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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2화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2화: 성동 게이트 앞 기묘한 해장국집

성동 게이트 입구의 새벽 공기는 쇳가루 맛이 났다.
마수의 피가 묻은 갑옷과 찢어진 방패들이 임시 세척장 앞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게이트 관리국 직원들은 눈을 비비며 오염 측정기 앞에 선 헌터들을 밀어 넣고 있었다.

민철은 그 줄 바깥에 멀뚱히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 걸음마다 검은 독액이 뼈 사이를 파고드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발끝에 힘이 남아돌았다.

“야. 나 진짜 뛰어도 될 것 같은데?”

“뛰지 마. 그러다 다시 터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

소라가 민철의 팔을 붙잡았다.
말은 날카로웠지만 그녀의 얼굴빛도 눈에 띄게 나아져 있었다.
흰자위에 돌던 검은 실핏줄이 사라졌고 손끝에서 흐릿하게 새어 나오던 마수 독기도 끊겨 있었다.

병수가 관리국 보조 측정기 앞으로 뛰어갔다.

“확인해 보면 되잖아. 오염도 찍어 보자.”

측정기는 게이트를 나온 헌터들이 응급 등급을 확인하는 공용 장비였다.
포션 회사 광고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낡은 기계였지만 수치만큼은 협회 서버와 연동됐다.

민철은 손바닥을 판 위에 올렸다.

삐익.

[마수 오염도 0.0%]
[마나 순환 안정]
[마나 회복률 비정상 상승. 기준 대비 287%]

세 사람은 동시에 굳었다.

“미친.”

병수의 입에서 짧은 욕이 튀어나왔다.

“오류 아니야?”

소라가 곧장 자기 손을 올렸다.

삐익.

[마수 오염도 0.0%]
[마나 회복률 비정상 상승. 기준 대비 302%]

“나 포션 안 마셨어.”

소라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힐러 마나도 바닥이었고 내 해독 앰플도 깨졌어. 그런데 이 수치가 나온 거면…….”

“해장국.”

민철이 허탈하게 웃었다.

“그 사장님이 그냥 돼지 뼈라고 했던 그거.”

셋은 횡단보도 건너편 골목을 돌아보았다.
붉은 네온사인 아래 태풍 해장국의 유리문이 아직 열려 있었다.
안에서는 강태풍이 별일 아니라는 듯 빈 뚝배기를 씻고 있었다.

민철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거 올려야 돼.”

“어디에?”

“헌터넷 성동 게시판.”

소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쓰면 광고라고 욕먹을걸.”

“욕 좀 먹으면 어때. 하급 애들 독 맞고 포션값 없어서 누워 있는 거 한두 번 봐?”

민철은 화면을 열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제목부터 박았다.

[성동 게이트 앞 기묘한 해장국집. 마수독 정화됨]

병수가 옆에서 상처 사진을 보냈다.
흐릿하게 찍힌 사진 속 민철의 다리는 시커멓게 부어 있었다.
다음 사진에서는 붓기가 빠지고 핏빛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소라는 측정기 결과 화면을 캡처했다.

민철은 글을 올렸다.

성동 게이트 횡단보도 건너 골목.
간판은 태풍 해장국.
메뉴는 뼈다귀 해장국 하나.
가격은 9,000원.
먹자마자 마수 점독이 사라졌고 마나 회복률이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사장님은 약초 안 쓴다고 했다.

등록 버튼을 누르자마자 댓글이 달렸다.

병수가 댓글을 읽다 말고 낄낄 웃었다.

“야. 벌써 싸운다.”

“싸우든 말든 직접 먹어 보면 알겠지.”

민철은 다시 식당을 바라보았다.
태풍은 그들의 글이 올라간 줄도 모르고 가마솥 뚜껑을 열어 육수를 젓고 있었다.
주방 불빛 아래 그의 앞치마는 오래된 기름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화려한 길드 마크도 없고 협회 인증 현판도 없었다.
그저 낡은 간판과 뜨거운 솥 하나뿐이었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민철의 목을 잠기게 했다.
게이트 안에서 다친 하급 헌터는 늘 숫자로 처리됐다.
응급실 대기 번호와 포션 청구서와 레이드 정산표.
그런데 저 안에서는 이름도 묻지 않고 먼저 뜨거운 밥을 내줬다.

그때 성동 게이트 쪽에서 또 다른 레이드 파티가 걸어 나왔다.
방패가 찌그러진 탱커와 팔에 붕대를 감은 궁수였다.
둘은 게시판을 보고 있었는지 횡단보도를 건너며 서로를 밀쳤다.

“여기 맞다니까. 빨간 간판.”

“너 진짜 이런 거 믿냐?”

“포션값 없다. 속아도 9천 원이야.”

민철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사장님 바빠지겠네.”

태풍은 바빠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두 명이었다.
그 다음에는 네 명이 들어왔다.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유리문 종이 쉬지 않고 울리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딸랑.

“메뉴판 어디 있어요?”

“정화 효과 진짜예요?”

“영수증에 버프명 찍혀요?”

“포장 됩니까?”

태풍은 뚝배기 손잡이를 잡은 채 손님들을 훑어보았다.

눈 밑이 꺼진 하급 헌터들.
포션 파우치를 텅 비운 포터.
게이트 안에서 너무 오래 버틴 탓에 손등이 푸르게 질린 마법사 견습.

모두 같은 얼굴이었다.
배고프고 다쳤고 돈이 없었다.

“메뉴는 뼈다귀 해장국 하나입니다. 포장은 안 됩니다. 효과 설명은 못 합니다. 먹고 판단하세요.”

“아니 그래도 광고 글에는 마수독이…….”

“밥 드실 분부터 앉으세요.”

태풍의 말투는 무뚝뚝했다.
하지만 손은 빨랐다.

가마솥에서 등뼈를 건져 뚝배기에 담고 시래기를 올렸다.
붉은 육수가 부어지자 들깨가루가 고소한 냄새를 터뜨렸다.
불 위에 오른 뚝배기마다 보글보글 국물이 끓었다.
금빛 입자들이 대파 사이로 스며들었다.

첫 손님이 국물을 떠먹었다.

“어?”

그 짧은 소리에 식당 안의 소란이 멎었다.

팔에 붕대를 감고 있던 궁수의 손끝에서 검푸른 기운이 빠져나왔다.
궁수는 숟가락을 든 채 멍하니 자기 팔을 바라보았다.

“저림이 없어졌는데.”

“진짜?”

옆자리 탱커가 국물을 들이켰다.

“어우. 맵다. 근데 속이 뚫린다.”

그의 찌그러진 흉갑 아래에서 막혀 있던 숨이 길게 빠져나왔다.
식당 안이 다시 술렁였다.

“사장님. 저도 빨리요.”

“밥 추가 가능해요?”

“김치 더 주세요.”

태풍은 대답 대신 밥솥 뚜껑을 열었다.
오른쪽 화구에서는 뚝배기 두 개가 끓어넘치려 했다.
왼쪽 개수대에는 빈 그릇이 쌓였다.
계산대 앞에서는 카드 단말기가 삐삐 울렸고 물통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그 순간 반찬 그릇 하나가 허공에서 미끄러지듯 날아왔다.
깍두기 접시는 빈 테이블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태풍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입구 쪽에 후드 점퍼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작은 체구에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는 한 손에 구인 전단을 들고 있었다.

“저기요. 서빙 구한다고 붙어 있던데요.”

“지금 면접 볼 상황 아닙니다.”

“상황은 제가 보기에도 아닌데 그릇은 이미 밀리고 있잖아요.”

여자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물컵 세 개가 공중에 떠서 각 테이블에 내려앉았다.
손님들이 동시에 탄성을 흘렸다.

“F급 염동력자 민아입니다. 무거운 건 못 들어도 반찬 그릇은 잘 날립니다. 시급은 최저만 맞춰 주세요. 밥은 직원가로 부탁하고요.”

태풍은 잠깐 그녀를 보았다.
주방 뒤편 개수대에는 빈 뚝배기가 쌓여 있었다.
홀에서는 손님들이 젓가락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궁수 손님은 빈 밥공기를 들고 눈치를 봤고 탱커는 김치 접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다 옆자리 마법사와 손등이 부딪쳤다.
누군가는 계산을 하겠다며 카드를 흔들었고 누군가는 국물이 끓어넘친다고 소리쳤다.
작은 식당이 던전 보스 방보다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앞치마 끈을 다시 묶었다.

“김치와 깍두기 위치는 냉장고 왼쪽. 물은 셀프라고 말해 주세요. 손님한테 효과 과장하지 마시고요.”

민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채용된 거죠?”

“일단 한 시간 봅니다.”

민아는 곧장 홀로 뛰어들었다.
아니 거의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김치 접시가 두 개씩 떠다니고 물컵이 줄지어 날아갔다.
식당은 전보다 더 시끄러워졌지만 이상하게 흐름이 생겼다.

그 사이 게시판은 터지고 있었다.

[실시간 인증. 팔 저림 사라짐]
[성동 태풍 해장국 먹고 마나 회복률 296 뜸]
[광고라던 놈들 와서 먹어 봐라]
[줄 생김. 새벽 5시 20분 기준 앞에 11명]

민철은 식당 구석에서 두 번째 밥공기를 비우며 댓글을 읽었다.

“사장님. 여기 진짜 난리 났어요.”

“밥 드실 때 휴대폰 보면 체합니다.”

태풍은 뚝배기 세 개를 동시에 불에서 내렸다.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손놀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민아가 계산대에서 외쳤다.

“사장님. 밖에 줄 더 늘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블루 실드 게시판에도 링크 올렸대요.”

순간 몇몇 손님이 고개를 들었다.

블루 실드.
국내 1위 길드의 이름은 하급 헌터들이 가볍게 입에 올릴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태풍은 국자로 육수를 저었다.

“블루든 레드든 밥값은 같습니다.”

그 말에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민아의 휴대폰 화면은 계속 번쩍였다.
게시글 조회 수가 수천 단위로 뛰고 있었다.
댓글 하나가 맨 위로 올라왔다.

민아는 그 댓글을 보고 숨을 삼켰다.

태풍은 아직 알지 못했다.
가마솥 위에서 끓는 붉은 국물 냄새가 성동 게이트를 넘어 국내 최강 길드의 새벽까지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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