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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1화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시놉시스

괴수와 게이트가 횡행하는 현대 헌터의 시대. 요리할 때만 초월적 정화 및 마나 회복 버프를 부여하는 고유 이능력 '신의 손맛'을 각성한 F급 헌터 강태풍. 던전 게이트 횡단보도 바로 앞에 '24시 해장국집'을 차려 피폐해진 랭커들의 몸과 영혼을 해장해 주는 뜨끈하고 구수한 현대 판타지 힐링물.

1화: 뜨끈한 국물과 시래기

보글보글보글.
뚝배기 안에서 시뻘건 육수가 미친 듯이 끓어오르며 구수하고 얼큰한 냄새가 좁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커다란 돼지 등뼈 위에 푹 삶아진 초록빛 시래기와 듬뿍 얹어진 들깨가루, 그리고 송송 썬 대파가 붉은 국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강태풍은 주방 면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뚝배기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면 뼈도 잘 뜯기고, 국물도 잘 우러났군.”

태풍은 나직이 읊조리며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이곳은 서울 성동구 성동 게이트 입구,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마주하는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해장국집 ‘태풍 해장국’이었다.

가게 밖은 새벽 4시의 차가운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게이트 포탈이 뿜어내는 푸른 안개와 헌터들의 요란한 무장 소음이 뒤섞여 있었다.
피와 괴수의 진흙을 뒤집어쓴 채 좀비처럼 던전을 기어 나오는 헌터들이 가득한, 비정하고 차가운 현대 레이드의 풍경.

태풍 역시 불과 반년 전까지는 그 좀비 중 한 명이었다.
F급 신체 강화 각성자.
전투 능력은 일반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 매번 랭커들의 짐을 나르는 하급 짐꾼(포터) 신세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을 하던 처지였다.
던전 내부에서 마수의 독에 노출되어 다리가 괴사하기 직전, 기적처럼 발현된 그의 고유 이능력은 전투 스킬이 아니었다.

[고유 이능: 신의 손맛 (EX)]

“칼을 쓸 수 없다면 뚝배기를 잡으라는 신의 계시였지.”

태풍은 삼류 헌터 생활을 접고, 쥐꼬리만 한 퇴직금과 대출을 융통해 게이트 바로 앞에 이 24시 해장국집을 차렸다.
하지만 초기에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헌터들은 대기업이 만든 고급 마력 회복 포션을 마시거나 전속 힐러의 치료를 받지, 잡역 헌터가 끓인 해장국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그락.
가게 유리문이 열리며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들어온 손님은 세 명의 남녀였다. 그들의 무구는 여기저기 깨지고 금이 가 있었고, 얼굴은 온통 검은 먼지와 핏자국으로 얼룩덜룩했다. 한 사내는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며 다른 동료에게 부축받고 있었다.

“아, 젠장…… 포션도 다 떨어졌는데 보스 방에서 독액을 뒤집어쓸 줄이야.”

“어쩔 수 없잖아. 힐러들도 마나가 바닥나서 기절했으니. 일단 여기 앉자.”

그들은 성동 게이트의 하급 던전을 주로 도는 E급 레이드 파티 ‘화랑’의 대원들이었다.
다리를 절며 들어온 사내, 민철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바지 아래로 흘러내리는 핏빛은 마수의 점독(粘毒)에 오염되어 시커멓게 굳어 가고 있었다.

태풍은 물수건과 함께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메뉴는 뼈다귀 해장국 하나뿐입니다. 세 그릇 준비해 드릴까요?”

“예, 예…… 뭐든 좋으니 따뜻한 것 좀 빨리 주세요. 다리가 끊어질 것 같네.”

민철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태풍은 주방으로 들어가 미리 우려둔 가마솥 육수에서 등뼈와 시래기를 건져 뚝배기에 담고, 불 위에 올려 끓여냈다.
뚝배기 위로 그의 고유 마력인 ‘신의 손맛’ 기운이 은은한 금빛 입자가 되어 육수 속으로 녹아내렸다.

“해장국 세 그릇 나왔습니다.”

태풍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 세 개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구수하고 매콤한 들깨가루와 고기 육수의 향이 코끝을 스치자, 굶주림과 고통에 피폐해져 있던 헌터들의 위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와, 냄새 끝내준다…….”

민철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붉은 국물을 한 입 떠먹었다.

후루룹.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위장에 닿는 순간.
민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칼칼하고 깊은 국물 맛이 혀끝을 강타함과 동시에, 가슴속을 짓누르고 있던 묵직한 오염의 기운이 씻은 듯이 가라앉는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어……?”

민철은 숟가락을 놓고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시커멓게 진물이 흐르며 굳어 가던 상처 부위에서 검은 독소가 기화하듯 맑은 김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상처 틈새로 맑고 붉은 피가 돌기 시작하며, 쿡쿡 쑤시던 통증이 마법처럼 멈추었다.

[아이템: 신의 해장국 섭취 완료.]
[체내 마수 오염도가 100% 정화됩니다.]
[마나 세포 활성화가 시작됩니다. 마나 회복 속도 +300% (2시간)]

“다, 다리가…… 아프지 않아! 독소 정화가 끝났어!”

민철의 외침에 동료들이 수저를 들다 말고 경악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민철아? 포션도 안 마셨는데 정화라니?”

“진짜야! 이 국물을 먹자마자 몸 안에 뭉쳐 있던 마독이 한순간에 녹아내렸어! 그리고 마나가…… 마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어!”

민철은 흥분해서 밥공기를 통째로 뚝배기에 털어 넣고 말기 시작했다.
푹 삶아져 뼈에서 저절로 분리되는 부드러운 살코기를 양념장에 찍어 입안 가득 넣고 시래기와 함께 우걱우걱 씹었다.
김치를 얹어 국물까지 단숨에 들이켜는 그의 얼굴에 발그레한 생기가 차올랐다.

동료들도 홀린 듯 숟가락을 들어 국물과 고기를 맛보았다.

바스락, 쩝쩝.
“이, 이건…… 말도 안 돼! 포션보다 훨씬 빠르잖아!”

“게다가 맛은 왜 이렇게 있는 거야? 뼈에 붙은 살이 입안에서 그냥 부서지네!”

세 명의 헌터는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뚝배기 바닥을 긁어 대는 소리만 내며 해장국을 폭풍 흡입했다.
그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어두운 디버프 오라가 완전히 사라지고, 맑고 투명한 마력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꺼어억.
세 그릇의 뚝배기가 깨끗하게 비워졌다.
민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계산대 앞에 섰다. 다리는 이미 멀쩡하게 땅을 딛고 있었다.

“사장님, 이거 대체 무슨 약초를 쓰신 겁니까? 저희가 먹은 포션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데요.”

태풍은 영수증을 출력하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약초 같은 건 안 씁니다. 그냥 국내산 돼지 뼈와 시래기, 들깨가루입니다. 계산은 총 27,000원입니다.”

F급 잡역 헌터가 끓여낸 9,000원짜리 뚝배기 하나가, 헌터 협회 공인 수십만 원짜리 고급 정화 포션을 가볍게 압도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가게를 나서는 화랑 파티원들의 가벼운 발걸음 뒤로, 차가운 새벽바람을 뚫고 던전의 혈풍을 잠재울 전설의 24시 해장국집 문이 붉은 네온사인과 함께 활짝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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