다.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구십까지 올립니다.”

마취과 당직의가 말했다.

“올리세요.”

혈압이 육십오, 칠십사, 팔십으로 돌아왔다. 숫자가 오르는 동안에도 강혁은 봉합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흔을 넘기자 대동맥이 다시 팽팽해졌다.

그래도 피는 새지 않았다.

모니터의 파형이 일정해졌다. 수술실을 채우던 경보음도 하나씩 잦아들었다.

마취과 당직의가 한참 뒤에야 말했다.

“출혈 없습니다.”

강혁은 곧바로 봉합선을 덮지 않았다.

“왼쪽 다리 맥박 확인해 주세요. 양쪽 체온도.”

대동맥을 잠시 막았던 만큼 아래쪽으로 피가 제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해야 했다. 숫자가 좋아졌다고 성급히 끝낼 수는 없었다.

간호사가 환자의 발등에 손을 댔다.

“좌우 다 만져집니다. 산소포화도도 유지됩니다.”

마취과 당직의가 동맥압 파형을 보며 덧붙였다.

“소변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이 들리고서야 강혁은 굳게 다물었던 턱을 풀었다.

대동맥은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길목이었다. 찢어진 벽을 막았다고 해도 그 아래 장기들이 이미 버티지 못했다면 환자를 살렸다고 할 수 없다.

푸른 레이어가 환자의 가슴에서 복부와 다리 쪽으로 천천히 펼쳐졌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빛이 막힘 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말초 관류 회복]
[치명적 합병증 징후 없음]

그제야 마지막 숫자 아래에 작은 문장이 떠올랐다.

[예상 생존 가능성 100%]

강혁은 그 문장을 오래 보지 않았다.

이 숫자는 환자의 가족에게 건넬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다. 회복실과 중환자실을 지나며 다시 확인해야 할 수치였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오상철이 죽음 쪽으로 미끄러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흉강 세척합니다. 흉관 준비해 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처음 수술실에 들어왔을 때보다 낮고 안정돼 있었다.

최민석은 묵묵히 흡인기를 잡았다. 손끝이 떨리는 건 강혁만이 아니었다.

“백 선생님.”

“네.”

“처음부터 뒤쪽도 알고 있었습니까?”

강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수술등 아래에서 봉합선은 조용했다.

“모르면 환자가 못 버틸 것 같았습니다.”

그것만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최민석이 굳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막은 겁니까?”

강혁은 봉합선을 보며 대답했다.

“지금은 그렇습니다. 흉부외과 오시면 인계하고 마무리 판단 받겠습니다.”

그제야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는 수술대 가장자리를 짚고 숨을 고른 뒤 다시 자세를 세웠다.

수술실 문이 열렸다. 급히 들어온 흉부외과 당직의가 열린 흉강과 멀쩡한 봉합선을 번갈아 봤다.

“누가 클램프 걸었습니까?”

최민석은 잠시 강혁을 봤다.

“백강혁 선생님이요.”

당직의의 시선이 목 보호대를 벗어 둔 강혁의 손목으로 향했다.

“전공의가 이걸 했다고?”

강혁은 피 묻은 장갑을 내려다봤다.

푸른 화면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떨리는 손과 살아 있는 환자의 맥박뿐이었다.

수술실 밖에서 누군가가 급히 달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을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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